2025 August Issue

여러분은 오늘 얼마나 자주 ‘빛의 순간’을 맞이했나요? ‘The Radiance’를 테마로 한 <마리끌레르> 8월호의 커버는 부쉐론 하이 주얼리를 조망했습니다. 대담한 도전 정신과 창의성으로 늘 감탄을 자아내는 주얼리를 선보이는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 파리 오트 쿠튀르 기간, 방돔 광장의 부쉐론 메종에서 마리끌레르 코리아 팀을 환하게 맞이한 그는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죠. “이번 까르뜨 블랑슈 컬렉션에는 사라지기 전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6개의 구성은 ‘빛’에서 ‘어둠’으로 이어지며,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야기하죠. 28점의 하이 주얼리로 완성된 컬렉션은 금방 부서져버리는 순간을 영원히 새기고 싶은 염원과 덧없는 찰나에 대한 경의를 담았습니다.” 이처럼 ‘빛의 존재’는 찬란하고 눈부신 모습으로 우리를 미혹하는 동시에 수많은 색과 온도를 지닌 다채로움으로 우리 곁에 자리합니다. 자, 이제 빛의 순간을 찾아 페이지를 넘겨볼까요. 지면 곳곳에서 마주하는 경이로운 빛과 그림자를 따라서 말이죠.
“3년 전, 바젤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에서 루카스 아루다의 그림을 처음 마주했다. 수평선 너머 번지는 빛, 안개처럼 퍼지는 색채, 미묘한 명암이 만드는 깊은 침묵과 고요가 가로세로 40cm 안팎의 소형 정사각 캔버스 안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고도로 정제한 시 같기도, 입 밖으로 소리내지 않는 기도문 같기도 하던 그 풍경 앞에 오래 머물렀다. 물결, 구름, 안개… 나를 둘러싼 세계가 실은 이런 빛과 시간의 아름다운 레이어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자주 잊고 산다.”
– p.160 피처 스페셜 ‘My Sunshine’
“고귀하고 아름다운 소설을 쓰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한강 작가의 단상을 들여다보고 싶어 그의 새 산문집 <빛과 실>을 펼쳤다. 2024 노벨 문학상 수상 강연문, 미발표 시와 산문, 식물을 가꾸며 쓴 일기, 직접 찍은 사진을 엮은 책. 일상을 담백하고 밀도 있게 적어낸 기록을 천천히 곱씹었다. 행간에 깃든 생각과 감정, 마침표를 찍기 위해 사유해온 시간을 헤아리며 페이지를 넘겼다. 끝에 이르러서야 그 삶의 태도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내면 깊이 침잠하며 성찰해온 작가가 ‘(글쓰기로) 인생을 꽉 껴안아보겠’다고, ‘충실히 살아내겠다’고 전하는 순간. 일상의 눈부신 가치를, 삶의 빛나는 경이를 발견하자 나의 오늘을 잘 살아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햇빛을 오래 바라봤어’라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언젠가 말할 수 있도록.”
“이제니의 산문집 <새벽과 음악>에서 빛은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풍경이 아니라, 가까이 다가와 ‘무언가를 말하라고, 말해야만 한다고, 강요하고 재촉하고 독촉하’는 존재다. 빛의 부추김을 받은 그는 언어의 무게에 짓눌린 채로, 밀려오는 통증을 견디면서도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페이지 곳곳에 그가 남긴 빛의 단상들을 쓸어 담아 반짝이는 것들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고 싶었다. 젊은 날의 우리가 마음껏 낭비할 수 있었던 것. ‘오래전 사랑했던 사람의 기억을 가슴 아프게 감각하게’ 하는 것. 삶의 저편으로 떠나간 이의 부재를 문득 실감하게 하는 것. 나의 자리에서 너의 자리로 건너가게 만드는 것. 빛이란 그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마지막 장을 넘기며 생각했다.”
“계곡 너머로 반짝이는 한 줄기의 LED 조명, 어두운 방에서 깜박이는 스크린, 도시의 불빛에 물든 채 희미하게 빛나는 숲. 이런 장면들은 인공적인 빛으로 인해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은유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어둠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심리적 안정이나 내면의 고요함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감각을 생생하게 불러일으킬 것이라 생각했다.”
– p.38 월드 리포트 ‘Protect the Darkness’
“강화길 작가가 4년 만에 선보인 장편소설 <치유의 빛>은 여성의 ‘몸’에 주목한다. <다른 사람> <화이트 호스> 등을 통해 한국 사회 속 여성의 삶을 서늘하게 그려온 그는 이번 신작에서 갑작스러운 체구 변화 이후 통증과 끔찍한 사고를 겪는
– p.74 아트 & 컬처 MC 인사이드 ‘억압을 벗겨내며, 치유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서로를 향한 동경과 애증, 질투, 소유욕을 밀도 있게 느끼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끝내 우리가 찾던 ‘치유의 빛’을 귀띔한다.”
“매일매일 먹고 싶은 걸 먹고, 걷고 싶은 길로 걷고, 보고 싶은 사람들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이런 사소한 조각들이 모이면 제 선택으로 이루어진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거잖아요. 그럼 매일이 새롭고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을 <우리영화> 찍는 동안 했어요. 삶은 유한하잖아요. 그저 나다운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져가면서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짝이는 삶 아닌가 싶어요. 자기 선택으로 하루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눈을 보면 빛이 나거든요. 지금 기자님 눈도 그래요.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싶다는 의미였어요.”
– p.308 이설 배우 인터뷰 ‘다른 이야기로’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