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휴양지’라는 공식도 이제 옛말이 된 걸까? 올해 발표한 IMG사의 ‘여행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반수를 넘는 응답자가 희망 여행 유형으로 도시 관광을 택했다. 상업도시로 떠나는 출장 일정 전후에 연차를 붙여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비즈니스와 레저를 합친 ‘블레저(Bleisure)’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바다를 사랑하는 나 역시 여름휴가지로 뉴욕을 골랐을 정도이니 바야흐로 어번 바캉스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흐름을 의식한 탓인지 패션계는 도심 한가운데에서 입어도 손색없을 롱 앤 린 드레스를 새 시대의 바캉스 룩으로 주목했다. 혹자는 바캉스와 드레스라는 단어 사이의 간극에 의아해할 수 있을 테지만, 유수의 하우스가 선보인 컬렉션 피스를 보면 납득이 갈 것이다. 짧은 슬리브와 칼라, 부드러운 소재로 활동성을 강조한 샤넬의 핑크 드레스, 청키한 니팅으로 소재 특유의 더운 느낌을 덜어낸 질샌더의 니트 드레스, 살랑이는 끝단이 시각적 상쾌함을 전하는 랄프 로렌과 토즈의 드레스까지 모두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난 듯한 여유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우리는 바캉스 룩의 신대륙을 발견한 셈이다. 클래식으로 거듭난 하와이안이나 트로피컬 무드의 스타일링도 훌륭할 테지만, 다원화된 휴가 양상처럼 때로는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각을 따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되리라 확신한다. 딱 한 가지, 운동화를 매치해 움직임의 자유만 쿨하게 지켜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