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e Min Seo / 한국
이민서는 한국 전통 타악기인 장구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자투리 가죽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전통문화를 보존하면서도 재해석하려는 시도는 아주 시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순환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Yan Xiang / 중국
금이 간 오팔이나 잊힌 보석처럼 기존의 주얼리 산업이 외면해온 소재에 가치를 더하는 스타트업 이안양(Ianyan)의 설립자로,
불완전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함으로써 순환 경제의 철학을 주얼리 세계로 견인한다.
KERING GENERATION AWARD JEWELRY
주얼리 산업을 보다 창의적이고 윤리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혁신이 시작됐다. 프랑스 럭셔리 그룹 케어링이 지속 가능한 주얼리 혁신을 목표로 하는 케어링 제너레이션 어워드(Kering Generation Award × Jewelry)를 신설한 것. 이 상은 전 세계 학생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며, 주얼리 산업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할 인재를 발굴한 후 하나의 커뮤니티로 연결하는 데 의의를 둔다. 이번 에디션의 주제는 ‘두 번째 기회, 첫 번째 선택(Seconde Chance, Premier Choix)’으로, 참가자들은 폐기물의 개념을 전복하고 재활용 소재를 주얼리로 전환하는 작업을 통해 ‘순환’을 형상화했다. 이 같은 케어링의 행보는 부쉐론의 아티스틱 디렉터 클레어 슈완(Claire Choisne)과 CEO 엘렌 풀리 뒤켄(Hélène Poulit-Duquesne)의 오랜 디자인 철학과 신념, 실천에서 영감 받은 결과다. 학술 자문은 건축 및 디자인 분야의 명문인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닉(POLI.design – Politecnico di Milano) 대학이 맡았으며, 심사위원단에는 케어링 CEO 프랑수아 앙리 피노(François-Henri Pinault), 케어링 지속 가능 전략 책임자 마리 클레르 다브(Marie-Claire Daveu), 그리고 케어링 산하 주얼리 하우스인 부쉐론, 포멜라토, 키린의 CEO가 포함됐다. 시상은 학생 부문과 스타트업 부문으로 나누어 이뤄지며, 첫 수상자는 지난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주얼리 박람회 JCK 쇼에서 발표됐다.

INTERVIEW WITH
MARIE-CLAIRE DAVEU
케어링 그룹 지속 가능성 총괄 책임자
평소 “우리가 지지하는 럭셔리의 비전은 지구를 돌보는 일이다”라는 철학을 강조해왔다. 지금처럼 럭셔리 산업이 격변하는 시기에도 이러한 신념은 유효한가?
물론이다. 인간은 자연, 그리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유한한 자원에 의존하며 살아가지 않나. 공급자와 생산자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럭셔리 산업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지속 가능성을 기업의 미래 전략에 포함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고. 2024년에 세계를 덮친 홍수와 가뭄, 산불은 환경과 사회를 모든 계획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믿음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경제, 사회, 상업적으로 환경 파괴와 자원 낭비를 유발하는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지속 가능한 방향을 채택하는 ‘친환경 전환’은 도전인 동시에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이며, 장기적 투자와 헌신을 요구한다. 케어링은 바로 이런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친환경적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요구되나?
브랜드 관점에서는 최고 경영진의 의지와 명확한 비전, 탁월한 실행력이 맞물려야 한다. 케어링 그룹은 프랑수아 앙리 피노(François-Henri Pinault) 회장이 그룹을 맡은 이래 기업의 비전 또한 일관된 방향으로 발전시켜왔다. 바로 창의적 디자인을 중심에 두되 제품이 만들어지는 모든 단계에서 지구와 사람을 배려하는 것 말이다.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정의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럭셔리의 본질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추세다. 기후 회의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이고.
기후 회의론은 여전히 소수 의견에 불과하지만, 위기의식이 흐려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우려하고 있다. 물 부족 문제가 일부 국가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는 현실만 봐도 환경문제가 이미 우리 삶 깊이 들어왔음을 알 수 있지 않나. 가장 먼저 정치권이 과학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역풍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리더십 역시 필요하고.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가 이런 주제에 대해 충분하게 논의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종종 중요한 것을 쉽게 잊으니까. 중대한 이슈를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환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2025년은 보살핌(Care), 협력(Collaborate), 창조(Create)를 골조로 지난 2017년 발표한 지속 가능성 로드맵 전략의 목표 연도이기도 하다. 그룹 차원에서 그간 이룬 성과를 되돌아보면 어떤 진전이 있었나?
우선 지속 가능한 공급 체인과 생물 다양성 보존 체계를 구축했고, 기존의 농업 관행에서 벗어나 가죽, 면, 캐시미어, 양모를 생산하는 84만 헥타르 규모의 농지를 재생 농업 방식으로 전환했다. 또한 2019년부터 케어링이 진출한 모든 국가에서 프랑스가 시행하는 ‘순환 경제를 위한 반(反)낭비법(Loi AGEC)의 원칙’을 적용해 재고를 폐기하는 대신 원자재를 회수해 재활용한다. 앞으로 해나갈 과제는 이런 조치를 더욱 체계화하고 기술적 장벽을 제거해 목표를 100% 달성하는 것이다. 일례로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는 가죽 무두질 기술 도입이라는 미션에는 현재 60% 근접했고, 2024년 12월에는 주요 원자재에 대한 추적 가능성을 95%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지속적으로 저감해 작년 한 해 동안 모든 범위에서 23% 감소했으며, 운반 시 해상 운송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마지막으로 2030년까지 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물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대규모 전략도 새롭게 수립했다.
이미 달성한 목표도 있나?
물론이다. 케어링의 주얼리 하우스인 부쉐론, 포멜라토, 키린은 사용하는 금의 99%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으며 가능한 모든 국가에서 100%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을 사용한다. 이처럼 지속 가능성은 이제 그룹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고, 이를 위해 CEO부터 디자이너, 원자재 바이어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최선의 해법을 고민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은 2021년에 그룹 차원에서 모피 사용을 전면 중단한 일이다. 이런 실천은 트렌드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트렌드는 곧 오늘날 우리 삶을 더 나아지도록 이끄는 진정한 ‘모던 럭셔리’의 정의다.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는 어떤가?
2024년 한 해 동안 케어링은 근로자의 복지가 제대로 보장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체 공급망을 대상으로 총 4천4백50건의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또한 18세 미만 남성과 여성 모델 기용을 금지함으로써 모델을 보호하는 윤리 헌장을 공동 제정했으며,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존엄성을 충분히 존중하도록 명시했다. 동물 복지에도 꾸준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목표를 향해 정진하다 보면 어려운 순간도 마주할 것 같다.
가장 큰 도전은 지속 가능성이 창의성을 억제하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대체 소재도 단순히 대체재에 그쳐서는 안 되며, 촉감과 심미성 모두 기존 소재에 견줄 만큼 뛰어나야 한다. 모든 면에서 ‘완벽함’이란 머무르지 않고 나아갈 때 비로소 도달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들은 어떤가? 예전 세대에 비해 환경문제를 더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보나?
케어링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그룹 전략의 핵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들 역시 자연스럽게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다. 애초에 사회적 감수성이 높은 이들로 구성되어 있기도 하고. 그러나 본질적으로 디자이너는 창작자다. 그룹은 이들이 자신의 비전을 제약 없이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책임 있는 방식으로 생산한 소재를 제공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케어링은 전 세계 2백5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협업해왔다. 그 결과로 발렌시아가는 이탈리아의 스타트업 스킴(SQIM)과 협력해 균사체로 만든 코트를 선보이고, 재생 농법으로 재배한 아바카 바나나(Abacá banana) 소재의 생분해성 섬유인 바나나텍스Ⓡ(BananatexⓇ)로 제작한 트리플 S 스니커즈를 공개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지속 가능한 섬유 솔루션을 제안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중국에서 ‘케어링 제너레이션 어워드(Kering Generation Award)’를 출범했고, 올해는 그 개념을 주얼리 부문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변화를 이끄는 일에는 언제나 큰 열정과 에너지가 필요한데, 어떻게 유지하나?
진심과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에너지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물론 언제나 좋은 날만 있는 건 아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고, 지치는 순간 역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더 큰 동력이 있다. 우리의 아이들,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서 이미 기후변화로 인해 비극적 현실을 맞닥뜨린 이들에 대한 책임 의식 같은 것들 말이다. 새로운 세대에서 받는 긍정적 기운 또한 크다. 케어링은 프랑스 패션 학교(IFM)와 함께 5년 전 업계 최초로 ‘지속 가능성 석좌(Sustainability Chair)’를 신설했으며,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거는 기대보다 우리의 도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책임은 언제나 기성세대의 것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