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미 작가의 새 장편소설 <세이프 시티>는 인간 정체성에 대한 위협이 담긴 서사를 통해 동시대의 현실을 서늘하게 직시한다.
서늘한 직시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도시의 안전 구역을 등급으로 표시하는 앱이 등장한 근미래. 손보미 작가의 새 장편소설 <세이프 시티>는 위계가 철저히 나뉜, 극명하게 분열된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각종 범죄와 혐오가 집중된 ‘엑스 구역’을 찾아간 전직 경찰 ‘그녀’가 여자 화장실을 파괴하는 연쇄 사건에 개입하며 시작되는 이야기. 범인이 검거되자, 그를 ‘기억 교정 기술’의 첫 번째 시험 대상으로 삼아 범죄를 예방하고 트라우마를 치료하겠다는 시장의 발표는 대대적인 여론전으로 이어지며 파장을 일으킨다. 왜곡된 진실에 둘러싸인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권력의 영향력과 기술의 윤리적 한계, 젠더 폭력의 교차점에서 긴박하게 펼쳐진다. 신체와 인간 정체성에 대한 위협이 담긴 서사를 통해 ‘안전한 도시’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동시대의 현실을 날카롭고도 서늘하게 직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