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라메이징 케어는 피부와 몸, 나아가 마음의 상태까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결과다.

최근 뷰티업계에서는 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인플라메이징(Inflammaging)이 주목받고 있다. 염증을 뜻하는 인플라메이션(inflammation)과 노화를 뜻하는 에이징(aging)을 합친 이 용어는 염증으로 인해 유발되는 노화를 의미한다. 2000년대 초 이탈리아의 클라우디오 프란체스키(Claudio Franceschi) 교수가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노화가 진행되면 우리 몸은 강도가 세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염증 반응, 즉 ‘만성 저강도 염증’ 상태에 돌입한다. 이는 심혈관 질환, 암, 치매, 당뇨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면역 기능을 강화하고 염증을 조절하는 것이 노화와 질병 예방의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한때 생물학과 의학 연구 영역에 머물던 인플라메이징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면역과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생활 습관 변화를 타고 자연스럽게 라이프스타일과 웰니스까지 범위을 넓혔다. 특히 외부 자극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피부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므로 인플라메이징 케어가 안티에이징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고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세포의 재생 속도는 저하되는데, 그 결과 DNA 손상과 단백질 변성이 누적되면서 신체 변화가 나타나고 결국엔 그 기능을 점차 잃게 된다. 생물학적으로 노화는 멈출 수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 셈.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피부 속에서도 노화는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자외선, 미세먼지, 오염 물질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이 피부 표면에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고, 수면 부족, 불균형한 식습관, 호르몬 변화 같은 내부 요인 역시 피부의 방어 체계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기 때문. 자극이 잦아들면 염증도 진정되지만, 현대인의 생활 환경에서는 이런 자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안티에이징은 주름 완화나 리프팅처럼 눈에 띄는 변화를 목표로 레티놀이나 AHA·BHA, 고농도와 고함량의 비타민 C 등 고기능성 성분을 활용해 즉각 효과를 나타내는 방식에 주목했다. 이러한 방식은 효과는 클 수 있으나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어 민감성 피부에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반면에 인플라메이징 케어는 노화의 근본 원인인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핵심은 피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염증을 억제하고, 장벽을 견고하게 다지는 포뮬러다. 대표 성분인 병풀 추출물과 마데카소사이드는 염증 매개 물질 생성을 억제해 만성 염증을 줄이고, EGCG(녹차 추출물)는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 노화를 늦춘다. 또한 판테놀과 프로바이오틱스는 피부 장벽과 마이크로바이옴을 동시에 강화해 피부 면역의 균형을 되찾게 하는 효과까지 제공한다. 주름이 생기거나 탄력이 저하되기 전에 몸 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노화를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프리 에이징’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피부 건강을 지킬 수 있으면서 피부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말자.

인플라메이징 케어는 피부와 몸, 나아가 마음의 상태까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혈당 급등 등 내부 요인에 의해서도 만성 염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인플라메이징을 막을 수 있을까. 우선 먹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정제 탄수화물 대신 가공이 덜 된 통곡물 위주의 식단으로 대체하면 혈당 급등을 막을 수 있고,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과 견과류를 식단에 추가하면 피부 장벽 회복에 도움이 된다. 하루에 물을 2리터 이상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생활 습관 또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7~8시간 동안 일정하게 수면을 취하면 스트레스를 완화해 세포 재생에 도움이 되고, 잠들기 전 호흡 명상 루틴을 더하면 신경성이나 호르몬성 염증 신호를 줄일 수 있다.

더욱 효과적인 관리 방법으로는 피부과 시술이 있다. ‘제네시스’는 피부 속 진피층을 체온보다 약간 높은 온도로 데워 혈관을 안정시키고, 과도한 혈류 변동을 완화해 붉은 기와 자극을 줄인다. “피부 속에 온찜질을 해주어 환경을 편안하게 만드는 간접 항염 케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붉은 기를 가라앉히고 팽창한 모세혈관과 거친 피붓결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인 시술이죠” 비아프의원 곽동철 원장이 전하는 제네시스 시술의 장점이다. 한편 ‘LDM’은 특수한 초음파 진동을 이용해 피부 속에 미세한 물결(미세 유동)을 일으켜 림프순환을 촉진하고 노폐물 배출을 도우며 부종을 완화한다. 피부 세포막을 안정시켜 손상된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는 원리. “염증 유발 성분을 직접적으로 없애는 방식은 아니지만, 피부의 부기와 홍반을 줄이고 피부가 예민해지지 않도록 해 염증이 더 퍼지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요. 피부 속 순환을 부드럽게 정돈해 피부가 민감한 사람도 자극 걱정 없이 시술받을 수 있죠.” 곽동철 원장이 설명하는 항염 케어 시술로 피부 노화에 대비해보길.

이 흐름은 SNS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틱톡에서 #inflammaging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콘텐츠는 이미 50만 건을 넘어섰다. ‘Ever heard of inflammaging?’처럼 개념을 제시하는 설명형 틱톡부터 ‘약사의 피부 진정 루틴’을 직접 소개하는 해결형 틱톡까지. 전문가가 나서서 쉽고 빠르게 따를 수 있는 스킨케어 루틴을 설명하는데, 케어 전후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며 대중의 반응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단순히 용어를 소비하는 수준이 아니라 노화의 개념을 설명하고 케어와 루틴을 통해 실질적 행동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자리 잡으며 대중의 일상 루틴에 스며드는 중. 자극을 줄이고 환경을 다스리는 일은 내일의 삶을 오래도록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 된다. 결국 안티에이징의 해법은 시간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피부와 몸을 가장 편안한 상태로 지켜주는 데 있다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