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eptember Issue

매달 이맘때 마감 막바지의 안간힘을 쓸 때면 김동미 아트 디렉터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달엔 진짜 에디터스 레터 짧게 쓸게요. 이달에도 에너지를 다 써서… 마음을 다잡고 글을 쓸 수가 없어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익히 알려진 영화 속 풍경은 늘 당당한 걸음으로 먼저 자리를 뜨는 편집장의 쿨한 뒤태를 보여주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매달 열일하며 마감을 치러내는 편집장의 삶엔 에디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시간과 씨름하는 치열한 일상이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격무에 시달리며 분주함에 작아진 마음의 여유가 키보드에 손을 올리면 이내 한없이 부풀어 오르곤 합니다. 우선 이달에 수고한 얼굴들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쳐가죠. ‘셉템버 이슈’답게 두 가지 구성으로 진행한 스페셜 커버를 맡은 두 뷰티 디렉터들. 디올 뷰티의 앰배서더이자 매년 <마리끌레르> 9월호의 얼굴이 되어 커버를 밝혀준 블랙핑크 지수와 다시 만나 매혹적이고 대담한 비주얼을 만들어낸 김경주 뷰티 마켓 디렉터. 그리고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디올 뷰티 크리에이티브 & 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와 협업해 K-모델 뷰티 커버를 감도 높게 완성한 김상은 뷰티 비주얼 디렉터. 이 둘이 시너지를 낸 비주얼은 뷰티 커버의 어제를 잇는 오늘의 비전을 시사하는 듯합니다.
9월 초, 우리의 일상을 뜨겁게 달굴 서울아트위크를 맞아 <마리끌레르 아트 에디션>을 동시에 마감 중인 피처팀. 유선애 피처 디렉터를 필두로 강예솔, 김선희, 안유진 피처 에디터와 외부 전문가 필진이 함께 예술을 통한 놀랍고도 묵직한 울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트 에디션에 실릴 눈부신 칼럼 중 일부를 재구성한 이달의 ‘Art Special’ 섹션을 주목해주세요. 그중 ‘2025 Art Keyword’에 손꼽힌 25개의 미술계 화두를 살피다 보면, 그 주제가 상실과 회복, 자연, 연결과 공감, 공생, 생태 감수성, 탄소 발자국, 코리아 센세이션, 경이로운 여성의 힘, 원형의 뿌리, 하이브리드 트윈,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다움 등 – 예술의 경계를 넘어 이 시대와 호흡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중 AI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패션업계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패션계를 사로잡은 AI의 기능적 확장과 함께 대두한 ‘인간 고유의 사유하고 질문하는 힘’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달의 패션 리포트 기사는 질문하는 인간 ‘호모 콰렌스(Homo Quaerens)’의 자세를 강조합니다.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 속에서 창의성을 향한 사유와 장인의 손길이 더욱 가치 있게 여겨지는 시대. 우리는 어떠한 질문을 지속해야 할까요. 저는 그중 한 주제가 선한 마음이 이끌어낸 ‘선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신념에서 마리끌레르 코리아가 ‘from Woman to Woman’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김지혜 디지털 디렉터가 같은 업계에서 서로의 꿈을 향한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두 모녀를 오메가와 함께 조망했죠. 그리고 수익금 중 일부를 자오나학교(학업을 중단한 청소녀 양육 미혼모와 폭력 등 위험에 노출된 학교 밖 청소녀들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이곳의 교장 수녀님은 인사말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회가 교육에서 소외된 여성들에게 다른 기회를 주었다면 어땠을까요?” 약 1백20년 전 스페인의 한 수녀님이 던진 질문을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맞게 적용하고, 그 안에서 실천을 통해 답을 찾아간 것이죠. 이처럼 마리끌레르 코리아는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새로운 내일로 나아갈 것입니다. 뉴미디어라는 이름으로 큐레이션 플랫폼이 확장되는 디지털 시대에 단순한 플랫폼과 구분되는 ‘미디어’가 갖춰야 할 질문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마리끌레르 인터내셔널이 이끄는 저널리즘 정신을 품고 진정한
미디어로서 성장하면서 말이죠.
<마리끌레르> 9월호의 화두 – #The Art of Being #존재의 미학 #예술적 접근 #예술과 기술 -에 각 에디터들이 사유하고 질문한 결과를 다채롭게 담았으니 애정 어린 시선으로 만끽해주시기 바랍니다. 참, 마지막으로 여러분과 나눌 소식이 있습니다. 다가오는 9월 4일, 마리끌레르의 ‘Artverse A(art) Day & Night’ 이벤트가 신라호텔 영빈관의 한옥에서 펼쳐질 예정입니다. 이를 준비하며 고군분투의 여정을 보내고 있는 패션팀. (준비 과정에서 쓴소리를 한 것이 아직까지 마음이 쓰이네요. 마리 팀의 존재 자체가 아름답다고 살포시 고백하고 싶습니다.) 패션과 아트의 접점을 기획하며 정평화 패션 디렉터와 김지수, 이다은, 최인선, 신예림 패션 에디터가 여름의 끝을 잡고 풍요로운 가을날에 펼쳐질 아트 행사의 서막을 흥미롭게 준비하고 있으니 이 또한 기대해주세요. 곧 마리끌레르 인스타그램(@marieclairekorea)을 통해 연대와 환대가 어우러진 아트 나잇 초대 이벤트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혹시라도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면 부디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시길!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