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보떼 루이 비통을 통해 단지 예뻐지는 것을 넘어 진정으로 ‘나를 내보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것은 전율일 수도 있고, 조용한 자신감일 수도 있어요. 립스틱 하나, 아이섀도 하나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에 스며드는 한 장면이 되기를 바라는 거죠. 이건 시각적 변화를 넘어 감정적 연결을 만드는 일이에요.”

데임 팻 맥그라스(Dame Pat McGrath)

Interview with Dame Pat McGrath

루이 비통 뷰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그 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깊고 진실된 감정으로 기억될 거예요. 단순히 커리어가 아니라 오랜 시간 품어온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죠. 루이 비통이라는 유서 깊고 상징적인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다는 건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에요. 니콜라(니콜라 제스키에르)나 메종 경영진과 처음 대화를 나눌 때부터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동시에 마법 같았어요. 우리는 트렌드를 좇는 대신 장인정신과 의도, 그리고 ‘영혼’에 기반한 창조를 꿈꿨어요. 지금 저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팀과 함께하고 있고, 무엇보다 제 창의성을 절대적으로 신뢰해주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특별해요. 이 여정은 그야말로 기적처럼 흘러가고 있어요.

루이 비통이라는 세계 안에서 당신이 그리는 뷰티는 어떤 모습인가요? 루이 비통의 뷰티는 단지 외면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경험이에요. 저는 뷰티를 ‘감정으로서의 아름다움’, ‘장인정신으로서의 아름다움’, ‘열망으로서의 아름다움’이라고 정의해요. 모든 텍스처와 색감은 물론 패키지까지 하나하나가 메종의 혁신성과 탁월성에 대한 헌신을 담고 있어야 하죠. 그건 마치 함께 여행하고, 곁에 머물며,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뷰티여야 해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나의 감정과 생활 속에 공명하는 존재로요.

‘라 보떼 루이 비통(La Beaute Louis Vuitton)’이라 명명한 첫 컬렉션의 제품들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루이 비통 뷰티의 첫 컬렉션을 준비하며 뷰티의 핵심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립과 아이, 두 가지 카테고리에 집중했죠. 그 결과물인 ‘LV 루즈’, ‘LV 밤’, ‘LV 옴브르’는 단순한 제품을 넘어 하나의 선언이에요. 니콜라의 디자인이 전하는 메시지와 흔들림 없는 우아함, 자연스럽고 진실된 아름다움. 이런 관념을 메이크업에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우리는 그것을 ‘룩’으로 완성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얼굴에 대한 전체적인 감각으로 접근했어요. 부드러운 입술과 강렬한 눈매, 혹은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고요. 컬렉션 자체로 하나의 개성이며, 오늘날의 여성성을 대변하는 뷰티 언어예요.

라 보떼 루이 비통의 제품들은 어떤 순간에 어울릴까요? 저는 메이크업을 기분의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단지 룩을 완성하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의 언어 역할을 하죠. 그래서 이번 컬렉션은 모든 사람이 느끼는 다양한 기분과 원하는 분위기에 직관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강렬한 빛깔의 입술과 짙고 스모키한 눈매로 드라마틱한 밤을 보낼 수도 있고, 고요한 하루의 끝자락에 밤 하나만으로 충분히 위안을 받을 수도 있어요. 모든 제품이 사용하는 사람의 리듬과 감정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동시에 정체성을 더욱 선명히 드러내도록 돕죠. 이것이 진정한 ‘모던 뷰티’일 테니까요.

이 첫 컬렉션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번 컬렉션은 단순히 루이 비통 뷰티 라인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메종의 스토리 안에 새로운 장을 여는 일이었어요. 저는 이 컬렉션이 하우스의 옷과 가방, 유산들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길 바랐고,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뷰티가 되길 바랐어요. 가죽의 결에서 느껴지는 텍스처, 모델의 피부 위에 드리우는 빛의 흐름까지 모든 요소가 정밀하게 계산된 의도와 감성으로 연결되어야 했어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손이 가면서도 여전히 특별한 타임리스 오브제로 남기를 바라요.

립스틱의 다채로운 텍스처를 구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다양한 실험을 거친 라 보떼 루이 비통.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오랜 인연을 이어왔죠. 이번 뷰티 브랜드 론칭에도 그 관계가 반영되었나요? 니콜라와 협업하는 건 늘 전율이 흐르는 경험이에요. 두 개의 창조적 세계가 강하게 충돌하면서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랄까요. 그는 시즌마다 무드 보드, 스케치, 실루엣과 함께 저를 찾아오고, 그 순간부터 마법이 시작돼요. 저는 대담한 룩부터 아직 존재하지 않는 메이크업까지 실험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테스트와 논의를 거쳐 최종 룩을 완성하죠. 우리가 함께 만드는 세계는 단지 런웨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라 보떼 루이 비통이라는 이름 아래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감각적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루이 비통의 하우스 코드를 메이크업에 어떻게 반영했나요? 메종의 코드를 반영한다는 건 단순히 상징이나 모노그램을 재현하는 걸 의미하지 않아요. 저는 루이 비통이 품은 정신, 즉 여행, 움직임, 자유, 발견이라는 키워드를 메이크업 언어로 번역하고 싶었어요. 나와 함께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화하며, 나의 영혼을 표현해주는 립스틱. 그것이 진짜 루이 비통의 철학을 담은 오브제라고 생각했죠. 우리는 아카이브를 연구하고, 니콜라의 런웨이 세계를 깊이 있게 해석하며, 전통과 현재를 잇는 다리를 만들었어요. 모든 텍스처와 컬러는 세심한 의도와 집념 속에서 완성되었습니다.

루이 비통은 예전부터 뷰티와 깊은 관계를 맺어왔죠. 이런 유산이 이번 컬렉션에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루이 비통은 오래전부터 뷰티가 삶이라는 여정의 일부임을 잘 알고 있었어요. 1920년대에 이미 베니티 케이스를 디자인했고, 그것은 단순히 실용적인 수납을 넘어 우아함과 독립의 상징이었죠. 저는 이 정신을 오늘날의 현대적 리듬으로 이어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립스틱 트렁크, 아이섀도 팔레트, 코스메틱 파우치까지, 모든 요소에 유산의 아름다움을 녹여냈죠. 단지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기능성과 감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재해석을 목표로 했어요.

팻 맥그라스 랩스(Pat McGrath Labs)는 실험적이고 대담한 텍스처로 유명하죠. 이런 텍스처를 라 보떼 루이 비통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대담성, 실험성, 포용성은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뷰티의 본질이에요. 이번 컬렉션에는 14종의 누드 립 컬러, 8종의 아이섀도 팔레트가 있고, 각각의 팔레트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세 가지 컬러와 하나의 반전 컬러로 이뤄져 있어요. 여기에 벨벳 질감의 매트부터 몰튼 글리터까지 여섯 가지 피니시를 더해 자유로운 조합과 레이어링이 가능하죠. 저는 ‘LV’의 로마숫자에서 영감 받아 ‘55’라는 상징을 담았고, 이처럼 의미의 층위가 존재하는 컬렉션이 진정한 감각의 세계를 완성한다고 믿어요.

개인적인 질문을 하나 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당신을 단순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아니라 예술가로 받아들입니다. 오늘날 예술가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요? 오늘날의 예술가는 두려움 없이 상상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그리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저는 언제나 메이크업을 ‘가면’이 아닌 ‘매개체’로 여겨왔어요. 그것은 회화이기도 하고 조각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현실을 바꾸는 하나의 언어예요. 진정한 예술은 의도에서 시작돼요. 가장 소박한 제스처가 가장 강력할 수 있고, 때로는 과감성만이 유일하게 어울리는 표현이 되기도 하죠. 중요한 건 그것이 진짜 당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라 보떼 루이 비통을 접한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길 바라나요? 저는 사람들이 라 보떼 루이 비통을 통해 단지 예뻐지는 것을 넘어 진정으로 ‘나를 내보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것은 전율일 수도 있고, 조용한 자신감일 수도 있어요. 립스틱 하나, 아이섀도 하나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에 스며드는 한 장면이 되기를 바라는 거죠. 이건 시각적 변화를 넘어 감정적 연결을 만드는 일이에요.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과의 연결, 나의 정체성과의 연결, 나아가 이 아름다운 유산과의 연결. 이것이 바로 진정한 뷰티의 힘이라고 믿습니다.

리필 케이스에도 하우스의 상징인 모노그램을 새겨 작은 부분에까지 정체성을 불어넣었다.
새틴, 매트 두 가지 텍스처와 55가지 셰이드로 구성한 LV 루즈. 팻 맥그라스의 대담함과 포용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