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IS VUITTON 쉬르 라 루트. 100ml, 가격 미정.

발레리나 슈즈 Louis Vuitton.

주변의 향을 유독 빠르게 캐치하곤 했다. 그때부터 문득문득 궁금했다. ‘나는 어떤 향을 가진 사람일까?’, 그리고 ‘어떤 향이 나에게 어울릴까?’ 그러다 보니 단순히 좋은 향이 아니라, 이를 통해 어떤 인상과 이미지를 남길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루이 비통의 쉬르 라 루트는 지금까지 만난 향 중 나의 취향에 가장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이 향을 맡고 있으면, 거침없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멋진 이의 실루엣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간결하면서도 은근한 힘이 느껴지고, 존재감은 분명하게 말이다. 베르가모트를 중심으로 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조는 흔할 수 있지만, 쉬르 라 루트는 분명 다르다. 첫인상은 베르가모트와 레몬이 섞인 듯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강하게 밀려오는데, 전형적인 시트러스 향조라기보다는 잘 다듬은 잔디 위를 걷는 듯 생생한 그리너리 향이 함께 퍼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레더 노트가 조용히, 그러나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흔히 남성 향수에서 느껴지는 무겁고 우디한 가죽 향이 아니라 깔끔하게 정돈된 레더의 결이 오히려 부드럽고 세련되게 다가온다. 결국 이 향은 담백하지만 분명한 개성과 힘을 지닌 향수다. 쉬르 라 루트를 입는 순간, 오랫동안 동경해온 쿨한 이상형의 모습에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든다. 자신감이 은근하면서도 단단하게 차오르는 순간. 독특하지만 과하지 않고, 도전적이지만 낯설지 않다. 그래서 오래도록 내 화장대 위에 머물 향수가 될 것 같다.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 송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