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나온 발자취를 기념하며 어느 때보다 성대한 축제의 막을 올린다.
아시아 전역에서 도착한 다채로운 신작과 세계적인 거장들의 수작, 한국 영화의 확장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스크린을 수놓는다. 올해 부산은 다시 한번 영화의 힘으로 도시를 환히 밝힌다.

다시 도약하며

EDITOR 안유진

제3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영화제로서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포부를 품고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며 포문을 연다. 변화의 중심에는 단연 경쟁 부문 신설이 있다.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 대만, 이란, 타지키스탄, 스리랑카 등 아시아 전역에서 제작된 작품 14편을 선정해, 아시아의 시선으로 동시대 아시아 영화의 흐름을 조명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현시점에 한국 영화계의 가장 뜨거운 화제작인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 없다>를 시작으로 64개국에서 제작한 2백41편의 공식 초청작과 87편의 커뮤니티비프 상영작을 선보인다. 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할 폐막작의 영예는 경쟁 부문 선정작 가운데 ‘부산 어워드’ 대상을 거머쥔 작품에 돌아가며, 폐막식 현장에서 상영된다. 이 밖에도 세계적 거장들의 신작과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입증한 화제작, 국가와 형식의 경계를 넘어 확장하는 한국 작품까지 두루 선보인다.

차이밍량 감독의 <안녕, 용문객잔>.
올해 경쟁 부문 상영작으로 선정된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4편의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이자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의 주인공인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 괴물의 형상을 빌려 인간의 본질을 말하는 스토리텔링의 대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의 신작 <프랑켄슈타인>, 가부키 무대를 영화적 언어로 재해석해 일본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상일 감독의 <국보>, 작가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차세대 한국 감독으로 떠오른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가 소개된다.

일본의 신예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고양이를 놀아줘>.
개봉 60주년을 맞은 이탈리아의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호주머니 속의 주먹>.

30주년을 기념해 특별기획 프로그램의 비중도 예년에 비해 대폭 확대했다. ‘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에서는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아시아 영화 1백 편 중 10편을 상영하며 감독과 배우가 부산을 찾아 작품을 직접 선보이는 기회를 마련한다. 이 밖에도 한국의 신예 여성 감독 5인이 자신의 영화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한국 영화를 선정해 선배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우리들의 작은 역사, 미래를 부탁해!’, 이탈리아의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마르코 벨로키오, 주먹의 영화’, 세계적 배우이자 감독으로도 활약 중인 줄리엣 비노쉬를 조명한 ‘줄리엣 비노쉬, 움직이는 감정’, 문화예술계 명사들이 애정을 품은 영화를 선정해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는 ‘까르뜨 블랑슈’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아이콘’ 섹션에서 선보이는 라슬로 네메스 감독의 7년 만의 신작 <나의 이름은>.

특별상영에서는 올해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에 빛나는 정지영 감독의 대표작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를 비롯해 현대 누아르의 정점으로 꼽히는 마이클 만 감독의 대표작 <히트>, 부산국제영화제의 기틀을 다진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이 생애 처음 메가폰을 잡은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를 상영하며 지난해의 기조를 잇는다.

한국 영화를 둘러싼 위기론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는 30회에 걸쳐 매해 빠짐없이 영화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품은 채 전 세계 영화인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지켜왔다. 그 굳건한 세월을 증명하듯, 올해 영화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작품과 영화인들을 다시 소환해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