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부산의 열흘이 관객과 영화인의 활기로 가득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프로그래머들의 열정과 헌신이 분명히 자리한다. 세계의 기쁨과 아픔에 다가가고, 강단 있는 패기로 무장하고, 일상 또는 시대에 필요한 사유를 전하는 작품들을 폭넓게 살피며 영화의 본질에 대해 부단히 고민해온 사람들. 올해도 풍성한 라인업을 준비한 7인의 프로그래머가 개인적인 애정을 담아 추천작 5편을 전해왔다. 서른 번째 영화 축제의 스크린 너머로, 저마다의 감상이 극장을 다채롭게 채워주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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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 프로그래머
올해의 경향 관객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리퀘스트 시네마’가 제30회를 기념해 역대 상영작을 신청받았다. <형사> 20주년, <초인> 10주년, <무뢰한> 10주년, <바닷마을 다이어리> 10주년. 지금 관객이 사랑하는 영화의 목록이다. 영화계 화두 기획이 사라졌고, 예측 가능성이 희미해졌으며, 감독 또는 배우라는 흥행 보증수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무엇보다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대한 지원 체계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투자를 받기 힘든 상황에서 리메이크만 찾다 보면 영화의 다양성이 사라질 것이다.
프로그래머의 일과 삶 프로그래머가 문화의 씨앗을 뿌리고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훗날 우거질 다음 세대의 숲을 조성하는 게 영화제의 일이라면, 영화를 보며 묘목을 살피고, 거목을 상상하고, 열매도 채집하고, 창과 통로도 내면서 살고 싶다.
부국제의 30년 1996년 9월 13일,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이 열렸다. 당시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 모인 5천 명의 관객은 야외 상영이라는 색다른 경험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부국제의 의미 있는 순간.
영화를 통한 만남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린다. 올해 커뮤니티비프의 ‘마스터톡’은 <사바하>에 대해 ‘슬픔에 가까운 쓸쓸한 영화’라고 평한 박정민 배우, 장재현 감독과 영화를 보며 수다 떠는 자리를 마련한다. 같은 계절, 화면, 마음을 공유하는 영화제에서 고독한 주인공의 모험을 함께 지켜보자.

감독 30인 <프로젝트 30>
남포동에서 3일간 진행되는 ‘한예종 영상원 30주년 특별전’을 통해 옴니버스영화 <프로젝트 30>이 공개된다. 정재은, 이경미, 임선애, 윤가은, 이종필, 남궁선, 김도영 등이 함께했다.


박지윤 <어느새 부는 바람>
전포역(2호선)과 스페이스 별일에서 청춘을 주제로 단편영화를 상영한다. <어느새 부는 바람>을 비롯한 11편을 성의 있게 선정했다.

스티븐 달드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스크린과 무대를 오가는 감독이 독일 헌법학자이자 법관이 쓴 동명의 소설을 지난한 과정을 거쳐 영화화했다. 케이트 윈슬렛에게 오스카상을 안긴 작품.

다케노우치 카즈히사, 마츠모토 레이지 <인터스텔라 5555>
다프트 펑크의 팬이라면, 이 영화가 부산으로 향해야 할 이유다. 도쿄행 기차에서 <은하철도 999>를 구상했다는 일본 만화의 거장 마츠모토 레이지의 세계관과 밴드의 앨범 <Discovery>가 만났다.

마이클 스피어리그, 피터 스피어리그 <타임 패러독스>
SF 거장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단편 <너희 모든 좀비는>을 스크린으로 옮긴 에단 호크 주연의 시간 여행 스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