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현지 시각), 생 로랑(Saint Laurent)이 에펠탑의 불빛 아래 2026 S/S 파리 패션 위크 첫날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에펠탑 맞은편, 트로카데로 광장(Place du Trocadéro)에 마련된 쇼장은 흰 수국으로 YSL 로고를 조형한 프렌치 가든으로 꾸며졌는데요. 밤하늘을 수놓은 에펠탑의 점등과 함께 정원의 중심에서 쇼가 펼쳐졌습니다. 런웨이의 시작을 알리기 전부터 쇼장에는 전 세계 패션·문화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냈죠.

슈퍼모델부터 배우, 팝 스타까지 각기 다른 영역의 아이콘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프런트 로에는 팝의 여왕 마돈나(Madonna)와 그의 딸 루데스 레온(Lourdes Leon)을 비롯해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 찰리 xcx(Charli xcx), 블랙핑크 로제 등 글로벌 셀러브리티들이 자리해 쇼에 화려함을 더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로제는 연한 블루 톤의 레이스와 실크로 이루어진 점프슈트를 입고 등장해 단연 눈길을 끌었는데요. 은은한 광택과 섬세한 텍스처가 로제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생로랑의 무대와 완벽한 조화를 이뤘죠.

에펠탑의 황금빛 불빛 아래 펼쳐진 지난밤의 생 로랑 쇼. 그 어느 때보다 눈부셨던 파리의 밤을 마리끌레르가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지금 바로 영상으로 확인해 보세요.

생 로랑 2026 S/S 여성 컬렉션은 1970~80년대의 파워 숄더와 에로틱 서브버전스를 결합한 것이 특징인데요.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는 튈르리 정원의 동성애 문화 코드인 ‘크루징(cruising)’을 현대 여성의 주체성으로 재해석했다고 밝혔습니다.

런웨이는 하드 레더, 나일론, 러플 드레스로 이어지는 강→약의 서사로 전개됐는데요. 오프닝을 포함한 초반에는 파워 숄더가 돋보이는 블랙 레더 테일러링과 바이커 재킷, 펜슬 스커트, 과장된 화이트 타이 블라우스로 권위적인 분위기를 강조했습니다. 중반부로 넘어가면서는 슬릭한 질감의 반투명 나일론 트렌치와 드레스가 피부의 윤곽을 은근히 드러내며 긴장감을 낮추고 유연한 몸의 흐름을 만들어냈죠. 피날레에서는 경량 나일론을 층층이 겹쳐 완성한 거대한 러플과 볼륨 드레스가 바람을 타고 흐르며 로맨틱하게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쇼는 강인함과 부드러움, 두 가지의 상반된 분위기를 스펙트럼처럼 배치하며 ‘시선을 통제하는 주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시각화했는데요. 생 로랑은 이를 통해 권력과 시선의 주체를 전복하겠다는 메시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