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위의 이야기는 관객의 시선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영화를 사랑하는 문화 예술계 인물 10인에게 영화에 관한 10개의 질문을 던졌다.
‘지금 떠오르는 영화의 한 장면’부터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까지.
10명의 관객이 전해온 답변 속에는 영화를 완성한, 그들 각자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맛깔손

그래픽디자이너

스튜디오 MHTL의 대표. 주로 영화, 미술, 음악에 관한 그래픽디자인 작업을 한다. 영화 <기생충>의 각본집과 스토리 보드북 세트, <아가씨> 사진집을 디자인했으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맡았다.

<서스페리아>

최근 1년간 가장 큰 놀라움을 안긴 영화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 루카 구아 다니노가 리메이크한 <서스페리아>를 먼저 접한 후 최근 오리지널 작품을 찾아서 봤다. 유리창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하는 오프닝 신이 강렬했는데, 붉은 조명과 부서지는 유리 파편, 이탈리아 밴드 고블린의 불안한 음악이 맞물려 하나의 시청각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전장의 크리스마스>

하루 종일 영화 한 편을 반복 재생한다면
오시마 나기사의 <전장의 크리스마스>. 데이비드 보위와 사카모토 류이치의 투 샷을 계속 보고 싶다.

<플래닛 테러>

지금 떠오르는 영화의 한 장면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플래닛 테러>. 주인공 체리(로즈 맥가윈)가 다리를 잃은 뒤, 기관총을 의족처럼 장착하고 좀비 무리를 학살하는 장면이 바로 떠오른다. 요즘 나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걸까.

<애프터 양>

외우고 있는 대사
“노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애벌레가 ‘끝’이라 부르는 순간을, 세상은 ‘나비’라 부른다고.” <애프터 양>에서 양(저스틴 H. 민)이 한 말. 완전히 외우진 못하지만 좋아하는 대사다.

가장 좋아하는 사운드트랙
호소노 하루오미의 앨범 <Manbiki Kazoku>.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 OST다. ‘The Park’, ‘Beach’ 같은 트랙은 공간의 분위기나 신에 담긴 공허감, 상실감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듣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온도나 질감을 떠올리게 한다.

<하우스>

가장 완벽한 영화 포스터
오바야시 노부히코의 <하우스>.

<블레이드 러너>

무조건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블레이드 러너>를 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더 좋았다. 레트로 퓨처리즘의 세계관은 영화관의 스크린과 사운드를 만날 때 빛을 발한다.

<버팔로 66>

만나고 싶은 영화 속 인물
<버팔로 66>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빈센트 갈로. 같이 스티커 사진 찍고 싶다.

한 명의 감독을 만날 수 있다면
스파이크 존즈. 팻보이 슬림이나 비요크 등 1990년대 MTV 시절의 뮤직비디오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중경상림>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
초등학생 때 접한 <중경삼림>. 영화를 보고 1990년대 초반의 홍콩 도심의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다국어가 뒤섞여 혼종되어 있는 문화, 화려하지만 고독한 이미지, 이색적인 미장센이 아주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