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위의 이야기는 관객의 시선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영화를 사랑하는 문화 예술계 인물 10인에게 영화에 관한 10개의 질문을 던졌다.
‘지금 떠오르는 영화의 한 장면’부터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까지.
10명의 관객이 전해온 답변 속에는 영화를 완성한, 그들 각자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허가영

영화 감독

노인 여성의 사랑과 욕망을 다룬 단편영화 <첫여름>으로 제78회 칸영화제 라 시네프 부문 1등상을 수상했다. 영화 <첫여름>은 지난 8월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여름정원>

최근 1년간 가장 큰 놀라움을 안긴 영화
소마이 신지의 <여름정원>. 대사와 인물이 차곡차곡 쌓이는 각본의 힘, 유려하면서도 영리한 연출, 인간을 끌어안으면서도 서늘하게 내리치는 깊이 있는 시선에 매료되었다. 감독으로서 질투가 나면서 어쩐지 분해 지는 영화.

<로마>

하루 종일 영화 한 편을 반복 재생한다면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지나치게 아름답고, 고요하게 흘러가는 흑백영화라면 종일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떠오르는 영화의 한 장면
<밀레니엄 맘보>의 첫 시퀀스. 배우 서기의 눈망울이 떠오른다.

외우고 있는 대사
“라면… 먹고 갈래요?”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은수(이영애)가 상우(유지태)에게 한 말. 어쩐지 인생을 관통하는 대사 같다.

가장 좋아하는 사운드트랙
엔니오 모리코네가 만든, 영화 <미션>의 OST ‘The Mission’. 10대 시절에 처음 들으면서 느꼈던 충격과 경이를 여전히 잊지 못한다.

<추락의 해부>

가장 완벽한 포스터
쥐스틴 트리에의 <추락의 해부>. 영화를 보기 전에도, 보고 나서도 포스터 한 장만으로 이 영화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 안에서 살고 싶다’고 느낀 작품
<엑스맨> 시리즈. 나도 돌연변이가 되어보고 싶다.

<친절한 금자씨>

만나고 싶은 영화 속 인물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이영애). 같이 술 한잔 하고 싶다.

한 명의 감독을 만날 수 있다면
아녜스 바르다. 그와 여성 영화인의 삶에 대해 실컷 대화해보고 싶고, 그가 영화 찍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싶다.

<로제타>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 나 역시 다르덴 키즈다. 영화가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카메라는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연출자는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영화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가르쳐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