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법에 대하여

어폐가 있어 보이지만, 요즘 젊고 어린 Z세대일수록 건강한 삶에 대한 열망이 진지하다는 사실을 아는지. 아침마다 프로틴 파우더와 이너 뷰티 보조제를 챙겨 먹고, 수면 앱으로 깊은 잠의 질을 관리하며, 단계별 스킨케어 루틴으로 하루의 리듬을 정돈한다. 불안을 줄이기 위해 아로마나 요가, 짧은 명상 같은 심리적 루틴을 일상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실제로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민텔(Mintel)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의 60% 이상이 “웰니스는 일상적 습관”이라고 응답했으며, 이너 뷰티 제품이나 마인드풀니스 앱 사용 비율도 다른 세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가 왜 이렇게 ‘잘 사는 법’에 집착하는 걸까. 취업 경쟁과 불안정한 일자리, 여기에 끊임없이 비교되는 디지털 문화까지. 불확실한 삶에서 안전망은 바깥이 아니라 스스로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 흔들리는 사회와 경제, 끊임없이 비교를 부추기는 디지털 문화 속에서 외부의 기준은 더 이상 믿을 만한 지표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이들은 가장 손에 닿는 영역이자 존재의 필수 요소인 의식주, 즉 무엇을 먹고, 어떻게 자며, 어떤 리추얼로 자신을 돌볼 것인지를 관통하는 생활 패턴에 집중해 자신을 지키고 위안을 얻는다. 자기 관리는 곧 자기 보호이고, 자기 돌봄은 곧 삶을 버티는 힘이 된다.

 

어제가 아닌 오늘의 웰니스

하나의 트렌드처럼 보이는 웰니스는 사실 꽤 오래전에 대두한 인간의 본능적인 갈망이다. 과거의 웰니스는 요가와 명상, 스파와 디톡스 같은 전통적 치유 방식에서 출발했지만, 도시 속에서는 더 과학적이고 기능적인 접근으로 변화했다. 하버드 의대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의 ‘이완 반응(Relaxation Response)’ 연구에서 명상의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입증되면서 마음 챙김(Mindfulness)은 과학적 웰니스로 자리 잡았고, 여러 호텔과 리조트는 스파 산업을 확장하며 힐링 공간으로 내세웠다. 2000년대에는 주스 클렌즈와 디톡스 다이어트가 해독이라는 키워드로 각광받으며 할리우드와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었고, 콜라겐이나 비타민 같은 기능성 보조제가 피부와 몸을 직접적으로 건강하게 바꿔준다는 약속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현재 웰니스는 어떤 흐름을 나타낼까? 젊은 세대는 도시보다 오히려 대지와 바람, 햇살 같은 자연의 메타포에 매력을 느끼며, ‘진정한 회복은 자연 속에서’라는 원초적 내러티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웰니스는 서부로 향하고 있다. 웰니스가 서부를 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피로와 과잉으로 점철된 도시 속 인위적 휴식이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광활한 대지 위 자유롭고 독립적인 카우보이의 이미지를 모티프로 삼아 자기 회복과 심리적 치유를 도모한다.

 

자연 치유와 회복력, 자기 책임, 심플한 삶이라는 프런티어 정신으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본질을 잊지 말라는 삶의 방향성을 제안한다. 앞으로의 웰니스가 나아가야 할 본질적인 길을 보여주면서.

 

원초적 내러티브로의 회귀

태초의 인간이 자연에서 출발했듯, 과학적 솔루션보다는 감성과 경험 중심의 웰니스로 이동하고 있다. 이 움직임은 광활한 대지와 자유, 자기 책임을 상징하는 서부 코드로 구체화되었고, 서부의 상징 카우보이로 발현되었다. 실제로 최근 웰니스 여행지는 번화한 관광지가 아니라, 오롯이 자연 속 고립된 공간에서 진정한 쉼을 제공하는 곳들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유타주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아만기리(Amangiri)는 도시의 소음을 배제한 채 광활한 바위와 모래언덕, 밤이 되면 선명하게 반짝이는 별빛과 바람만으로 회복을 경험하게 한다. 이를 위해 사운드 배스, 별 관측 등 자연에 기반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는 곧 ‘카우보이 코어(Cowboy Core)’라는 트렌드로 확장되며, 자연 치유, 회복력, 자기 책임, 단순한 삶을 중시하는 프런티어 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드넓은 자연에서 대지가 주는 에너지를 느끼고, 그곳에서 위로와 자유를 얻으며, 심리적으로 연결되는 방식. 결국 카우보이 코어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회복하는 서사를 상징하는 새로운 언어이자 대안이 되어준다.

자유, 그리고 광활한 대지로의 회귀, 이 두 가지를 접목한 카우보이 코어는 더 이상 과거의 마초적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기에 음악과 미디어에서도 카우보이 코어를 현대적으로, 그리고 젠더플루이드하게 재해석한 콘텐츠가 쏟아지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카우보이는 외려 ‘쿨한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대표적인 예로 비욘세의 앨범 는 서부 코드를 음악적, 시각적으로 풀어낸 작품. 아메리칸 웨스턴, 컨트리 팝 장르를 녹여 곡마다 서부영화를 연상시킨다. 현대판 서부극이라는 평과 함께 미국 최대 히트작이 된 드라마 시리즈 <옐로스톤>은 넷플릭스의 영향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목가적인 삶과 대자연으로의 회귀를 재조명했다. 이어 틱톡에서는 #cowboycore, #cowboycopper 해시태그가 확산하며 카우걸의 쿨한 이미지가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번져갔다. 이 모든 흐름이 겹치며 서부는 낡은 향수가 아니라 오늘날의 감각 속에서 자연스럽고도 쿨한 정체성으로 새롭게 자리 잡게 되었다.

 

대자연에 시선을 두다

헤일리 비버 스무디로 명성을 얻으며 Z세대가 추구하는 웰니스 시장을 제대로 겨냥한 에레혼(Erewhon)은 미국의 대표적인 유기농 마켓이다. 이곳은 단순히 장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물건을 고르며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스스로 선택하고 집중하는 태도를 요구한다. 복합한 도시 속 마트와는 다른 감성과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인 셈. 그래서 에레혼은 Z세대에게 경험의 무대이기도 하다. 운동복을 입고 20달러짜리 스무디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자기 관리와 웰니스 라이프를 드러내는 상징이 된다. ‘목장에서 바로 온 강인한 회복력’이라는 철학을 내세우며 Z세대에게 원초적이고 심플한 자기 돌봄의 방식을 제안하는 초유 기반 보충제 브랜드 카우보이 컬로스트럼(Cowboy Colostrum) 또한 에레혼 마켓의 인기 제품 중 하나. 자연의 원초적 감각을 살리면서 유기농 리테일 입점 등을 통해 감각적인 웰니스 브랜드로 떠올랐다. 또한 미국 서부와 뷰티가 만나 탄생한 미국 스킨케어 브랜드 카우보이앤코(Cowboy & Co.)도 주목할 만하다. 브랜드의 설립자 에디나(Edina)는 미국 서부에서 자란 뿌리에서 영감 받아 집처럼 편안한 농장 생활과 대자연으로의 회귀를 염원하며 브랜드를 만들었다. 카우보이앤코의 제품들은 실제로 탤로를 기반으로 만든 유기농 스킨케어 라인으로, 인위적인 첨가물을 최소화하고 원재료의 힘에 집중했다. 제품의 성분은 단순하면서도 강인한 프런티어 정신을 그대로 담아낸다. 카우보이 코어가 지향하는 가치인 자연 치유, 회복력, 자기 책임과 맞닿아 있다. 결국 카우보이 코어가 지향하는 것은 트렌드 미학이나 스타일이 아니다. 자연 치유와 회복력, 자기 책임, 심플한 삶이라는 프런티어 정신으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본질을 잊지 말라는 삶의 방향성을 제안하면서 앞으로의 웰니스가 나아가야 할 본질적인 길을 보여준다. 웰니스는 이제 기능적 효과를 넘어 어떤 세계관으로 자신을 지탱할 것인지 묻는 선택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Z세대가 주목한 ‘카우보이 코어’는 그에 대한 답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도시를 넘어 광활한 대지로, 인위적 관리에서 감성적 회복으로 이동하는 이 흐름은 ‘잘 사는 법’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