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의 자태엔 시간 위에 쌓인 고전의 품격과 절제된 우아함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크리스챤 디올 뷰티(CHRISTIAN DIOR BEAUTY) 디올쇼 5 꿀뢰르 – 미스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664 와일드 베이지의 라이트 브라운 컬러를 눈가에 펴 바른 뒤, 딥한 모카 컬러를 아이홀을 따라 블렌딩했다. 눈머리부터 눈두덩이까지 같은 팔레트의 화이트 펄을 터치해 깊이를 더하고, 샬롯 틸버리(CHARLOTTE TILBURY) 락앤콜 #베드룸 블랙으로 또렷한 캐츠아이 형태의 라인을 그렸다. 나스(NARS) 라구나 브론징 파우더 02를 광대뼈를 따라 터치해 얼굴의 전체적인 윤곽을 살린 뒤, 바비 브라운(BOBBI BROWN) 럭스 립스틱 페일 모브를 입술에 발라 고혹적인 룩을 완성했다.

레이스 보디수트와 볼드한 이어링 모두 Dolce & Gabbana.

지난 5월에 개인 유튜브 채널 <숙스러운 미숙씨>을 오픈했어요. 새로운 삶을 시작한 기분이랄까요? 터닝 포인트가 됐죠.

배우님 아니면 선생님 혹은 미숙 님으로 불리는 게 익숙할 텐데, 채널명에 ‘미숙씨’를 쓴 이유가 궁금합니다. 씨라는 호칭 너무 좋지 않아요? 어쩐지 친근하잖아요. 유튜브를 하며 여러모로 느낀 점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제가 아직 젊은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 덕분에 ‘나 아직 올드하지 않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유튜브 콘텐츠에서는 ‘인간 이미숙’을 그대로 드러내는데, 구독자들이 오히려 친근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 좋아요.

댓글에 ‘미숙 씨’보다 언니 혹은 누나라 부르는 사람이 많던데, 이런 호칭은 어떻게 다가오나요? 너무 좋죠. 편한 언니나 누나로 생각해주는 거잖아요. 이제는 딱딱한 관계보다 편안한 사이가 더 좋거든요. 채널명의 ‘숙스러운’은 말 그대로 이미숙답다는 뜻이에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겼는데, 저는 여태까지 저답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거든요. 가끔 우리는 ‘나답다’는 게 얼마나 큰 잠재력과 가치인지 잊고 살잖아요. 한편으론 걱정도 있었어요. 과연 사람들이 내 얘기에 관심이 있을까?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기자님은 이미숙이라는 배우에 대해 어떤 생각이 있었어요?

세련되고 도회적인 배우라고 생각해요. 고마운 칭찬이지만, 그런 이미지가 유튜브라는 개인성을 드러내는 플랫폼에서 통할지 고민이 된 거죠. 어떤 면에서 너무 멋진 사람을 보면 ‘우아’ 하는 느낌이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잖아요. 제가 그렇게 멋지다는 말이 아니라, 이미숙이라는 배우가 친근한 이미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저, 그렇지 않거든요. 사람들을 웃기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할 때 다짐했어요. 이 플랫폼에서는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고. 그랬더니 우리 애들이 그러더라고요. “엄마, 너무 파격적인 거 아니야?”

<숙스러운 미숙씨>를 보면 일상을 여과 없이 공개하기도 합니다. 유튜브는 그렇게 가감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곳이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공개했죠. 그와 별개로 애들의 생각은 그런 거죠. “엄마가 배우로서 쌓은 이미지가 있는데 괜찮아?”라는 걱정. 저도 자문했어요. ‘정말 다 내려놓은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러다 결심했죠. 이왕 마음먹은 거 한번 평가를 받아보자고.

유튜브 콘텐츠는 방송이나 영화보다 반응이 즉각적인데, 이런 점은 어떻게 다가오나요? 댓글이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요. 저와 오랫동안 협업했던 분도, 학창 시절 친구들도 댓글을 남기더라고요. 그 덕분에 지난 소중한 인연의 소식도 듣고 좋아요. 유튜브를 통해 제 일상을 보여주는 것도 재밌어요. 쇼핑도 가고, 밥도 해 먹고, 여행도 가는 일상이요. 물론 배우로서 일할 때는 완벽을 추구하죠. 하지만 일상에서는 적당한 흐트러짐이 여유나 유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면을 보여주는 데 거부감은 없어요.

미국 팬덤을 관리하는 지부장이 생길 정도로 팬덤이 엄청납니다. 예전에 아이들 교육을 위해 미국에서 꽤 오래 지냈는데, 그때 친하게 지내던 학부모이자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이런 댓글을 달더라고요. 처음 채널을 오픈했을 때, 조회수가 너무 안 오르길래 ‘이거 망한 건가? ’ 싶어서 한국, 미국 등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봐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거든요.(웃음) 그러고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떴더니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올랐더라고요. 알아서 다들 찾아 봐준 거죠.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그때 감정을 모를 거예요. 얼마나 감사한지.

출발이 좋았고, 이제는 약 1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유튜브 채널이 됐어요. 운동복 차림에 에코백을 메고 다니는 수수한 모습에 구독자들이 더 큰 매력을 느낍니다. 40대까지 좋고 비싼 옷 다 입어봤거든요. 당시에는 그런 옷들이 주는 화려함이 좋았어요. 하지만 지금 시대는 그때와 다르잖아요. 명품을 걸치지 않아도 얼마든지 삶에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고요. <숙스러운 미숙씨>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해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편하고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걸 삶의 중심에 두고 살고 싶어요.

돌아보면 어떤 것에 가장 크게 소비했었나요? 옷, 신발, 가방뿐 아니라 집 욕심도 많았어요.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미국에 갔을 때도 집을 샀고, 거기서 생을 마감해도 좋을 것처럼 집 안을 물건으로 꽉꽉 채웠고요. 그렇게 물욕으로 마음을 채우다 보니 점점 공허해지더군요. 그러다 어느 순간 과감하게 욕심을 내려놓고 지금의 제 모습이 된 것 같아요. 지금은 누구도 부럽지 않아요.

삶의 신조가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즐겁게 살고 싶어요. 건강하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종종 다정한 시간을 보내면서요. 그런 사람이 많을 필요도, 만남이 잦을 필요도 없어요.

<숙스러운 미숙씨>에서 “웃지 않은 날은 실패한 날”이라 말한 게 떠오릅니다. 어느 책에서 본 문장이에요. 요즘 사람들은 일부러 잘 안 웃잖아요. 웃긴데도 잘 안 웃어.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런데 사람들도 다 알걸요? 웃으면 얼마나 행복한지요. 웃으면 무시당할 것 같고, 헤퍼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 유연한 마음가짐의 근원은 무엇인가요? 항상 자신에게 반문하거든요. 누가 제 연기가 좋다고 해도 ‘내가 여기서 안주해야 하나? 이 연기를 왜 잘했다고 하는 거지?’라며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고요.

연기하는 감정의 결이 너무 섬세해 놀라곤 했는걸요. 잘하려고 노력하죠. 만족하고 안주하는 게 낯설고 부끄러워요. 저는 후배들에게 연기를 가르치지 않아요. 오히려 요즘 후배들의 연기를 보고 배우기도 하죠. 연기를 포함한 어떤 예술 분야든 정석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대중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시대에 맞게 나아가려는 거죠. 예전에는 배우가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 주어지는 역할이 줄어드는 데 대한 반감이 있었어요. 엄마 캐릭터는 대부분 순종적이어서 여자의 삶이 없는 작품이 많았으니까요.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선배로서 제가 바꾸면 되겠다고 생각했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갔어요.

상황을 탓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내며 나아가는 마음일까요? 거창하게 말하면 그런데, 그냥 해보는 거죠. 유튜브도 마찬가지예요. 콘텐츠를 통해 사적인 일상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데 위험부담이 있는 직업을 가졌잖아요. 그래서 제가 처음 유튜브를 하겠다고 했을 때 식구들은 반대했어요. 특히 아이들은 “엄마 충분히 열심히 살았고, 이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여행도 자주 다니며 노년을 누리면 안 되겠어?”라고 했어요. 왜 다시 대중의 이슈의 중심에 뛰어들어 판단과 평가를 받으려고 하냐는 건데, 저는 성의 없이 비방하는 누군가의 말은 신경 안 쓴다고 했어요. 배우이자 연예인으로 평생을 살았잖아요. 앞으로 제가 아무리 조용히 살다 죽어도 뉴스에 나올 거란 말이죠. 결국 그랬어요. “엄마 책임이니까, 멋지게 한번 해볼게”라고.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가 각각 무려 61편과 35편이에요.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열망도 남았나요? 많이 남았죠. 로버트 드니로 못지않게 연기에 욕심이 있어요. 배우에게 좋은 연기란 영원한 숙제니까요. 만족은 없어요. 남의 인생을 연기하는 건데 어떻게 만족하겠어요. 각자의 표현으로 최선을 다하고 더 나은 연기를 갈구하는 거죠.

지난 출연 작품을 돌아보기도 하나요? 잘 안 봐요. 제가 미래지향적인 사람이거든요. 지나간 건 거기에 딱 두고 돌아보지 않아요. 다가올 내일이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후회 없이 산 것 같아요. 그만큼 매사에 최선을 다했고요.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을까 싶지만, 유독 좋아하는 출연작을 꼽는다면요? 지금보다 턱없이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당시 감독님, 작가님과 함께 최선을 다했던 제 20대 시절의 작품이 떠올라요. 더 멋진 작품을 위해 밤낮으로 온 힘을 다해 함께한 작가님, 감독님, 동료 배우들 덕분이겠죠. TV 드라마 데뷔작 <마포나루>(TBC, 1979)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성숙한 연기를 했다고 생각하는 <장희빈>(MBC, 1981)은 당시 제가 스물한 살이었는데, 40대 장희빈의 여인으로서 지닌 욕망과 질투, 그리고 권력을 뺏기지 않으려 후궁들을 대하는 태도를 연기한 게 이제 와 돌아보니 나이에 비해 깊이 있는 연기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데뷔 46년 차, 여전히 연기가 즐거우세요? 그럼요. 얼마나 짜릿한데요. 저는 대본 읽을 때 가장 행복해요.

다음 질문으로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어느 지점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여쭤보려고 했는데 이미 대답하셨네요. 지금이 좋아요. 늘 만족하며 살았고, 여전히 만족스럽거든요. 지금도 잘하고 있고,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있으니까요. 행복하고 건강하게.

배우 이미숙의 호시절은 언제나 ‘지금’이겠네요? 네, 바로 지금이죠. 돌아가고 싶은 시기도 없고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생각과 견해를 갖게 됐고, 주변의 말과 생각도 더 경청하게 됐거든요. 어느 시절에는 내가 제일 잘났다고 착각한 적도 있는데, 결국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보낸 시간을 자양분 삼아 지금의 저로 성장한 거라 믿어요.

더 바라는 게 있다면요. 삶의 목표라면 나이 아흔에도 골프를 치고 싶어요. 그러려면 건강해야겠죠. 그 말은 그 나이가 돼도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거고, 유튜브도 하고 있을 거고, 오늘처럼 인터뷰와 화보 촬영도 할 수 있다는 거니까요.

클래식과 글램 무드가 공존하는 풍성한 헤어는 수십 개의 헤어피스로 연출한 후, 다이슨(DYSON) 키토산 멀티 오즈 스타일링 스프레이로 볼륨을 한층 살렸다.

블랙 레이스 보디수트와 볼드한 이어링 모두 Dolce & Gabb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