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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우연히 만나 15일 동안 함께 여행한 커플 엘리스(Elise)와 루이(Louis)

프랑스 파리에서 광고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던 모드 샤라르는 1년 전 어느 날 직장을 그만두고 남자친구 테오(Theo)와 함께 캐나다 몬트리올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두 사람은 긴 여행을 위한 자동차를 한 대 샀고, 특별한 계획 없이 발길이 닿는대로 떠났다. 뉴욕, 펜실베이니아, 켄터키 테네시, 텍사스, 뉴멕시코, 콜로라도, 몬태나, 아이다호, 오리건, 캘리포니아, 네바다를 거치며 미국 전역 2만 킬로미터 거리의 길을 달렸다. 진정한 자유의 삶을 꿈꾸며 떠난 몇 달간의 여행 동안 작가 모드 샤라르의 낡은 필름 카메라는 우연히 마주친 연인들을 담은 사진들로 채워졌다. 지금의 남자친구와 생애 가장 열렬한 연애를 하고 있다는 작가는 자신처럼 뜨거운 사랑의 감정에 빠진 사람들을 찾아 긴 여정을 이어갔다. 여행길 한가운데서 시작된 사진 작업에 가장 큰 영감이 되어준 것은 낯선 곳에서 연인과 함께 마주한 찬란한 사랑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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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 사는 앙드레(André)와 마농(Manon). 새로 이사한 두 사람의 작은 아파트에 초대받은 날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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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커플 티파니(Typhanie)와 피오나(Fiona)는 몇 년째 꼭 붙어 지내온 친구 같은 연인이다.

‘사랑’을 사진 작업의 주제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사랑을 다루는 예술 작품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보이는 것에 비해 한층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어려운 예술적 해석을 입힌 것들이 주를 이룬다. 나는 별다른 장치 없이 사랑의 감정을 그대로 담은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고 싶었다. 마주 보는 연인의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주제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진에 담긴 연인들의 표정과 눈빛이 무척 아름답다. 이들은 어떻게 만난 사람들인가? 처음에는 가까운 친구 커플부터 찍었는데, 조금씩 작업이 확대되면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사진 작업에 참여할 커플을 찾는다는 글을 게시하면 수십 통의 메일이 온다. 신기할 정도로 제각각 다른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다. 여행 도중에는 하루 이틀 후에 도착할 도시를 SNS를 통해 알린다. 그럼 제법 많은 현지인이 메시지를 남긴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연인들과 여전히 가깝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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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가장 큰 여운을 남긴 루이종(Louison), 쥘(Jules)과 그들의 아기 라울(Raoul)

연인들의 집이나 자동차처럼 사적인 공간을 촬영 장소로 선택한 점이 흥미롭다. 온통 그들의 흔적들로 채워진 곳에서 더욱 은밀하고 솔직한 일상을 발견하고 싶었다. 새로운 커플을 만나면 곧바로 카메라를 들기보다는 그들과 충분히 교감할 때까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어디든 그들이 이끄는 곳으로 향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인은 누구인가? 프랑스에 사는 루이종(Louison)과 쥘(Jules), 그리고 두 사람의 아이 라울(Raoul)과 함께한 시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발가벗은 채로 샛노란 햇빛이 드리운 낡은 나무 마루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고 쓰다듬던 세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 순간에 전해지는 감정 자체가 너무도 황홀해서 카메라를 철수하고 그냥 가만히 앉아 감상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향한 당신의 온화한 시선이 느껴진다.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기쁜 때는 언제인가? 피사체가 되어주는 연인들이 처음엔 카메라의 시선을 조금 부담스러워하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유연해진다. 분위기가 고조되면 두 사람이 주고받는 감정의 윤곽이 선명해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그 순간이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다.

환한 햇빛과 물결, 나무 등 사진 곳곳에 배치된 자연의 모습도 돋보인다. 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햇빛이다. 플래시 같은 인공적인 조명 없이 오로지 자연광을 활용하는 편이다. 빛과 자연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장 풍성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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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위에 담요를 깔고 누워 잠이 든 엘리스와 루이

가장 큰 영감이 되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만나는 사람들의 감정 상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이미지를 구상할 때는 테렌스 맬릭(Terrence Malick) 감독의 영화나 미국 고전영화를 자주 떠올리는 편이다. 1960~70년대 미국 문화에서 영감을 찾고, 그 시대의 포크와 컨트리 음악도 즐겨 듣는다. 현대 작가로는 3년간 열차를 타고 미국 전역을 여행한 젊은 사진가 마이크 브로디(Mike Brodie), 다큐멘터리 사진가 알렉 소스(Alec Soth), 이스라엘 출신의 패션 사진 작가 가이 아로치(Guy Aroch)를 좋아한다.

진정한 자유와 사랑을 찾아 여행하는 당신의 다음 목적지가 어디일지 궁금하다. 7월에 스웨덴으로 떠난다. 북유럽에서 짧은 여행을 마치면 곧바로 프랑스 남부의 아를(Arles)에서 전시를 열 계획이다. 늦여름쯤에는 지금까지 작업한 작품을 담은 사진집 <Joe’s Road>를 출간하고, 유럽 일정을 모두 끝낸 10월에는 다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찾아 미국과 캐나다로 떠난다. 구체적인 루트는 정해두지 않았다. 지난 여행처럼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