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간 이탈리아 패션계를 대표해온 아르마니에게 바치는 가장 뜨겁고도 품격 있는 안녕.

밀라노 패션위크가 끝난 후, 브레라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밀라노에 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습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이 펼쳐졌거든요. 그제야 떠올랐습니다. 이번 시즌 패션위크의 마지막 일정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쇼가 바로 이곳에서 열렸다는 사실을요.
조르지오 아르마니 50주년 기념 전시의 제목은 Milano, per Amore. 한국어로 ‘밀라노에 바치는 사랑’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텐데요. 제목처럼 이번 전시는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자신의 삶과 커리어의 중심이었던 이 도시에 보내는 헌사였습니다.


의상들은 브레라 미술관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중세부터 19세기까지 이어지는 이탈리아 미술의 걸작들 틈에 놓인 그의 작품들은 마치 서로 다른 시간이 한 공간에서 교차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죠. 전시에는 총 120점이 넘는 작품들이 소개되었는데, 이는 아르마니/아르키비오(ARMANI/Archivio,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비전을 보존하고 전파하는 프로젝트)에 의해 선정되었습니다. 방대한 양 덕분에 아르마니의 스타일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미술사의 흐름과 함께 되짚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요. 지난 50년 동안 아르마니가 만들어온 스타일이 한 눈에 정리된, 일종의 ‘시각적 사전’을 마주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의상들에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미학을 구성하는 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테일러링의 재해석, 절제된 창의성, 자연스럽고 차분하지만 단조롭지 않은 색조, 그리고 정교한 장식과 자수까지. 이 모든 요소가 ‘절제’라는 개념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죠.


그렇다면 왜 이 전시가 브레라 미술관에서 열렸을까요? 이유는 분명합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브레라 지구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기 때문이죠. 그는 생전 이 지역을 자주 언급하며, 삶과 작업의 중심지로 삼았습니다. 문화적 깊이와 예술적 자유, 도시의 활기가 공존하는 이곳을 진심으로 아꼈다고 전해집니다. 1993년에는 브레라 미술 아카데미로부터 명예 칭호를 받기도 했고요. 이번 50주년 기념 전시가 브레라에서 열린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 놓인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보여집니다.
“우아함이란 주목받는 게 아니라, 기억되는 것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남긴 이 말처럼, 이번 전시는 그가 말하고자 했던 우아함의 철학을 조용히 증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밀라노, 페르 아모레 (Milano, per Amore)
기간 2025년 9월 11월부터 2026년 1월 11일까지
장소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Pinacoteca di Brera – Via Brera 28, Milan)
관람 안내 매주 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