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EL 수블리마지 렉스트레 립 오일. 7ml, 39만원.

평생 누군가에게 위로받기 위해 애썼다. 수많은 이들이 “진정한 위로는 스스로 건네는 것”이라 말할 때면 피식 웃음이 났다. 나는 애초에 그렇게 단단하게 설계된 인간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기댈 수 있는 존재를 찾아 헤맸고, 곧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걸 몸서리치게 느꼈다. 그날은 좀 특별했다. 마침내 위로가 되어줄 거라 믿었던 존재가 증발하듯 곁을 떠난 날이었다. 스스로 괜찮다고 되뇌었지만 전혀 괜찮아지지 않았다. 감정이 무너질 때도 꾹 참던 내가 그날은 도무지 참을 수 없어 눈물을 쏟아냈다. 청승맞게 30분쯤 오열하고 나니 입술이 바짝 말라 있었다. 눈물 자국을 대충 닦고 침대 머리맡에서 립밤을 찾다 샤넬의 수블리마지 렉스트레 립 오일이 손에 잡혔다. 평소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이 붙은 스킨케어 제품은 모두 엄마에게 선물하는데 이건 괜히 갖고 싶어 몰래 숨겨두었던 것이다. 정신이 몽롱한 채로 립 오일을 입술에 바르다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숨이 멎을 듯 꺼이꺼이 울다가 립 오일을 바르고 있는 모습이, 그리고 이러고 있는 지금의 내 인생이 말이다. 그 짧은 웃음에 막혀 있던 감정이 흘러나온 듯 어딘가 후련했다. 위로란 누군가가 날 숨 막히게 안아주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런 자신을 위한 사소한 행동 하나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앞으로도 외로움에 시달리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순간들을 조금 달라진 태도로 맞이할 준비가 된 것 같다.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 현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