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CITANE 아몬드 서플 스킨 오일. 100ml, 6만4천원.

수험생인 동생은 요즘 마치 시험지 위 숫자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매 순간 점수로 환산되는 삶에 점점 지쳐가는 얼굴엔 피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동생의 어깨는 더 무거워지고, 마음은 말없이 조여들 것이다. 그런 동생을 보며 나는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보습을 위한 오일이자,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마음의 편지처럼 건넨 록시땅의 아몬드 서플 스킨 오일이다. 사실 그 선택엔 오랜 고민이 따랐다. 아토피로 늘 조심스럽게 피부를 다루는 동생을 위한 것이기에 성분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폈다. 자극 없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질감, 그리고 은은하게 퍼지는 고요한 향. 그것은 단순한 제품을 넘어 긴장과 불안으로 얼어붙은 마음을 다독이는 작고 고요한 손길처럼 느껴졌다. 오일을 고를 때, 그 부드러운 감촉이 단지 피부에 닿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버텨낸 동생의 마음까지 스며들기를 바랐다. 밤마다 책상을 정리하고, 조용히 오일을 덜어 손끝으로 피부를 어루만질 때, 그 순간만큼은 동생이 세상의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향이 천천히 번지듯, 따뜻한 안도감이 동생의 하루를 감쌀 수 있기를. 시험이라는 이름의 긴 터널 속에서도, 그런 조용한 위로가 빛처럼 스며들기를 바란다. 때로는 그 무엇보다 피부에 닿는 작은 다정함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법이니까.

<마리끌레르> 뷰티 비주얼 디렉터 김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