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조수미의 노래가 처음으로 마카오의 극장을 채운다.
마카오 데뷔 공연 <Mad for Love>를 두 달 앞둔 그를 현지에서 마주했다.
40년 가까이 무대에 오른 그가 믿는 음악의 미덕, 목소리의 힘에 대하여.

오는 12월 28일, ‘갤럭시 마카오’가 주최하는 <Mad for Love>가 열린다. 어떤 마음으로 이번 공연을 기다리고 있나?
무척 설렌다. 2025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연인 만큼,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마카오에서 선보이는 첫 공연이라는 점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수많은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 무대에 서봤지만, 음향 시설이 뛰어난 극장을 발견할 때마다 새로운 욕심이 생기더라. 이번 공연이 열리는 ‘갤럭시 오디토리움’을 둘러봤는데, 가수 본연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이곳에서 노래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
공연 제목으로 ‘Mad for Love’를 떠올린 계기는 무엇인가?
‘Mad for Love’는 내가 예전에 쓰려 했던 제목이다.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한다. 2017년, 중국 투어를 앞두고 있을 때. 당시 중국과 우리나라의 갈등 때문에 공연이 무산되었는데, 음악이란 예술이 외부의 영향을 받는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수년의 시간이 흐른 뒤 이번 마카오 공연의 포스터를 받았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이 담긴, 강렬하면서도 화려한 그 포스터가 ‘Mad for Love’라는 제목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열정으로 가득한 사랑’이라고 이름 붙인 공연이니 사랑을 중심으로 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도니체티, 벨리니, 슈트라우스 등의 클래식을 통해 사랑을 탐구하는 레퍼토리를 구성했다고 들었다. 이번 공연이 관객에게 사랑의 어떤 면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나?
사랑은 복합적이고 여러 면면을 지녔지만, 이를 아우를 수 있는 가장 큰 의미는 ‘평화’가 아닐까 싶다. 평화에서 모든 사랑이 파생된다고 생각한다. 그 점이 유럽의 클래식 음악가들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어왔는지 관객들과 함께 들어보려 한다. 따뜻하면서도 내일을 그리게 하는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
희망찬 분위기의 공연이 될 거라 짐작되는 말이다.
희망은 언제나 내 공연의 기반이다. 공연에 따라 레퍼토리가 낯설거나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관객이 웃으면서 극장을 나서기를 바라니까. 또 요즘은 재미있는 예술이 트렌드라고 하지 않나. 그러니 사람들이 쉽게 흥미를 느낄 만한 요소에 초점을 두는 것도 괜찮겠구나 싶다. 클래식이라고 해서 진중한 공연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수백 년의 시차가 있지만, 클래식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클래식의 역사적 의미와 명성, 아름다움을 토대로 오늘날의 시점에서 재해석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러려면 나를 비롯한 성악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테니 현재에 대한 감각을 늘 염두에 두려고 한다.
시대와의 호흡을 중시하는 태도는 그간의 행보에서도 엿보인다. 오페라극장뿐 아니라 여러 형태의 무대에 서며 영역을 확장해왔다.
마음을 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 실력을 드러내는 데서 큰 희열을 느꼈다. 아무나 부르지 못하는 고난도의 노래를 선보이며 ‘대단하다’는 전문가의 호평을 받는 걸 중시한 거다. 물론 이러한 인정은 성악가로서 포기할 수 없는 직업적 기쁨이지만, 극장을 넘어 더 많은 대중 앞에 서는 일을 점점 늘려갔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장에서 노래하고,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식으로 말이다. 지난 6월에는 부산에서 무료로 열린 파크 콘서트에 참여했는데, 초여름의 잔디광장에서 여유롭게 음악을 즐기는 관객을 보고 있으니 정말 기뻤다. 이러한 자리를 더 많이 만들면서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더라. 더 바쁘게 활동해야겠다.(웃음)
무수하고 다양한 무대에서 매번 훌륭한 공연을 선보이기 위한 과정이 아주 고될 것 같다. 뜨겁게 헌신하고, 냉정하게 절제하면서 삶의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할 듯한데 어떤가?
맞다. 일종의 수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목소리는 물론, 나라는 사람 자체를 철저히 가꿔야 한다. 성악가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떤 성품을 지녔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나 역시 무대에 서는 입장이라 늘 노력하고 있다. 좀 더 멋지게 살아야겠구나 싶다.
그렇게 자기만의 수행을 묵묵히 이어왔고, 내년이면 데뷔 40주년이다. 어떻게 이토록 긴 시간 동안 혼신의 노력을 다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타고난 성향 덕분이다. ‘성격이 운명을 좌우한다’는 말이 진짜 맞는 것 같더라. 나는 쉽게 좌절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힘든 일이 있어도 금방 잊어버리는 편이다. 그러지 못했다면 40년에 가까운 시간을 버틸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한 일이 많았겠지만, 이를 견디며 눈부신 성과를 이뤄왔다. 지난 5월에 프랑스 문화 예술 훈장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Commandeur)’에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수상 당시 “어두운 곳에 예술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국경을 넘어 아름다움을 전파”했다는 찬사를 받았는데, 이러한 음악의 영향력을 언제 가장 크게 실감하나?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가든 처음에는 나를 이렇게 소개한다. “수미 조, 코리안.”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면 국적의 경계가 사라진다. 그때부터 나는 음악을 통해 관객을 서로 연결하고, 하나로 통합하는 존재가 되는 거다. 공연이 끝나갈 때쯤이면 무대 한편에 자리한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사전에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함께 연습한 곡들을 기계처럼 정확히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적 교감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나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이 느껴진다.
온갖 정성을 쏟아내야 한다. 공연이 진행되는 몇 시간 동안 반짝이기 위해 엄청난 것들이 뒤따른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이 있다면?
의상. 한 번 공연할 때 최소 네 벌은 갈아입는다. 많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게 관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인터미션 시간에 환복하고 다음 곡들을 들려줄 준비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줄곧 그렇게 해온 이유는, 의상이 노래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거다.
완벽을 지향해온 덕분인지 ‘최초’의 기록을 많이 썼다. 동양의 성악가로서 세계 7대 콩쿠르를 석권했고, 세계 5대 오페라극장에서 프리마돈나로 활약하기도 했다.
시간을 쪼개고, 잠을 줄여가면서 많은 걸 이뤄온 것 같다. 치열하게도 살아왔구나 싶다. 절실함이 결국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절실하게 원해야 비로소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걸 실감한다.
지금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건 무엇인가?
한국인이 프랑스에서 자신이 이름을 딴 콩쿠르를 출범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 작년에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2년 주기로 열릴 예정인 이 콩쿠르가 지속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내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영원히. 그렇게 미래의 아시아 성악가를 위한 등용문이 되는 게 현재의 가장 큰 꿈이다. 내가 클래식의 본고장에서 받는 존중을 누군가는 이어가야 한다 생각하고, 이를 위한 기반을 단단히 구축하고 싶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후배들이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세계적인 무대에서 더욱 밝게 빛날 수 있다면 좋겠다.
성악계의 내일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힘은 음악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네 살 나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며 인생의 대부분을 음악과 함께해온 소프라노 조수미가 생각하는 음악의 미덕은 무엇인가?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 디스코, K-팝 등 다양한 장르를 즐겨 듣는데, 음악 없는 일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음악은 멜로디 만으로 위로가 되어주거나 가슴을 뛰게 하고, 빠른 박자로 기운을 북돋워주기도 하지 않나. 그 점이 참 소중하다. 삶의 순간들을 더욱 값지게 만들어준다는 것, 그게 음악이 지닌 아름다움이라고 믿는다.
마지막 질문이다. 목소리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나?
진정성. 목소리는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 영혼을 담아내는 것이지 않나. 그렇기에 지극히 개인적인,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고유한 악기와도 같다. 그 사실이 청각적 매력을 떠나 모든 목소리를 귀하게 만드는 것 같다. 저마다 지닌 악기를 잘 모아 하나의 조화로운 소리를 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갤럭시 뮤직 갈라: 조수미 – Mad for Love>
2025년 12월 28일 오후 5시
갤럭시 오디토리움(마카오 갤럭시 국제 컨벤션센터 2층)

갤럭시 마카오 Galaxy Macau
갤럭시 마카오는 마카오의 럭셔리 통합 리조트로, 세계에서 가장 웅장한 엔터테인먼트 및 레저 공간을 지향한다. 약 1백만㎡(약 33만 평) 부지에 아홉 곳의 호텔, 미쉐린 레스토랑 두 곳을 포함한 미식 공간, 2백 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한 쇼핑센터 등을 갖췄다. 1만6천 석 규모의 공연장 ‘갤럭시 아레나’와 6백20석 규모의 ‘갤럭시 오디토리움’ 등이 마련되어 있어 문화 예술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www.galaxymacau.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