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호핑을 위한 최적의 도시, 홍콩 소호 일대에서 만날 수 있는 이색적인 바 세 곳을 소개한다.

Penicillin

한 잔의 칵테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낭비되는 자원을 재료로 탈바꿈해 독창적인 메뉴로 풀어내는 바가 있다. 칵테일 산업의 구조 자체를 뒤집겠다는 비전을 앞세워 인도네시아 출신 믹솔로지스트 아궁 프라보워(Agung Prabowo)와 로라 프라보워(Laura Prabowo) 부부가 설립한 제로 웨이스트 바 ‘페니실린’이다. 페니실린의 공간은 음식 폐기물을 최소화한다는 목표 아래 네 구역으로 나뉘어 기획됐다. 각종 실험을 통해 재료의 성질을 새롭게 바꾸는 실험실, 음식 폐기물을 즙이나 시럽의 형태로 가공해 재사용하는 주방, 지속가능한 칵테일을 정교하게 완성하는 메인 바, 남은 재료를 발효 및 숙성시켜 새로운 맛으로 재탄생시키는 발효실까지. 각 구역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며 유기적으로 맞물려 운영된다. 페니실린은 인근 레스토랑과 카페, 바 등에서 발생하는 잉여 식재료에 따라 주기적으로 메뉴를 새롭게 구성한다. 인근 베이커리에서 남은 파인애플 번을 발효시켜 만든 저알코올 음료 ‘크바스(Kvass)’를 베이스로 삼은 ‘Loved Clothes Last’를 맛볼 것을 권한다.

인스타그램 @penicillin_bar

주소 L/G Amber Lodge, 23 Hollywood Road, Central, Hong Kong

COA

3년 연속 ‘아시아 50 베스트 바’ 1위에 이름을 올리며 홍콩 바 문화를 선도해온 ‘코아(COA)’. 코아가 자리한 신 힝 스트리트(Shin Hing Street)의 계단 골목은 영업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늘 북적인다. 급변하는 홍콩의 바 신에서 이곳이 압도적인 입지를 지켜온 이유는 단 하나의 재료, 아가베라는 원료에 온전히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위스키, 진, 럼 기반의 칵테일이 주류를 이루던 홍콩에서 코아는 멕시코 전통 문화의 뿌리를 토대 삼아 아가베 증류주인 메즈칼과 데킬라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확고한 정체성을 구축했다. 41페이지에 달하는 아가베 스피릿 전용 메뉴에는 100% 아가베 데킬라와 전통 메즈칼, 그리고 멕시코의 향신료와 재료에서 영감을 얻은 칵테일이 빼곡히 담겨 있다. 추천하는 메뉴는 할라피뇨와 후추의 알싸한 향이 교차하는 ‘Pepper Smash’, 보드카 대신 메즈칼과 데킬라를 조합해 만든 ‘Bloody “Beef” Maria’.

인스타그램 @coahongkong

주소 Shop A, LG/F, Wah Shin House, 6-10 Shin Hing Street, Central, Hong Kong

Visage One

코아가 자리한 계단 골목의 사잇길로 들어서면 일주일 중 단 하루만 운영하는 재즈 바 ‘Visage One’이 조용히 빛을 발한다. 평일 낮 시간대에는 1인 미용실로 운영되는 이곳은 토요일 저녁이 되면 재즈와 포크를 연주하는 세션들, 어딘가 달뜬 얼굴로 라이브 공연을 들으러 온 손님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공간을 가득 채운다. 국적도, 세대도, 도시를 찾은 이유도 저마다 다른 사람들과 나란히 둘러 앉아 정겨운 온기를 나누는 경험은 여행에 한층 선명한 추억을 남긴다. 라이브 공연은 두 세션으로 이루어지며, 첫 공연은 오후 8시 30분에 시작되지만 여유를 두고 미리 방문할 것을 권한다.

주소 93 Hollywood Rd, Central, Hong K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