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가장 희미한 시대에 믿음과 믿음의 실패 사이에서. Good News, Bad World.

변성현 재킷, 컷아웃 터틀넥 모두 Yuji, 화이트 셔츠 Maison Margiela, 선글라스 Balenciaga, 팬츠와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은 본인 소장품.
류승범 스티치 롤넥 스웨터, 실크 자카드 파자마 셔츠 모두 Burberry, 선글라스 Gucci by Kering Eyewear, 레이어드한 콰트로 링 모두 Boucheron.
홍경 재킷, 셔츠, 타이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라이더 재킷과 선글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변성현 재킷, 컷아웃 터틀넥 모두 Yuji, 화이트 셔츠 Maison Margiela, 선글라스 Balenciaga, 팬츠와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은 본인 소장품.
류승범 스티치 롤넥 스웨터, 실크 자카드 파자마 셔츠 모두 Burberry, 선글라스 Gucci by Kering Eyewear, 레이어드한 콰트로 링 모두 Boucheron.
홍경 재킷, 셔츠, 타이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라이더 재킷과 선글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도쿄에서 이타즈케로 향하던 민항기가 공중에서 일본 공산주의자동맹 적군파에 의해 납치된다. 북한으로 향하는 혼돈의 여정 속 납치된 비행기를 남한에 착륙시키기 위해 정체를 알 수 없는 해결사 ‘아무개’(설경구), 출세와 신념 사이에서 흔들리는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 그리고 모든 권력을 쥔 중앙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이 각자의 욕망으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1970년 일본에서 실제로 벌어진 요도호 납치 사건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변성현 감독은 사건 재현에 골몰하기보다 역사적 비극을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로 뒤틀며, 거대한 정치극의 골조 안에 인간의 비루함과 부조리 그로 인한 희비극, 진실과 믿음에 대한 의문을 밀도 높게 채워 넣는다. 정교하게 조율된 긴장과 이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정확한 타이밍의 유머, 놀랍도록 다층적인 배우 앙상블이 매 장면마다 빛을 낸다. 설경구, 홍경, 류승범은 물론이고, 일본 배우 야마다 다카유키, 시이나 깃페이, 카사마츠 쇼, 야마모토 나이루, 심지어 짧게 등장하는 전도연, 윤경호, 박해수, 오민애까지. 모든 배우가 저마다의 이유로 오랫동안 기억할, 인상적인 얼굴을 남긴다. 쾌속으로 질주하던 이야기는 “늘 이런 기분이었어요?” 라는 서고명의 대사와 함께 갑자기 멈춰 선다.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과 거짓을 나누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를 믿게 만드는 힘은 누구에게 있는가, 진실의 경계 밖으로 밀려난 사람은 누구인가. <굿뉴스>는 50여년 전 사건을 빌려 지금 이 순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변성현 롱 코트, 레더 팬츠 모두 Yuji, 부츠 Versace,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과 네크리스는 본인 소장품.

이어링은 본인 소장품.
왜 우리가 흔히 최애의 대상에게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말을 하잖아요. 영화를 보는 내내 ‘변성현 감독이 하고 싶은 걸 다 했네’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재능과 취향을 여 기에 다 부었네’ 하는 느낌을요.
제가 사실 액션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요. 즐겨 보지도 않고요. 영화 <길복순>을 찍을 때 다음 영화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내가 잘한다 싶은 걸 마음껏 다 때려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마음으로 시나리오부터 쓴 작품이라 그렇게 느꼈을 수 있어요.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만큼 다큐멘터리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었을 텐데, 블랙코미디의 외피를 입혔습니다. 실화 안에서 장르적 단서를 발견했던 것인가요?
블랙코미디가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주요한 이유는 굉장히 큰 사건이었음에도 희생자가 없다는 사실이에요.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에는 기본적으로 조롱과 풍자가 담기는데, 희생자가 있는 사건을 그렇게 다룰 수는 없잖아요. 희생자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 안 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는 있을 수 있다고 봤어요. 그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왜 이런 피해를 당했는지 나름대로 추측하면서 지금 이 시대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말씀하신 대로 영화는 1970년을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아무개와 고명을 통해 현세대에도 유효한 세대론이 더해집니다. 블랙코미디의 웃음 뒤에 남는 애상의 정서 역시 그 연장선에 있고요.
1970년 당시에도 세대론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세대론을 생각하며 작업한 건 맞아요. 세대론의 중심이라 할 ‘고명’을 연기한 홍경 배우와도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배우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한국 영화계 안에서 선배들이 성취한 것들, 또 본인 또래 배우들의 현재 입지와 앞으로 성취해야 할 것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있더라고요. 저는 지금 젊은 세대의 가장 끄트머리에 걸려 있는 느낌이에요. 동시에 좋은 시절을 누린 선배 세대에도 한쪽 발을 얹어놓은 것 같거든요. 여섯 편째 영화를 만들었는데도 아직도 저를 소개할 때 ‘차세대’, ‘충무로의 젊은 피’ 같은 수식어가 붙어요. 이상하죠. 언제까지 일을 해야 더 이상 젊은 피가 아닌 건가 싶고. 홍경 배우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 이 시대의 세대론이 당신의 캐릭터를 통해 드러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마지막에 고명이 홀로 남겨지는 이미지를 썼어요. 위를 올려다보면서 홀로 덩그러니 남는 모습으로요.
고명이 아무개에게 “늘 이런 기분이었어요?”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두 인물 사이에 미묘한 연민이 오가고 영화의 결도 달라집니다. 그 장면을 어떤 전환점으로 생각했나요?
아무개는 고명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그럼에도 계속 아무개 상태인 거죠. 고명이라는 인물은 결국 아무개가 되어가는 과정이고요. 엔딩 신 리허설에서 처음에는 (설)경구 선배님이 조금 차가운 톤으로 대사를 연기했어요. 그 부분에 대해 설명했더니, 바로 다음 테이크에서는 완전히 확 바꾼 연기를 보여주셨죠. 그때 경이가 실제로 굉장히 큰 위로를 받았대요. 울 뻔했다고, 갑자기 울컥했다고 하더라고요.
동시에 ‘진실’과 ‘믿음’이라는 키워드 또한 중요한 축으로 자리합니다. 그것이 변성현 감독의 지금의 화두처럼 느껴졌어요.
저 역시 한때는 무언가를 깊이 믿은 적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신념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믿었던 게 이런 거였어?’ 싶을 만큼, 그 신념에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진실을 마주했을 때 밀려오는 감정들, 그때의 혼란이 있었죠. 영화는 말씀하신 대로 진실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도 큰 축인데,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예요. 저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입장이잖아요. 그러니까 오늘 여기서 이렇게 화보를 찍고 인터뷰도 하는 거겠죠. 하지만 영화는 정작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판이거든요. 감독이나 배우보다 잠을 못 자고 고민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모든 노력이 마지막 크레디트의 이름 한 줄로 끝나는 순간들이 있어요. 제가 술 마시며 어울리는 사람들이 그분들이다 보니 늘 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굿뉴스>는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큰 대작이고 등장인물 또한 많습니다. 배우 앙상블은 이 영화의 큰 미덕 중 하나고요. 한국 배우들은 물론 일본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하더라고요. 특히 야마모토 나이루, 카사마츠 쇼 이 두 배우는 그야말로 영화 안에서 번뜩입니다.
전부터 알던 배우들은 아니에요. 조감독님이 후보군을 보여줬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은 배우에게 연락했죠. 야마모토 나이루는 카사마츠 쇼 배우에게 광기가 보이는 듯한 여자 배우가 있는지 물어 추천 받은 배우예요. 한국에는 나이루에 대한 자료가 적어서 직접 배우 쪽에 연락해 자료를 받아서 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사실 처음 쇼가 사진을 보여준 때부터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얼굴의 점마저도 아름답잖아요.
촬영하면서도 몇 번 반했어요. 심각할 정도로 연기를 진심으로 하더라고요. 컷을 해도 잘 빠져나오지 못하고요. 본인이 리더를 칼로 찌르는 장면을 찍고 나서는 끝나자마자 저를 원망하며 울더라고요. 제가 너무 잔인한 짓을 시킨 거예요. 자기가 그렇게 동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찌르는 장면이니까.



변성현 재킷, 컷아웃 터틀넥 모두 Yuji, 화이트 셔츠 Maison Margiela, 선글라스 Balenciaga, 팬츠와 타이,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은 본인 소장품.
설경구 재킷, 팬츠 모두 Heon Kim, 헨리넥 톱 Juan, 선글라스 Bottega Veneta.
홍경 재킷, 셔츠, 팬츠, 타이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라이더 재킷과 선글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 때문인지 좁은 비행기 안에서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더라고요. 비행기 신 자체가 굉장히 타이트하게 다가왔어요.
실제 촬영도 아주 타이트했어요. 실제 비행기 안에서 촬영해서 굉장히 더웠고요. 미국에서 실제 그 시대에 사용했던 동일 기종의 폐비행기를 찾아서 네 조각으로 분해한 뒤 화물선에 실어 한국으로 옮겨와 다시 조립했어요. 그만큼 리얼리티를 지키고 싶었어요. 비행기 세트 장면을 보기 힘들 때가 있어서 우리 영화는 진짜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한번 비행기 안에 들어가면 나오기도 어려워요. 비행기 자체가 엄청 협소한 데다 장비까지 들어가니까 숨이 막히더라고요. 조명 때문에 온도는 말도 안 되게 올라가고, 그 안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해야 하니까. 단역분들까지 전부 고생을 심하게 했어요.
기장실은 촬영 장비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지 않나요?
그래서 카메라를 잡는 데 애를 먹었어요. 도움이 된 건, 카메라가 편하게 들어가지 못하고 어떻게든 피해서 앵글을 잡아야 하니까 익숙한 구도로 찍게 되지 않더라고요. 특정 앵글을 잡으려면 비행기를 분해하고 한 컷 찍고 다시 조립하고… 기다리는 시간도 어마어마했고요. 굉장히 힘들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안의 상황들은 되게 재미있어야 하니까.
공산주의자동맹 적군파를 포함해 지금까지 감독님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선악을 분명히 따지고 계산하기에 앞서 애잔한 마음이 먼저 들곤 합니다. 영화를 보며 그 마음이 곧 감독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언젠가 전도연 선배님이 “말은 거칠게 하지만 마음속에 착한 사람이 있구나”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그런 게 느껴진다고요. 돌이켜보면 이를 의도한 건 아닌데, 제가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인물을 심하게 괴롭히지는 못해요.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애정이 생기니까. 그래서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상처는 그 인물을 혼자 남겨두는 정도예요.
그 특유의 시선은 아무개와 고명에게도 담겨 있지만, 심지어 류승범 배우가 연기한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에게까지 닿아 있더라고요. 문득문득 엄청나게 사랑스럽잖아요.
승범 씨는 캐스팅이 가장 어려웠던 배우예요. 그럼에도 반드시 캐스팅하려고 했던 건 지금까지 여러 작품에서 보여진 무섭고 악한 면이 있는 전형적인 중앙정보부장은 피하고 싶었어요. 물론 미화하려는 생각도 전혀 없었고요. 악인이지만 인간의 마음을 가진 악인일 거 아니에요. 수치심을 느끼기도 할 테고요. 무엇보다 이 영화가 4장이 시작될 때 갑자기 심각해지는 장면이 있어요. 심각하면서도 동시에 블랙코미디의 기운을 계속 끌고 갈 누군가가 필요했는데, 한국에서는 류승범이라는 배우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만약 승범 씨가 아니었으면 시나리오를 많이 바꿨을 거예요.
<부당거래>의 류승범 배우를 사랑하는 관객이 많죠. 이번 영화 속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을 보면서 한 유능한 배우의 흐르는 시간을 지켜보는, 동시대 관객으로서의 즐거움도 크게 느꼈습니다.
사실 승범 씨는 <부당거래>의 연장선에서 연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근데 저는 오히려 이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 존재로서 ‘그 류승범’이 필요하다고 하니, 이제 그 근육이 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근육은 다시 만들면 된다는 제 말을 결국 승범 씨가 받아들여줬고, 그럼 근육을 만들어 오겠다면서 연습을 많이 하셨어요.
그 와중에 다른 결의 근육을 만들어왔잖아요.
사람들은 류승범이라는 배우를 두고 본능적으로 연기할 것 같다고 생각하잖아요.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엄청나게 준비를 많이 하고, 모든 것이 계산돼 있어요. 물론 현장에서 본능적인 애드리브가 나올 때 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수많은 연습과 분석을 통해 완성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예요. 충청도 사투리도 승범 씨의 아이디어예요. 너무 가벼워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 톤을 완벽하게 잡아서 보여줬을 때, 정말 좋았어요.
설경구 배우는 처음 등장하는 순간, 아주 찰나였지만 영화 <오아시스> 속 ‘종두’의 얼굴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혼자만의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자리에선가 감독의 의도가 있었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배우를 두고 ‘천의 얼굴’이라고 표현하잖아요.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아요. 아무리 훌륭한 배우라도 결국 자기 안에 있는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본인의 모습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경구 선배님은 저와 벌써 네 작품째 함께 작업하고 있거든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다 예전 작품을 다시 찾아서 보던 중에 <오아시스>의 종두가 보이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인의 원래 모습은 그게 아닌데, 겉으로 종두처럼 보이도록 스스로 연기하는 사람으로요. 영화 <오아시스>의 종두는 진짜지만, <굿뉴스>에서는 종두를 연기하는 아무개인 거예요. 자신의 진짜 모습은 감추려는.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과 링은 본인 소장품.
류승범 블랙 롱 코트, 실버 팬츠 모두 Kimseoryong Homme, 틴트 선글라스 Gentle Monster,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홍경 레더 코트 Amiri, 레더 셔츠, 팬츠, 타이 모두 Ernest W. Baker.
설경구 그레이 보머 재킷 Dior Men, 타이 Heon Kim, 셔츠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홍경 배우의 집요함에 대해서는 여러 인터뷰에서 언급했었죠.
제가 인터뷰 중에 ‘지독하다’, ‘짜증 난다’고 했는데, 서로 놀리는 사이예요. 경이도 저를 많이 놀려요. 어린 친구가 아주 사람을 막 놀려요. 근데 아주 많이 배웠어요. 질문을 워낙 많이 하니까 그 답을 준비하면서 저도 깊이 생각하게 되고, 대본을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영화 전체를 봤을 때 고명은 감독의 페르소나죠.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성격도 저랑 좀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괜히 센 척을 한다거나 시건방져 보일 때가 있거든요. 저에게는 그런 모습이 있지만 경이는 워낙 공손하잖아요. 너무 깍듯해서 한번은 편하게 말을 놓아보라고 했어요. 근데 막상 기분이 좀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경이 앞에서는 화를 못 냈어요.
안 되죠. 그럼 그야말로 회식 자리에서 야자 타임 하자는 부장님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웃으면서 헤어졌어요. 내가 말을 편하게 하라 해놓고 화를 내면 너무 꼰대 같잖아요.(일동 웃음)
영화는 긴 시간 동안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감독이 오랫동안 믿어온 것은 무엇인가요?
열심히 해야 된다? 열심히 한다고 잘될지, 잘 안 될지는 모르지만, 잘되려면 열심히 해야 된다고 믿어요. 근데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굳이 열심히 안 해도 돼요. 근데 잘하고 싶으면서 열심히 안 하는 사람들과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오랫동안 믿고 있는 건 ‘어떻게든 뭔가를 하려면 실패하더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거예요. ‘즐기면서 살자’라는 말은 좋지만, ‘즐기면서 일하자’는 절대 믿지 않는 사람이에요. 한때 강연이나 힐링 쇼 같은 곳에서 ‘즐기면서 일하자’는 말이 유행처럼 돌았잖아요. 그냥 듣기 좋은 말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그 말이 허상이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늘어 나는 것 같긴 해요. 오래전부터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 믿음은 변함이 없어요.
고명처럼 끝내 배반당하더라도, 가려지더라도요?
배반은 당해요. 어쩔 수 없이. 아무리 노력해도요.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는 해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에서도 마지막에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그거 같아요.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한데, 잘되고 잘 안 되고를 결정하는 건 운 같거든요. 열심히 해놓고, 운이 좋아야 하는 거라. 저는 운이 좋은 편이고, 다행히 운이 저에게 찾아왔을 때 제가 열심히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면서 1차 관객으로 상정하는 대상은 누구인가요?
저와 스태프들이요. 우리가 만족하는 게 1차 관문이라고 봐요. 서로 결과물을 보면서 ‘이 정도면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고생했다’ 하는 말이 나오면 좋은 거고요. 반대로 아무 말 없이 한숨이 나오면 그건 남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게 되는 거예요. 이번에는 그 만족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 우리 스태프들이 그냥 ‘잘했어’ 해주는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지금까지는 한두 명쯤 ‘이 부분은 좀 아쉽다, 저 부분은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했는데, 이번에는 다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하고 의견이 일치했어요. 일단 1차 관문은 통과했는 데, 그래도 외부에 보여줄 때는 불안해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도 비슷할 거예요. 저 역시 변성현 감독의 모든 작품을 봤지만, 다른 작품이 아닌 <굿뉴스>로 만날 수 있어서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잘하는 걸 전력을 다해 해본 것 같아요.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어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완벽한 영화라는 말은 아니에요. 저도 알아요. 제 눈에도 부족한 부분이 보이죠. 그래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경이에게 “이게 지금 내 100%야”라고 이야기했어요. 나중에 더 잘할 수도 있고, 덜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영화를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내가 가진 100%를 쏟은 결과물’이라는 이야기는 처음 해본 거 같아요. 그래서 후회가 없어요. 보통 촬영 끝나면 아쉽고 허무하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촬영 마지막 날 소리를 질렀어요. 너무 신나서.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빨리 끝나길 바랐어요. 지금까지는 늘 여지를 남겨뒀던 것 같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투수로 치면 매회 전력투구를 했어요. 그걸 계속 반복하니 나중에는 탈진되더라고요.
온전히 다 써버린 뒤에 오는 홀가분함이 있죠.
론칭 때까지 봐야죠. 근데 론칭하고 나서도 조마조마해요. 반응을 보지 말아야지 싶어서 굳이 검색은 안 하거든요. 근데 주변에 계속 물어봐요. “그래, 어떻대? 왜 누가 욕해?” 하고.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은 채 ‘이건 내가 사랑하는 장면이다’라고 이야기할 장면 하나를 꼽고 마무리할까요.
오늘 인터뷰에서 세대론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엔딩 장면의 아무개 얼굴, 그리고 고명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얼굴이 떠올라요. 과한 연기 없이 그저 허망한 듯 바라보는 얼굴이 지금 생각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