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역사상 첫 3연패를 이뤄낸 T1.

e스포츠 프로 구단 T1이 3년 연속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통산 여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리그 오브 레전드 2025 월드 챔피언십은 지난 10월 14일부터 11월 9일까지 중국 전역에서 펼쳐졌는데요. 전 세계 17개 팀이 참가해 열전을 벌인 가운데, 결승전은 청두 동안호 스포츠 파크 다목적 체육관에서 한국 대표 T1KT 롤스터의 맞대결로 치러졌습니다. 손에 땀을 쥐는 풀세트 접전 끝에 T1이 3대 2로 승리하며, 다시 한번 세계 최강의 자리를 증명했죠.

@t1lol

이번 우승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죠. 시즌 초, T1은 탑 포지션의 제우스(최우제) 선수가 도란(최현준) 선수로 교체되고, 원거리 딜러 포지션에서는 구마유시(이민형) 선수와 2군 출신 스매쉬(신금재) 선수가 주전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등 팀 내부적으로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력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은 끝에, 결국 국내 리그를 4위로 마감하며 롤드컵 진출전인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나서야 했죠. 그럼에도 T1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인에서 중국 팀을 꺾고 가까스로 스위스 스테이지에 진출한 뒤, 본선 토너먼트까지 차근차근 승리를 쌓아 마침내 결승 무대에 올랐습니다.

결승전은 T1KT 롤스터, 한국 e스포츠를 대표하는 ‘통신사 라이벌전’으로 치러졌습니다. 두 팀의 모기업이 각각 SK텔레콤과 KT인 데서 비롯된 이 전통의 맞대결은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이어져 온 긴 역사만큼이나 팬들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죠. KT 롤스터는 4강에서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팀 젠지 이스포츠를 꺾고, 창단 이후 처음으로 롤드컵 결승에 진출하는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T1 역시 올해 국제 대회(FST, MSI, EWC)와 국내 리그 모두에서 우승을 놓친 상황이었기에, 두 팀 모두에게 이번 결승은 절실한 승부였죠.

여기에 한 가지 눈에 띄는 기록이 더해졌습니다. T1은 올해 토너먼트 스테이지 8강과 4강에서 연이어 중국 팀을 꺾으며, LPL(중국 리그) 팀을 상대로 13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2023년과 2024년 결승에서의 승리를 포함해 3년간 이어진 완승 행보가 이번 대회를 통해 더욱 굳건해졌죠.

올해 결승전 MVP는 마지막 5세트에서 인상적인 집중력과 결정력을 보여준 구마유시 선수에게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모든 악재를 이겨내며 팀의 여섯 번째 우승을 완성한 ‘페이커’ 이상혁의 존재를 빼놓을 수는 없죠. 특히 1세트와 4세트에서 팀의 중심을 잡은 그는 패배 시 곧바로 경기가 종료되는 절체절명의 4세트에서 강렬한 한 방으로 경기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5세트에서는 올해 새롭게 합류한 도란 선수의 실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팀을 이끌며 다시 한번 ‘살아 있는 전설’의 위엄을 증명해 보였죠.

지난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 당시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페이커는 “보통 스포츠라고 하면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 걸 떠올리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스포츠가 지닌 가장 본질적인 의미”라고 전했죠.

오랜 시간 정상의 무대에 서 있으면서도 변함없이 승부에 대한 열정과 집념을 보여주는 그는, 단순한 스타 플레이어를 넘어 e스포츠 전체에 깊은 영감을 전하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언제나 겸손한 태도로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승리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해 온 그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죠. 지난 7월, T1과 4년 재계약을 체결한 페이커.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네 시즌 동안 그는 어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까요. 전 세계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