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FASHION CASTLE SHOW 이번 시즌, 발렌시아 전시 궁전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이곳에서 ‘메디테라네아 패션위크(Mediterránea Fashion Week)’가 열리기 때문이다. 거대한 홀로 들어서자 천장을 수놓은 스테인드글라스와 기하학적인 모자이크 바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간 곳곳에는 발렌시아 특유의 모더니즘 건축양식이 배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이곳의 첫인상을 가장 아름답게 만든 건 단연 스테인드글라스. 지중해의 햇살을 받아 천장 아래로 쏟아지던 빛의 황홀경이 완벽한 무대를 완성했다.

2 HAUS OF PAELLA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몰랐다. 파에야의 본고장이 발렌시아라는 사실을.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레스토랑에 들어가 한 입 맛보는 순간, 왜 이 도시가 파에야의 성지로 불리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반드시 레몬을 듬뿍 짜 넣을 것. 감칠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3 OKTOBER FESTIVE 짧은 패션위크 일정 중 운 좋게 마주한 또 하나의 순간이 있다. 바로 발렌시아 항구에서 열린 옥토버페스트 축제! 전통 복장을 한 이들이 없어 살짝 아쉬웠지만,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신 맥주 한잔의 맛과 상쾌함은 그 어떤 표현으로도 다 담기에 부족하다.

4 BY THE PALM TREE, FOR THE PALM TREE 런웨이 곳곳에 스며든 야자수 모티프를 찾기 바빴던 안시아스(Anthias) 컬렉션. 자수부터 프린트, 크로셰, 브로치까지, 안시아스는 콜롬비아의 열대기후와 야자수에서 영감 받아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냈다. 특히 여성 룩이 디테일로 야자수를 표현했다면, 남성 룩은 그 전체를 감싸안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말 그대로, 야자수에 의한, 야자수를 위한 쇼.

5 FIRST OF VIEW 발렌시아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현대자동차였다. 올해 메디테라네아 패션위크의 공식 후원 차량으로, 행사 기간 내내 도시 곳곳을 누비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을 넘어 예술과 문화가 숨 쉬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협업을 이어가는 브랜드의 철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6 FROM VALENCIA 메디테라네아 패션위크의 마지막 무대를 맡은 미겔 요피스(Miguel Llopis). 물라주 기법으로 완성한 구조적인 실루엣과 쿠튀르 피스들이 피날레의 열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쇼가 끝난 뒤, 두 명의 모델이 다가와 “마리끌레르 코리아의 팬이에요”라고 말을 건넨 순간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듯하다.

7 VACANCE, VERANEO 순백의 코튼과 블루 톤의 리넨, 실크, 그리고 깅엄 체크가 이어지며 지중해 여름의 한 장면을 펼쳐낸 데보타 앤 롬바(Devota & Lomba) 쇼. 단정하지만 여유로운, 그들의 방식으로 완성한 ‘지중해식 미니멀리즘’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