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OO-POO WITH HERMÈS
이번 시즌 프레젠테이션에서 발견한 아이템 중 가장 크게 사심을 저격한 건 바로 웃는 얼굴이 새겨진 에르메스의 푸푸 백! 남다른 실용성으로 현장을 찾은 견주 프레스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2 HARMONY OF DISHARMONY
글렌 마틴스가 선보인 메종 마르지엘라의 첫 번째 레디투웨어 쇼에서 꼬마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 일은? 나름대로 열심히, 그러나 제멋대로 소리를 내고, 드럼스틱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생소한 모델들의 옷차림을 구경하느라 연주 타이밍마저 놓쳐버리기! 평소 비뚤어진 것 사이의 균형을 강조해온 글렌 마틴스는 이 꼬마 연주자들을 통해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것은 반드시 완벽해야 할까?”

3 FROM: VIRGIL.ABLOH@GMAIL.COM
쉴 틈 없이 바쁜 패션위크 출장 중 에디터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호사스러운 사치는 바로 그때, 그 도시에서만 열리는 전시를 관람하는 일이다.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 마리끌레르 팀이 드물게 망중한을 보낸 곳은 <버질 아블로: 더 코드(Virgil Abloh: The Codes)> 전시가 개최된 그랑 팔레. 9월 30일부터 약 열흘간 열린 이번 전시는 패션, 음악, 문화를 관통하며 그가 세운 개념인 ‘코드’를 가장 버질 아블로다운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보통의 엄숙한 전시회와 달리 그가 남긴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덕에 ‘디자인은 공유되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

4 THE OUTFIELD GUEST
외부와 원천 차단된 대부분의 쇼와 달리 릭 오웬스의 컬렉션 쇼는 언제나 도심 한복판, 그것도 담장이 없다시피 한 팔레 드 도쿄에서 진행된다. 이런 까닭에 사진과 같은 외야(?)의 관객을 마주하는 일 역시 다반사. 대중이 반응하는 과정에서 창작이 이루어진다는 그의 명언에 비추어볼 때 이들의 환호와 애정은 그에게 더없이 훌륭한 창작 요소가 되겠지만, 보는 사람으로서는 혹여 누가 다치기라도 할까 싶어 매 시즌 마음이 조마조마해질 수밖에 없다.

5 THE IN’BITE’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여성복, 피엘파올로 피춀리의 발렌시아가, 글렌 마틴스의 메종 마르지엘라 레디투웨어, 잭 맥콜로 & 라자로 에르난데스의 로에베, 듀란 란팅크의 장 폴 고티에. 패션위크의 시작을 앞둔 파리는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데뷔 쇼를 향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떠 있었다. 그 가운데 프레스들의 호텔 방에 가장 먼저 도착한 건 조나단 앤더슨의 초대장. 가짜 호두와 헤이즐넛이 얹혀 있는 이 독특한 예술품은 눈속임이라는 뜻의 트롱프뢰유 기법을 차용한 것으로, 파티를 앞두고 게스트를 사랑스럽게 놀리던 18세기의 유행을 오마주하는 귀여운 의도와 무슈 디올의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트롱프뢰유 오브제에 대한 애정, 그리고 이러한 장치를 통해 하우스의 과거를 재해석하겠다는 앤더슨의 암시를 동시에 담고 있었다. 이토록 정성스럽고도 뜻깊은 인비테이션이라니! 무수히 많은 브랜드가 초대장을 모바일화하는 시점에 그가 보내온 도자기는 손으로 만든 것을 사랑하고, 손에 닿는 것만을 믿는 앤더슨의 오랜 신념으로 빚어진 듯했다.

6 WE RIDE
파리의 지독한 교통 체증 속에서 쇼 스케줄을 사수하려면 교통수단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공공 자전거를 타고 다음 쇼장으로 향하는 이 패션 인사이더처럼!

7 FELIX MATRIX
루이 비통의 쇼 팔로잉 콘텐츠 촬영을 위해 처음 만난 필릭스는 듣던 대로 ‘천사’였다. 현장의 모든 스태프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은 물론, 짧은 내레이션이나 동작 하나까지 허투루 넘기지 않는 열의를 보여준 것. 이어 그는 촬영 후 다시 만난 루이 비통 쇼장에서까지 마리끌레르의 카메라를 먼저 찾아내 반가움을 전하며 세계적인 인기의 이유와 ‘앰배서더’다운 면모를 실감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