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ENTLE LIGHT 조슈아의 첫인상은 다정한 사람이었다. 촬영장에 들어서자마자 모두에게 상냥하게 인사하던 그. 하루에 무려 세 개의 촬영을 숨 쉴 틈 없이 해내야 했지만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게, 무엇보다 즐겁게 모든 시간을 함께해주었다. 언젠가 또 만나요, 슈아!

2 GRÀZIE! 에디터는 생각보다 꽤 외로운 직업이다. 기획부터 촬영, 그리고 그 후까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준비를 거듭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늘 최선의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압박감에 악몽을 꿀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해외 촬영은 더하다. 챙겨야 할 것이 두 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나 생생한 현장을 전해야 하는 컬렉션 취재이기에 더욱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부담감까지 안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밀라노 촬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악조건이 많았음에도 무척 수월했다고 말하겠다. 실시간으로 뒤바뀌는 현장 상황 속에서 엄청난 순발력과 빛나는 아이디어로 서바이벌 같던 영상 퀘스트를 차례차례 부숴준 한대희·이윤호 감독님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걱정덩어리 에디터를 든든히 지켜준 슈퍼히어로 실장님들 덕에 두려움 없이 그 여정을 수월히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이렇게 짧은 몇 마디로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해본다.

3 NOTHINGNESS 이번에도 어김없이 찾아간 폰타치오네 프라다에서 나를 사로잡은 것은 벨기에 작가 티에리 드 코르디에(Thierry De Cordier) 전시 <NADA>. 티에리는 모든 작품의 밑바탕에 이미 그 상징성이 보편적이고 유명한 십자가를 그리고, 이를 의도적으로 지움으로써 무(無)의 위대함을 드러내고자 했다. 지울수록 더욱 깊고 선명해지는 거대한 작품 앞에서 완전히 압도되었던 순간.

4 初心 막스마라 쇼는 신기하게도 매번 나를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시류에 휘둘리지 않고 언제나 패션의 본질을 탐구하는 하우스의 올곧은 기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입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패션이란 무엇인지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

5 OVERTURE FOR TOD’S 토즈 쇼장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었던 ‘아르티장 퍼포먼스’. 쇼 시작 전 장인들이 일렬로 서서 바늘과 실로 고요히 백과 슈즈를 잇는 장면은 마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오페라의 서곡처럼 장엄했다.

6 RAINY GARDEN 블루마린 쇼장에 들어서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로고를 새긴 투명한 우산 너머로 펼쳐진 서정적 우울이 깃든 비 오는 정원에서 눈을 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크 로맨티시즘의 서사가 담긴 ‘빛과 어둠의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는 쇼의 테마와도 완벽히 어울리는 장면!

7 NEW ICON 에스쿱스가 보스 2026 S/S 런웨이에 올랐다. 무려 피날레 모델로! 브라운 레더 코트를 휘날리며 등장한 그의 담담하면서도 힘찬 워킹은 뉴 보스의 서막을 여는 상징적 발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