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작가의 2006년 작 ‘사이보그 W10’이 11월 서울옥션에 등장합니다. 이상적인 신체에 대한 환상을 미래 로봇과 결합하여 표현한 해당 작품은 추정가 6억~9억 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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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현대 미술가 이불의 <Cyborg W10>(2006)이 서울옥션 ‘11월 이브닝 세일’ 라인업에 포함됐습니다. 경매는 오는 11월 24일 강남센터에서 열리며 해당 작품의 추정가는 6억~9억 원으로 제시됐죠. 이번 출품작 <Cyborg W10>은 사이보그 연작 중에서도 조형적 완성도가 두드러지는 작품인데요. 토르소(신체의 몸통만을 다룬 작품) 조각이 매달린 듯한 형태와 매끈한 백색 표면으로 ‘완벽한 신체’에 대한 환상을 시각화합니다. 특히 고대 그리스 조각에서 볼 수 있는 엄격한 비례와 이상적 신체 구도를 차용하면서도 그 형태를 기계적 조형 언어로 치환해 ‘인간의 신체를 닮은 로봇’을 떠올리게 하죠.  

FRP(섬유강화플라스틱) 구조 위에 손으로 재단한 폴리우레탄 패널을 덧입히고 코팅을 더한 제작 방식 또한 인공적 질감 속에서 이상화된 신체를 강조합니다. 이와 역설되게 팔다리가 생략된 형태는 오히려 시선을 더 집중시키며 이불 작가가 꾸준히 탐구해 온 ‘몸의 서사’, ‘기술적 상상력’, ‘유토피아적 욕망’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내죠. 이 작품이 환기하는 개념적 맥락은 도나 해러웨이가 말한 ‘사이보그 페미니즘’을 떠올리게 하며 인간과 기술의 경계를 유연하게 흐리는 포스트휴먼의 관점을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초기 사이보그 시리즈는 현재 미술계에서 다시금 주목받는 흐름을 타고 있는데요. 1997년부터 이어진 이불의 ‘사이보그’는 몸의 이상화와 기술적 전환을 동시에 보여주며 시대가 바뀔수록 더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기 때문이죠. <Cyborg W10>은 점진적으로 단련되고 정제되어 간 Cyborg W 시리즈, 그 미학적 정점에 놓인 작품으로 이번 경매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