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서울에서 막을 올린 태양의서커스, 쿠자.
이번 서울 공연에서 트릭스터 역을 맡은 호주의 아티스트, 미치 윈터(Mitch Wynter)와 이야기 나눴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애틋함과 그리움 혹은 향수(nostalgic)’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스트 인터내셔널 제공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현란한 곡예에 아름다운 음악과 미술,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유머가 더해진 공연으로 세계를 사로잡아온 태양의서커스(CIRQUE DU SOLEIL), 쿠자(KOOZA) 공연이 7년 만에 서울에서 막을 올렸다. ‘이노센트(Innocent)’가 장난감 상자의 뚜껑을 열자 깜짝 등장한 ‘트릭스터(Trickster)’. 그의 인도와 함께 시작되는 ‘쿠자’의 세계. 이번 서울 공연에서 트릭스터 역을 맡은 호주의 아티스트, 미치 윈터(Mitch Wynter)와 이야기 나눴다.

‘태양의서커스, 쿠자’ 안에서 트릭스터는 이야기를 이끄는, 마치 리더의 이미지라 느껴졌는데요.구체적으로 트릭스터는 어떤 인물인지, 쿠자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 생각하는지 들려주세요.

저에게 트릭스터는 ‘세리머니의 마스터(Master of Ceremony)’를 상징해요. 그는 수많은 트릭과 장난스러운 매너로 관객들을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캐릭터에요. 하지만 제가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트릭스터의 부드러운 면이에요. 많은 사람들은 그가 표현하는 흑표범 같은 매력과 강렬한 모습에 이끌리지만 한편으로 그는 이노센트를 진심으로 아끼고 돌보는 면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런 모습이 마치 이노센트와 트릭스터를 친형제처럼 느끼게 만들어요. 그런 점이 그의 무대 위 카리스마나 리더십보다 더 깊이 공감되는 면으로 저를 끌리게 만드는 것 같아요.

트릭스터를 포함해 모든 아티스트들이 무대에서 쏟아내는 에너지가 엄청난 공연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신에게 무대는 어떤 의미인가요? 무대 위에 오르면 어떤 에너지가 분출되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쿠자에 합류했을 때는 22살이었고, 지금은 26살이에요. 그러니까 이 무대에 선 지 벌써 4년이 된 셈이죠. 저는 정말 이 무대 위에서 함께 성장했다고 느껴요. 저에게 공연은 언제나 성장과 설렘의 순간이에요. 많은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두 번째 집’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저 역시 매 공연마다 그곳에서 특별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낍니다.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곳’에서 어떤 것이든 표현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고 볼 수 있겠네요. 

마스트 인터내셔널 제공

개인적으로 ‘태양의서커스, 쿠자’에서 가장 좋아하는 신은 어떤 신인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트릭스터가 상자에서 등장하는 장면이에요. 정말 환상적이고, 관객들도 그 순간부터 공연에 완전히 빠져드는 걸 느낄 수 있죠.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기도 해서 더욱 인상 깊어요. 두 번째는 트릭스터와 다른 캐릭터들이 무대를 떠나며 이노센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에요. 그 순간에는 아주 특별한 감정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이노센트의 여정을 지켜보며 관객들도 스스로를 투영하게 되는데, 캐릭터들이 사라지는 그 장면은 참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저에게는 정말 특별한 순간이에요. 

대담하다, 압도적이다, 경이롭다, 화려하다 등. 쿠자를 설명하는 표현이 다양합니다. 당신은 쿠자에 대해 어떤 표현이 어울린다 생각하나요?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애틋함과 그리움 혹은 향수(nostalgic)’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날 우리가 이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순수함과 이노센트가 성장하는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힘(storytelling)이에요. 누군가를 돌보는 입장이든, 혹은 돌봄을 받는 입장이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담겨 있죠. 어릴 적 서커스를 보면서 느꼈던 그 순수한 기쁨과 행복이 지금도 쿠자 속에 살아 숨 쉬는 것 같아요. 그래서 관객들도 여전히 그 감정을 느끼고, 저에게 쿠자는 그런 ‘동심과 추억의 본질’을 되살려주는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쿠자 팀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공연을 보며 어떻게 두려움을 이겨내고 무대 위에서 과감한 퍼포먼스를 해내는지 궁금했습니다. 

두려움은 우리 아티스트들이 흔히 느끼는 감정이에요. 저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을 믿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매우 높은 수준의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본능과 몸의 감각을 신뢰할 수 있어요. 결국 우리 몸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자신과 몸을 믿는 것이 매일 마주하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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