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를 수놓은 아름다운 고전부터 거장 감독의 신작까지. 두 번째 서울아트하우스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는 화제작 세 편을 소개한다.

사라져가는 예술 극장을 향한 헌사이자, 세계의 창작자와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호명하는 일.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비경쟁 영화제 ‘서울아트하우스영화제’가 올해 두 번째 개최를 맞아 더욱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돌아왔다. 영화사를 수놓은 걸작부터 거장들의 신작 프리미어까지, 총 14인의 감독이 만든 24편을 상영한다. 그중 놓치기 아쉬운 주요작 세 편을 소개한다.
허우 샤오시엔 <비정성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한 <비정성시>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정수를 품은 영화다. 일본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1940년대 후반 대만을 배경 삼아, 국민당 정부가 대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진압에 휘말린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혼란한 역사적 상황 안에서 점차 붕괴되어가는 가족사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시대가 품은 아픔을 섬세한 언어로 그려냈다는 평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 영화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손꼽힌다. 2022년 4K 리마스터링을 거쳤지만 번번이 상영 기회를 얻지 못했던 작품인 만큼, 극장에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짐 자무쉬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국내 개봉을 앞둔 짐 자무쉬 감독의 신작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도 먼저 만날 수 있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3부작으로 구성된 영화는 미국 북동부,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세 가족의 에피소드를 병렬적으로 비춘다. 부모와 성인 자녀 사이에 놓인 ‘알 수 없음’의 간극, 오고 가는 대화 속 미묘한 어긋남, 부모의 죽음이 남긴 상실과 관계 회복의 과정을 그린 각 챕터의 이야기가 느슨하게 맞물리며 동시대 가족의 초상을 제시한다.
켈리 라이카트 <마스터마인드>

<퍼스트 카우> <쇼잉 업>으로 미국 작가주의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신작 <마스터마인드>는 1970년대 매사추세츠의 한 미술관을 무대로 삼는다. 영화는 평범한 중산층 가장 ‘제임스’가 추상화를 훔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도, 절도라는 소재 자체보다는 주인공의 어설픈 도주와 서서히 무너져가는 일상처럼 범죄 이후의 현실에 집중한다. 케이퍼 무비에 흔히 기대하는 속도감과 긴장감 넘치는 묘사 대신, 먼 발치에서 관조하듯 인물의 정서적 풍경을 그려내며 다시 한 번 장르적 전형성을 벗어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색채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제2회 서울아트하우스영화제
일자 11/19(수) – 23(일)
장소 CGV아트하우스 용산아이파크몰·압구정, 서울아트시네마, 씨네큐브, 에무시네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