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의 그림 ‘꽃다발’이 지난 24일 서울옥션 이브닝 세일에서 94억 원에 낙찰되며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를 새롭게 기록했습니다. 기존 약 70억 원대였던 국내 경매 최고가를 크게 넘긴 결과입니다.

마르크 샤갈1887-1985, BelarusianFrench, [Paysage de Paris], oil and tempera on canvas, 131.5×162.3cm(100), 1978 (서울옥션제공)

국내 미술 경매 기록이 다시 한번 새로 써졌습니다. 서울옥션이 올해 첫선을 보인 ‘이브닝 세일’에서 샤갈의 ‘꽃다발’이 94억 원에 낙찰되며 국내 경매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죠. 기존 국내 경매에서 형성되던 최고가는 지난 2023년 마이아트옥션에서 팔린 옛 조선시대 청화백자 ‘오조룡문호’의 70억 원이었던 만큼 이번 낙찰가는 한국 고가 미술품 시장의 체급이 한 단계 더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서울옥션 정태희 경매사 겸 미술품경매 팀장은 “이번 첫 이브닝 세일에서 샤갈의 주요 작품이 높은 금액에 낙찰된 것은 한국 미술시장이 글로벌 아트 마켓의 중심지로 자리할 만큼 충분한 경쟁력과 안목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서울이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홍콩이나 서구 시장과 견줄 수준의 고가 미술품 거래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기록의 주인공인 ‘꽃다발’은 샤갈이 1937년 파리에서 활발히 작업하던 시기에 완성된 작품인데요. 꽃다발은 그의 회화에서 반복되는 핵심 모티프이자 사랑, 기억, 축복을 상징하는 중요한 이미지로 샤갈의 세계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주제죠. 작품 속에서는 밝은 색채와 서정적인 정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샤갈 특유의 감성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강렬한 적색과 청색의 대비, 화면 속에서 유영하듯 떠오른 한 다발의 꽃 그리고 현실과 꿈결이 겹쳐지는 듯한 비현실적 구도까지 샤갈의 회화적 언어가 가장 안정되고 풍부하게 채워진 작품이라는 평을 받습니다.

샤갈 ‘꽃다발’의 낙찰가는 국내 경매 시장의 기준선을 새롭게 설정한 기록이죠.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작가의 주요 작품이 의미 있는 가격에 거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앞으로 국내 경매에서 어떤 작품들이 이 흐름을 이어 갈지 기대가 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