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pha
어뮤즈는 지금 10~20대 초반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뷰티 브랜드다. 키치한 패키지와 감각적인 컬러 바이브, 여기에 비건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웰니스 스타일을 지향하며 다양한 글로벌 구매층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전략 중 가장 두드러지는 행보는 해외 로컬라이징이다. “한국에서 쌓은 트렌드 감도를 유지하면서 각 나라의 문화에 맞는 색상과 제형을 세밀하게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 채널에서는 현지 고객이 선호하는 뉴트럴 컬러와 펄 제형을 출시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오히려 한국에서 왜 일본에서만 판매하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고요.” 어뮤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정미현의 설명이다. 코스알엑스는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지만 틱톡, 유튜브, 쇼츠, 레딧, 아마존 리뷰 문화 중심으로 성장한 덕분에 알파세대에게도 낯설지 않은 스킨케어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 브랜드를 알파세대에게 견인한 제품은 대표 시그니처 라인인 ‘어드밴스드 스네일’이 아니라 ‘펩타이드 3종’이다. “핑크빛 젤리 제형의 펩타이드 아이패치는 틱톡에 맞는 비주얼과 즉각적인 쿨링 및 탄력 효과로 화제를 모았어요. 미국 인플루언서 미케일라(Mikayla)의 콘텐츠는 조회수 2천만 회를 기록했을 정도죠. 이 전략은 코스알엑스가 ‘펩타이드 기반의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코스알엑스 마케팅 전략 부문 송지혜 부문장의 말이다. 코스알엑스는 이처럼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는 접근하기 어렵고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리얼 피드백’, ‘프렌들리 더마’를 키워드로 접근성을 높여왔다. 기능성 제품 시장의 가격대가 대체로 높게 책정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해 접근성을 높인 부분 역시 방향성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러한 지속적인 글로벌화를 통해 파리 패션위크에서 스킨케어뿐 아니라 헤어 케어 라인까지 스폰서로 참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Engine
APR이 만든 메디큐브는 K-뷰티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킨케어라는 영역을 넘어서 ‘홈 더마 코스메틱 디바이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로, 디바이스와 기능성 화장품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인 K-뷰티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APR은 뷰티 브랜드라기보다 테크 기반의 솔루션 기업에 가깝다. 스킨케어의 효능을 극대화하려면 결국 기기와 제형이 함께 작용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기획부터 개발, 생산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제품의 일관성과 신뢰를 확보했다. 메디큐브 ‘AGE-R’ 시리즈는 단기 성과 중심의 바이럴 제품이 아니라, 장기적 누적 리뷰와 기술적 신뢰로 성장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눈에 띄는 판매 기록을 세우며, K-뷰티가 단순히 예쁘고 감각적인 화장품을 넘어 ‘스킨케어 테크의 선구자’임을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홈 케어 디바이스의 성장을 견인한 메디큐브는 K-뷰티 글로벌 확장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꾸준히 확장하는 중이다.
Buy Back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진 뒤 국내에 뒤늦게 알려진 브랜드도 있다. 지금은 누구나 알 법한 브랜드로 성장한 조선미녀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판매처를 찾기 어려웠고, 이름조차 생소했다. 구다이글로벌이 조선미녀를 인수한 2019년은 틱톡발 화장품 브랜드가 급성장하던 시기였고, 이 흐름을 타고 오가닉 콘텐츠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2022년에는 대표 제품인 ‘맑은 쌀 선크림’이 아마존 선크림 판매 부문 1위를 기록하며 국내에도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철학을 공고히 하며 K-뷰티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고, 2024년에는 보유 브랜드 합산 약 1조원 규모의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처음 입소문이 난 만큼 해외 매출 1위 지역은 미국이며, 아마존 채널의 소비가 압도적이다. 최근에는 세포라 입점 후 반응이 좋아 추가 입점 또한 예정되어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의 글로벌 성공 경험을 토대로 국내 브랜드 티르티르를 인수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재도약시키기도 했다. 작지만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브랜드 혜자도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브랜드 중 하나다. 불교적 가치와 식물 기반 성분으로 제품군을 전개하며, 단순히 클린 뷰티를 넘어 ‘마음의 균형’을 지향하는 브랜드 철학을 앞세운 것이 특징이다. 혜자의 성장 스토리는 조용하지만 강렬하다. 화려한 바이럴 없이도, 서구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심플한 제형과 차분한 향, 비건 포뮬러를 중심으로 꾸준히 입소문이 났고, 특히 미국과 호주 시장에서 ‘과하지 않은 한국식 웰빙 스킨케어’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혜자는 견고한 ‘팬심’에 기반한 성장세를 보이며, Buy back 브랜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Heritage
전통적인 방식으로 K-뷰티의 근간을 오랫동안 지켜온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 행보는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시대에 맞게 형태를 바꾼다. 궁중 문화와 철학을 테마로 한 ‘더후(구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2010년부터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며 이제는 중화권 소비자들의 피부 문제에 대한 확실한 솔루션으로 자리 잡았다. 더후 마케팅팀 이여림 BM은 “더후의 마케팅 전략 핵심은 궁중 문화와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한 헤리티지를 지키면서, K-뷰티 브랜드의 효능을 뛰어넘는 럭셔리 코스메틱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입니다. 한국 궁과 궁중 예술의 아름다움을 패키지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모션과 이벤트에도 담아 정체성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죠. 아시아권에서 성공적으로 론칭해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올해엔 미국 진출을 시작했어요. 디지털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시아 시장도 주목하고 있고요. 지난달 막을 내린 APEC 정상회담에서 더후의 ‘환유고’가 각국 정상 배우자와 글로벌 CEO를 위한 선물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한국의 전통 미학을 알리고자 하는 정체성이 잘 드러난 순간이라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라고 전한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 역시 ‘K-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번역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세를 넓혀가고 있다. 설화수는 인삼이라는 단일 원료를 60년 넘게 연구해온 브랜드이자 아시아 스킨케어의 미학을 가장 세련되게 세계에 전달한 사례다. 설화수 BA팀 김동섭 팀장은 “설화수의 모든 기획과 실행의 기준은 ‘설화수다움’입니다. 브랜드의 본질을 유지한 채, 해외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AI 기반 솔루션 등을 적재적소에 적용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오래전부터 북미 시장에서 다층적인 리브랜딩과 리테일 확장을 진행하며, 세포라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더욱 폭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했다. 미니멀한 패키지 리뉴얼과 간결한 라인업을 앞세운 전략이 글로벌 소비자에게 적중하며, 럭셔리 K-스킨케어의 확실한 기준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Player
특히 올해 들어 해외에서 반응이 급부상한 브랜드들의 행보도 눈여겨볼 만하다. 바이오던스는 ‘붙이고 자는 마스크팩’으로 인기를 얻었는데, 하루 루틴을 보여주는 쇼츠가 반응이 좋은 틱톡에 자주 노출되며 해외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과학적 기술과 피부 효능을 가장 우선시하면서도 이를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차별화 전략이 효과를 봤다. “과학적이지만 동시에 감각적으로 접근하는 브랜드예요. 특히 ‘하이드로겔 마스크’는 붙이고 있으면 투명해지는 트랜스포밍 포뮬러를 적용해 피부에 풍부한 영양을 공급하는 동시에 보는 재미까지 선사하죠. 눈에 보이는 변화와 입증된 효능으로 신뢰도를 쌓고 있어요. 미국과 유럽에서 카테고리 기준점으로 언급될 때 해외 성장세를 실감합니다.” 브랜드 CPO 김미화의 설명이다. 일본에서 품질을 인정받으며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한 어노브도 글로벌 성공 사례로 부상한 브랜드 중 하나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헤어 케어 기술력이 뛰어나 이미 강력한 로컬 브랜드가 많은데, 그 시장에서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제품력을 증명한 셈이다. 어노브는 일본 소비자의 철저한 성분 검토 습관, 사용감에 대한 기대치, 패키지 선호도를 맞춤형으로 분석해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했고, 그에 부응하는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장으로 누적 판매량 2백50만 개라는 성과를 냈다. “일본 다음으로 현재 주목하는 시장은 북미예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헤어 케어 시장이자 다양한 인종과 헤어 타입이 공존하는 최대 격전지거든요. 2년간 북미 진출을 준비해왔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돌입할 예정입니다.” 어노브 브랜드 디렉터 문예인의 말에서 당찬 포부가 묻어난다.
Curating
K-뷰티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 데는 감도 높은 큐레이팅, 그중에서도 올리브영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의 영향이 크다. 온라인 중심의 쇼핑이 강세인 가운데, 올리브영은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며 헤어·보디 등 퍼스널 케어 부문에서 최근 3년간 매년 약 20% 상승세를 보였다. 올리브영N 성수점과 센트럴 강남 타운점에서는 두피 상태 진단과 맞춤형 제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해 체험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확립했다. 그 결과 지난 7월 헤어 토닉·앰풀 매출은 1월 대비 400% 증가했다. 올리브영은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K-뷰티 생태계 전체를 움직이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한국에서 검증된 ‘빠르게 체험하고 즉시 구매로 연결되는 구조’를 해외에도 적용하며,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K-뷰티 리테일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금도 국내외에서 K-뷰티의 가장 중요한 유통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오프라인 매장은 국내에만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 미국 등 다양한 나라의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어 그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