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뉴욕 패션 위크부터 공식 캘린더에 포함되는 모든 컬렉션에서 동물 모피 사용이 전면 금지됩니다.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 이하 CFDA)는 뉴욕 패션 위크(New York Fashion Week, 이하 NYFW)를 주관하는 기관으로서, 오늘부로 공식 NYFW 스케줄에 포함된 모든 행사에서 동물 모피를 홍보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Humane World for Animals), 컬렉티브 패션 저스티스(Collective Fashion Justice)와 수년간 이어온 협업과 파트너십의 결실로, 윤리적 패션을 향한 한 걸음으로 주목받고 있죠.
이번 조치는 2026년 9월부터 적용되며, 2027 S/S 시즌 컬렉션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됩니다. 디자이너들이 소재 선택과 쇼 기획을 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 기간을 제공하기 위함인데요. 밍크, 여우, 토끼, 카라쿨 양, 친칠라, 코요테, 라쿤 독 등 특정 종에 국한하지 않고, 모피 채취를 목적으로 농장에서 사육되거나 덫으로 포획된 모든 동물의 모피는 전면 금지되죠. 단, 전통 생계 수렵 방식을 유지하는 원주민 단체가 채취한 모피는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이번 결정은 이미 모피 사용을 금지한 런던 패션 위크를 비롯해, 코펜하겐·베를린·스톡홀름·암스테르담·헬싱키·멜버른 패션 위크의 흐름과 발맞춘 조치이기도 합니다. 특히 런던 패션 위크는 2018년 9월 시즌, 주최 측의 권고에 따라 모든 참가 브랜드가 모피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4대 메이저 패션 위크 중 최초로 ‘퍼 프리(Fur-Free)’를 실현한 바 있죠.
또한 올해 초, <보그(Vogue)>·<배니티 페어(Vanity Fair)>·<글래머(Glamour)> 등을 보유한 미국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 콘데 나스트(Condé Nast)가 편집 콘텐츠와 광고 전반에서 동물 모피 홍보를 금지한 데 이어, <엘르(ELLE)>·<인스타일(InStyle)> 등 주요 매체들도 유사한 정책을 채택하며 퍼 프리 기조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 같은 반(反) 모피 흐름은 사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긴 흐름 위에 놓여 있습니다. 당시 국제 동물권 단체인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가 공격적인 반 모피 캠페인을 전개하며, 모피는 ‘부와 지위의 상징’이라는 인식과 ‘동물 학대’라는 윤리적 문제의식이 정면으로 충돌하기 시작했죠.
그 흐름은 2010년대 들어 더욱 본격화됩니다. ‘윤리적 패션’과 ‘지속가능성’이 패션계의 핵심 화두로 부상하면서, 주요 하우스들이 잇따라 모피 사용 중단을 선언한 것인데요. 구찌는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 체제였던 2017년, 2018 S/S 시즌부터 동물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고, 샤넬 역시 2018년 12월, 동물 모피는 물론 악어·뱀·도마뱀·가오리 등 이른바 ‘엑조틱 스킨(exotic skin)’ 소재의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구찌를 포함한 발렌시아가·생로랑·알렉산더 맥퀸 등 케어링 그룹 산하 브랜드를 비롯해, 버버리·아르마니·베르사체·프라다·몽클레르 등도 모두 모피 사용 중단을 공식화한 상태인데요. 이들은 폴리에스터, 아크릴, 리사이클 섬유 등을 활용한 인조 모피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대체 소재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고, 이런 분위기가 이번 뉴욕 패션 위크의 결정으로도 이어진 셈이죠.
CFDA의 CEO이자 회장인 스티븐 코브(Steven Kolb)는 “이미 뉴욕 패션 위크에서는 모피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지만, CFDA는 이번 입장을 통해 미국 디자이너들이 패션 산업이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고민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소비자들은 점점 동물 학대와 연관된 제품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 패션이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길 원한다. 동시에 소재 혁신 역시 가속화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죠. CFDA 역시 이번 변화의 흐름 속에서 디자이너들이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는데요. 각 브랜드의 비즈니스 상황과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되, NYFW에 참여하는 디자이너들이 이번 방침에 발맞출 수 있도록 교육 자료와 소재 라이브러리를 제공하고, 보다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체 소재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입니다.
오늘날 패션은 더 이상 환경과 독립적으로 논의될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죠. 가죽과 모피 등 동물성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만큼, 이번 결정이 지속 가능한 패션 생태계를 향한 작지만 분명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