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진정한 묘미는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귤을 까먹으며 밀린 시리즈를 도장 깨기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약속으로 가득 찬 스케줄도 좋지만 가끔은 세상과 단절된 채 오직 나와 화면 속 이야기만이 존재하는 시간이 절실해집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요.
기묘한 이야기

전 세계가 기다려온 엔딩이 마침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로 다음 주, 넷플릭스의 개국 공신이자 메가 히트작인 <기묘한 이야기>의 마지막 챕터 시즌 5 파트 1이 공개되었습니다. 호킨스 마을의 아이들이 뒤집힌 세계의 위협에 맞서 싸우며 성장해 온 대서사시를 마무리하기 전, 지금이야말로 시즌 1부터 정주행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죠. 레트로한 80년대 감성, 신스웨이브 음악, 그리고 이제는 훌쩍 커버린 배우들의 어린 시절을 다시 보는 재미까지. 시즌이 거듭될수록 확장되는 세계관과 더욱 강력해진 빌런과 최후의 결전을 즐기기 위해서 복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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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의 대가

캐스팅 소식만으로도 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화제작이 <자백의 대가>인데요. 칸의 여왕 전도연과 독보적인 분위기의 김고은, 두 배우의 만남만으로도 이 작품을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살인 사건을 둘러싼 두 여성의 핏빛 연대기를 그린 이 작품은 스릴러라는 장르적 쾌감 위에 두 배우의 밀도 높은 연기력이 더해져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서로를 의심하고 또 의지하며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죠.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두 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 차력쇼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밤을 꼬박 새우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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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즈 페어: 여신의 재판

할리우드 최고의 이슈메이커 킴 카다시안이 이번에는 리얼리티 쇼가 아닌 정극 연기에 도전했습니다. 라이언 머피가 제작을 맡아 화제를 모은 법정 드라마 <올즈 페어: 여신의 재판>에서 그는 성공한 이혼 전문 변호사로 변신해 대중의 편견을 보란 듯이 깨부숩니다. 글렌 클로즈, 나오미 왓츠 등 기라성 같은 대배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낸 킴 카다시안의 연기 변신을 확인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죠. 시리즈 속 변호사들의 스타일을 엿보는 것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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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소맨 총집편

복잡한 서사는 잠시 미루고 뇌를 깨우는 강렬한 시각적 자극이 필요하다면 <체인소맨 총집편>이 제격입니다. 악마를 사냥하는 데빌 헌터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하드코어 액션을 담고 있습니다. 총집편이라는 타이틀답게 시리즈의 핵심적인 서사와 가장 화려한 액션 신들을 군더더기 없이 압축해 원작을 보지 않은 입문자들도 단숨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윙윙거리는 전기톱 소리와 함께 화면을 가득 채우는 역동적인 작화 그리고 예측을 불허하는 독특한 유머 코드는 꽉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확실한 아드레날린이 필요한 연말 저녁에 가장 완벽한 선택이 될 테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