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저지,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파리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세 가족의 일화를 한 편으로 엮어낸 영화.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은 짐 자무시 감독의 신작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가 12월 31일부터 극장에서 상영됩니다. 개봉을 앞두고 ‘마더’ 파트의 배우 케이트 블란쳇, ‘시스터 브라더’ 파트의 배우 인디아 무어와 루카 사바트를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남매와의 이야기를 표현하며 발견한 가족의 보편성과 그 안에 깃든 감정에 대해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
케이트 블란쳇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를 통해 짐 자무시 감독님과 다시 한번 함께했어요. 감독님과의 첫 만남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이번 협업은 어떻게 성사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케이트 블란쳇(이하 케이트): 예전에 극장에서 감독님의 <다운 바이 로>(1986)를 본 날, 오프닝 시퀀스부터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혔어요. 짐 자무시 감독님을 오랫동안 깊이 존경해왔는데, <커피와 담배>(2003)를 통해 처음으로 협업할 수 있었죠. 당시 몇 번의 통화를 나눈 뒤 한 작은 호텔에서 첫 만남을 가졌고, 열정적이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촬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20여 년 만에 함께한 작품이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예요. 감독님이 저에게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을 때, 제 역할로 자매 중 동생인 릴리스(Lilith)을 염두에 두신 것 같았어요. 아마 제가 <커피와 담배>에서 맡았던 캐릭터와 맞닿은 점이 있다고 느끼신 게 아닐까 싶어요. 감독님의 작품이라면 어떤 역할이든 좋았지만, “제가 언니인 티모테아(Timothea)를 연기해도 될까요?”라고 말씀드렸어요. 제게는 티모테아가 지금껏 탐구해본 적 없는 기질과 성향을 지닌 캐릭터라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감독님이 흔쾌히 수락해주신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티모테아를 표현할 수 있었어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서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케이트: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독립적인 이야기들을 한 편의 영화로 엮어냈다는 점에서 <커피와 담배>와 형태적으로 닮아 있어요. 하지만 <커피와 담배>가 각 에피소드 사이의 감정적 연결을 최소화했다면,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분명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언어와 시각의 측면에서 세 편의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요소들이 있고, 감정적으로도 훨씬 섬세하고 미묘한 흐름이 이어진다고 느꼈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파더’와 ‘시스터 브라더’ 파트의 촬영 현장에는 없었지만, 두 에피소드의 감정이 저에게도 전달되더라고요.
당신이 함께한 두 번째 에피소드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1년 만의 식사 자리를 가지는 어머니와 두 딸의 모습을 담아냅니다. 그 장면 안의 티모테아를 표현할 때 무엇에 중점을 뒀나요?
케이트: 티모테아는 한자리에 모인 어머니와 두 딸 중 가장 흥미로워 보이지 않는 인물이에요.(웃음) 그런데 저는 자기 표현이 크지 않고, 존재감이 적은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본인을 잘 모르거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을 거라고 단정하지 않아요. 티모테아가 외부에 있을 때, 이를테면 어머니의 집에 막 도착하거나 잠시 화장실에 있는 동안의 모습은 가족과 함께할 때의 모습과 차이가 있죠. 그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인상적이더라고요. 티모테아뿐 아니라, 세 모녀 모두 가정의 바깥에서 개별적인 자아를 인식한 상태로 한 테이블에 앉았어요. 이들 사이에는 침묵이 흐릅니다. 그걸 감독님은 ‘어리석은 침묵(stupid silences)’이라고 불렀어요. 다들 약간 어리둥절하고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을 느끼는 순간이죠. 그 찰나들은 가족 구성원들이 얼마나 뿌리 없이 흩어져 있는지를 감각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베니스에서 짐 자무시 감독님에 대해 ‘시적인 감독’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죠. 현장에서 그의 시적 미학이 돋보였던 순간이 있었나요?
케이트: 짐 자무시 감독님은 마치 훌륭한 지휘자 같아요. 감독님에게는 ‘리듬감’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 리듬을 편집실이 아닌 현장에서 바로 만들어내려고 하시더라고요. 우선 캐릭터의 언어부터 고유한 리듬을 가지고 있어요. 감독님은 대사의 음절과 단어, 문장 구조까지 자신만의 리듬을 따라 쓰셨고, 그 문장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이 흐트러지지 않기를 바라셨어요. 배우들의 움직임 역시 “방금 전보다 천천히 걸어볼 수 있을까요?”, “컵을 조금 더 빨리 들면 좋을 것 같아요”처럼 구체적인 디렉팅을 주시면서 장면의 리듬을 정교하게 다듬으셨죠. 완성하고자 하는 장면을 뚜렷하게 그려둔 채 하나하나 섬세하게 구현해나가신 거예요. 감독님의 구상을 파악하면, 그 안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배우들은 감독님의 지휘 아래에서 그와 속도를 맞추며 각자의 길을 찾아나갔죠. 그런데 감독님이 명확하면서도 유연한 분이라,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어떤 표현을 만들어낼지를 궁금해하셨어요. 프레임을 정해둔 다음,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시는 거죠. 그게 짐 자무시 감독님의 연출에서 캐스팅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블린에서의 촬영은 어땠나요? 더블린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어떤 역할을 한다고 봤나요?
케이트: 제가 더블린에서 마지막으로 촬영한 작품이 아마 <베로니카 게린>(2003)이었을 거예요. 그 무렵 태어난 첫째 아들이 이제 스물네 살이 되었네요.(웃음)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작업할 수 있어서 무척 뜻깊었습니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아일랜드 태생이 아닌 인물들이 아일랜드로 모인다’는 설정을 명확히 해요. 그 점이 가족의 흔적을 보여준다고 느꼈어요. 결국 우리는 혈연이라는 점 외에는 깊이 이어지지 않은 사람들과도 삶을 함께하게 되잖아요. 마치 무작위로 해변에 떠밀려 온 것처럼요.
가족 안의 미묘한 관계를 다루는 만큼, 다른 배우들과의 협업이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릴리스’ 역을 맡은 비키 크립스, 어머니로 등장하는 샬럿 램플링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케이트: 비키와는 영화 <한나>(2011) 촬영을 함께한 적이 있어요. 당시 비키는 연기를 이제 막 시작한 ‘아기’ 같은 상태였는데, 그래서인지 배우로서의 피부가 없는 것처럼 투명한 느낌으로 연기하더라고요. 작은 역할이었는데도 그의 진솔한 에너지에 매료되었던 게 떠오릅니다. 또 샬럿은 영화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The Night Porter)>(1974)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스크린을 통해 한 배우를 처음 만나는 경험은 늘 특별하게 다가오는데, 그만큼 인상 깊었습니다. 소원해진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주니퍼(Juniper)>(2021)에서의 모습도 기억에 남네요.
‘마더’ 파트는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라는 가깝고도 먼 관계에 대해 사유하게 만드는 듯합니다. 이 작품에 함께하면서 가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나요?
케이트: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나’라는 사람을 연기하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고, 스스로 두려워하는 면은 감춘 채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는 좀처럼 드러내지 않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살아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일종의 ‘퍼포먼스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느껴요. 물론 퍼포먼스 안에도 진실은 담겨 있겠지만, 그것이 우리의 전부를 보여주지는 않죠. 이런 점은 가족 안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형제나 자매끼리 있을 때와 부모님 또는 다른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등, 상황에 따라 우리는 가족을 서로 다르게 ‘연기’해요. 그 감각이 티모테아와 릴리스, 그리고 어머니가 식사하는 장면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요. 함께 자리한 상황을 견디고 대처하는 방식으로서 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거죠. 그런데 감독님이 이 에피소드의 끝자락에 아름다운 디테일을 하나 넣으셨더라고요. 두 자매가 어머니의 집을 떠나면서 서로 손을 잡도록 하신 거예요. 어쩌면 그 장면이 자매의 가장 진정한 순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를 본 관객들이 무엇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나요?
케이트: ‘이렇게 생각해달라’고 강요하고 싶진 않아요. 관객들이 스스로 느끼고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이번 영화 작업이 아주 특별했다는 거예요. 저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가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진, 따뜻한 영화라고 느껴요. 가족 안에서의 나와 가족 바깥에서 만들어온 나는 쉽게 화해할 수 없을 것 같고, 그래서 가족은 풀 수 없는 숙제처럼 다가오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숙제를 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줍니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큰 위로를 받았어요. ‘내 가족은 유별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족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원형적인 요소가 있어요. 어떤 가족이든, 아무리 긁어도 해소되지 않는 가려움과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안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가 그런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고 보고요. 저 역시 한 명의 관객으로서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를 보며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꼭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극장에 모여서 봐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다 함께 모여 영화를 보는 경험의 매력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배우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아와 작품을 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죠?
케이트: 맞아요. 영화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말할 텐데, 정말 그렇더라고요.(웃음) 작품을, 감독과 배우들을 사랑하면 그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요. 세상에는 수많은 영화와 여러 관람 방식이 있는데도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느껴지는 작품이 있다면, 그건 그만큼 이야기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작품을 통해 창작적인 대화에 참여하고, 그 결과물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거나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멋진 일로 여깁니다. 농산물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당신이 참여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했어요”라고 말해줄 때면 정말 감동적이더라고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화와 관객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거예요. 관객 수를 비롯한 수치로는 사람들이 작품에 얼마나 공감했는지 알 수 없죠. 숫자가 선례를 만들고, 많은 것이 물질적 가치로 환산되고 있지만 ‘돈’이 작업의 동기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짐 자무시 감독님의 작업 규모와 방식, 필모그래피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죠. 저 또한 영화, 그리고 드라마와 연극 등을 만들어가는 작업 자체를 진심으로 오롯이 즐기고 있습니다.
인디아 무어 & 루카 사바트



먼저 두 분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협업 과정은 어땠는지 묻고 싶습니다.
루카 사바트(이하 루카): 인디아와는 뉴욕 패션계의 지인을 통해 이미 알고 지낸 사이였어요. 평소 인디아가 멋진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만큼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가 좋은 협업이 될 거란 예감이 들었죠.
인디아 무어(이하 인디아): 몇 년 전 루카와 그의 친구를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루카가 저한테 “우리는 언젠가 함께 작업하게 될 거야”고 말했거든요. 실제로 협업이 성사되니 흥미롭더라고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충분히 거친 덕분에 영화 속 ‘스카이’와 ‘빌리’의 에너지를 진실되게 담아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상대 배우와의 호흡, 촬영이 진행되는 공간을 섬세하게 느끼는 감각이 캐릭터와 이야기를 형성하는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면서 합을 맞춰나갔죠. 친절과 존중이 깃든 관계 속에서 일할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시나리오의 첫인상이 어땠나요?
루카: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가족 구성원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다루더라고요. 기쁨과 슬픔, 어색함과 다정함을 비롯한 여러 감정이 녹아 있다고 느꼈어요. 이후 짐 자무시 감독님의 아파트에서 ‘시스터 브라더’ 파트의 ‘케미스트리 리딩’을 했는데, 글로 읽었을 때보다 훨씬 크게 와닿았어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에 크게 매료되었습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작업이 될 것 같았고, 제게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무척 신이 나고 감사했죠. ‘무조건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인디아: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가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가족의 상실과 사랑 속에서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현실을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에요. 가족, 나아가 인간관계의 역학이 영화 안에 잘 표현되어 있거든요. 우리는 가족에서 시작해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잖아요. 그래서 가족 구성원들의 성격과 특성이 주변 사람들과 연결되고 세상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중요한 교훈을 담은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어 영광이었죠. 시나리오를 읽어나가면서 깊이 공감했고, 여러 감정을 떠올렸어요. 그 감정들을 제 몸과 마음의 연기로 탐구할 수 있다는 점이 아름다운 기회로 다가오더라고요.
짐 자무시 감독님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루카: 짐 자무시 감독님의 작품 중 <지상의 밤>(1991)과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2003)를 특히 좋아해요. 저의 첫 영화인 <데드 돈 다이>(2019)도 감독님의 작품이었어요. 감독님을 처음 마주했을 때 엄청 긴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그 현장에서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애덤 드라이버 같은 매력적인 배우들까지 마주하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일까?” 싶은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더라고요.
인디아: 저도 짐 자무시 감독님의 오랜 팬이고, 이전에 (단편 영화 <French Water>(2021)를 통해) 한번 협업한 경험이 있어요. 그만큼 감독님께서 <마더 파더 시스터 브라더> 출연을 제안하셨을 때 주저할 이유가 없었죠. 이번 영화에 함께하는 배우들의 이름도 기대를 더해주었어요. 케이트 블란쳇, 애덤 드라이버 등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짐 자무시 감독님과 협업하며 인상적인 점은 무엇이었나요?
루카: 감독님은 정말 뛰어난 작가라는 걸 종종 느꼈어요. 캐릭터들이 어떤 단어를 쓰는지, 어떻게 말하는지, 그 말이 무엇을 의도하는지를 아주 섬세하게 신경 쓰시면서 인간의 감정을 능숙하게 활용하시더라고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도 있어요. “캐릭터들이 스스로 글을 쓴다. 나는 그저 타자를 치는 사람일 뿐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 감독님은 이미 존재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시는 것 같았어요. 현장에서도 본인의 생각과 원하는 방향성을 자세하면서도 명확하게 전달해주셨고요. 감독님의 시나리오와 아이디어를 존중하며 그가 그려둔 장면의 흐름을 최대한 구현하려고 했어요.
인디아: 촬영 초반에 작은 오해가 있었어요. 제가 감독님의 의도보다 머리를 짧게 잘라버린 거예요.(웃음) 제 헤어스타일에 대해 감독님과 구체적인 상의를 거치지 않은 거죠. 이를 계기로 감독님과 서로 많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촬영 진행 방식을 좀 더 이해하게 해준, 멋진 전환점 같은 일화였어요.
루카: 한편 감독님은 본인의 의도와 배우의 표현이 잘 들어맞는다면,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시기도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지인들한테 사용하는 표현을 카메라 앞에서 인디아를 부를 때도 써봤는데, 그걸 영화에 넣어주시더라고요. 그게 참 다정하게 여겨졌어요. 이처럼 감독님의 태도에서 허세나 무례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사려 깊고 배려가 느껴지는 환경을 만들어주셨죠.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고, 창작자로서의 선택을 존중했어요. 이건 결국 ‘협업’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번 영화에 함께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도전 과제는 무엇이었나요?
인디아: ‘형제, 자매의 사랑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긴장이 컸어요. 특히 스카이와 빌리가 쌍둥이 남매이기 때문에, 그들의 친밀감과 애정이 로맨스로 비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의식하면서 연기했어요. 이들의 관계가 지닌 특성 중에서도 ‘상실’의 감정에 특히 주목했어요. 스카이와 빌리는 부모를 잃은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속 상처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굉장히 신경 써요. 게다가 오랜만에 재회했으니, 그 아픔이 한꺼번에 밀려온다면 고통스러운 순간을 겪을 수도 있고요. 이런 상황 속에서 남매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지탱해주는 방식이 정말 아름답게 여겨졌어요.
영화에 삽입된 음악,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Spooky’가 쌍둥이 남매의 감정을 더욱 와닿게 하는 것 같습니다.
루카: 캐릭터들의 감정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시스터 브라더’ 파트는 상실을 다루지만, 한편으론 우리가 가족이란 존재를 잘 모른 채 살아간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하거든요. 부모로서 알고 있던 사람이 사실은 개별적인 삶을 가진 개인이고, 그들만의 오래된 추억과 농담 등으로 이뤄진 세계가 있죠. 이런 맥락에서 ‘Spooky’의 사랑 표현 방식이 와닿더라고요. 영화 속 캐릭터들이 서로를 어떻게 사랑했으며 어떤 감정으로 함께했는지 좀 더 이해하게 되었어요. 곡 자체도, 이 음악이 영화에 사용된 장면도 정말 다정하다고 느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