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âssis: Designed Sensation

감각의 그릇, 샤시

프랑스어로 틀이나 테두리를 뜻하는 ‘샤시(Châssis)’가 뷰티 키워드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뷰티에서는 그 의미가 확장되며 성분을 보다 감각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포뮬레이션의 프레임을 말한다. 성분이 내용물이라면, 샤시는 그 내용을 담아 피부로 이끄는 그릇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터. 샤시가 중요한 이유는 이제 성분의 우열만으로 제품을 평가하는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다. 동일한 성분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제형 구조로 설계하고, 어떤 감각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피부 반응과 사용 경험은 판이하다. 오일에서 크림으로 변하는 반전 텍스처, 피부 위에 천천히 녹아드는 레이어링 구조는 모두 샤시 기술의 진화에서 비롯한 결과다.

이러한 포뮬레이션의 변화는 사용자의 감각을 정교하게 자극한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들은 스킨케어 제품을 단순한 기능성 이상의 감각적 경험으로 인식하며, 즉각적인 촉감과 흡수 과정, 마무리감 같은 요소가 구매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전한다. 효과를 ‘느끼게 만드는 설계’가 곧 제품 선택의 기준이 된 셈. 이러한 샤시 개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라네즈 워터 슬리핑 마스크를 들 수 있다. 젤 제형 안에 수분을 가두고, 밤사이 피부 온도와 컨디션에 따라 천천히 방출하는 방식은 수분이 어떻게 머무르고 이동하는지를 설계한 결과다. 수분의 작용 방식을 제형 구조로 번역한 샤시가 제품 전반에 녹아 있는 것. 설화수 윤조에센스는 한방 성분의 효능을 사용자가 어떻게 느끼도록 할 것인지를 설계한 사례다. 한방 성분은 무겁고 진하며, 따라서 흡수가 느릴 것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묽은 텍스처가 피부에 닿는 순간 빠르게 스며드는 구조로 설계했다. 이는 한방 효능을 무게감이 아닌 흡수감과 밀착감으로 전달하려는 제형 전략으로, 전통적인 성분의 이미지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샤시 설계라 할 수 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샤시라는 개념은 사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사용감 속에 숨어 있다. 바르는 순간의 감각부터 흡수되는 과정, 피부에 남는 여운까지. 이 모든 감각을 구조화한 것이 바로 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