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어떤 기분이 드는지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하루의 첫 감정 상태가 그날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아침에 무기력하거나 불안한 상태로 출발하면, 같은 자극에도 스트레스가 더 크게 느껴지고 에너지는 빠르게 소진된다.”
#유난히_몸이_무거운_아침
새해를 맞아 개운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리라 다짐하겠지만, 겨울 아침엔 심신이 유난히 무겁고 몸을 일으키기가 버겁다. 무거운 몸을 끝내 일으키지 못해 5분만 더, 10분만 더를 외치는 내가 게으른 탓일까 싶어 자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상 직후의 컨디션은 생각보다 의지의 문제이기보다 몸이 계절과 리듬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가깝다. 놀랍게도 아침의 기분은 우연히 들지 않는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아침에 나타나는 특정한 정서 패턴으로 바라본다. 특히 우울, 불안,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을수록 겨울 아침의 무기력하고 예민한 상태가 더 또렷해진다. 어떤 면에서 아침의 기분은 마음보다 몸의 상태를 먼저 반영한다는 것이다.
#코르티솔#아침_리듬
아침의 기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정보다 먼저 몸의 작동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코르티솔이다. 코르티솔은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하루를 시작하게 만드는 핵심 각성 호르몬이다. 우리 몸은 기상 직후 코르티솔 분비를 급격히 늘려 잠들어 있던 신경계와 대사를 깨운다. 이를 코르티솔 각성 반응이라고 부른다. 이 반응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면 아침에 정신이 비교적 또렷하고 감정도 차분하다. 하지만 만성 스트레스, 우울, 불안, 번아웃 상태에서는 이 리듬이 쉽게 흐트러진다.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두근거리고, 반대로 충분히 분비되지 않으면 무기력하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아침에 유난히 몸이 무겁고 기분이 가라앉는 이유는 이 각성 반응이 매끄럽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면의 질이 더해진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가 감정과 기억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깊은 수면이 부족하거나 감정을 처리하는 렘수면의 균형이 깨지면 밤사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다. 그 결과 아침에 나타나는 코르티솔 각성 반응 역시 불안정하고, 기상 직후 예민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오래간다. 이는 많은 책과 수면 관련 연구에서도 여러 차례 입증되었는데, 수면 과학자 매튜 워커의 에서는 “수면은 감정을 회복시키는 시간”이라고 말하며, 밤사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으면 아침에 나타나는 각성 반응 역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하루의_기준점이_되는_아침
아침에 어떤 기분이 드는지는 생각보다 단순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하루의 첫 감정 상태가 그날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아침에 무기력하거나 불안한 상태로 출발하면, 같은 자극에도 스트레스가 더 크게 느껴지고 에너지는 빠르게 소진된다. 이와 반대로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로 아침을 맞이한 날에는 감정의 완충작용이 생긴다. 코르티솔은 아침에 적절히 올라간 뒤 낮 동안 서서히 떨어지는 리듬을 그릴 때 가장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이 리듬이 흐트러지면 하루 종일 각성도와 감정 조절 능력이 함께 흔들린다. 아침에 형성된 각성 상태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아침 기분은 일시적인 컨디션이 아니라 하루의 정서 흐름을 예고하는 신호에 가깝다.
#기분을_정하는_방법
아침의 기분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상 의지를 억지로 북돋우는 일이 아니다. 핵심은 몸이 자연스럽게 깨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빛이에요. 기상 직후 자연광을 받는 것만으로도 생체 시계가 빠르게 리셋되죠. 흐린 겨울 아침이라도 커튼을 열고 창가에 서면 실내등을 켰을 때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중앙대학교 광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희진 교수는 말한다. “또한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 같은 강한 자극을 받으면 아직 준비되지 않은 뇌가 급격히 각성되며 스트레스 반응이 커질 수 있어요. 그 반면에 물을 마시고, 세안하고, 가볍게 몸을 늘이는 저자극 행동은 코르티솔로 인한 몸의 각성도를 건강하게 올려주면서 아침 컨디션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김희진 교수가 덧붙인 말을 명심하길. 내 기분을 내가 정한다는 말은 하루를 항상 밝게 시작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늘 아침의 내 상태를 알아차리고, 그에 맞게 하루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아침의 기분은 하루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알려주는 첫 신호일 뿐이다. 이 신호를 잘 파악하면 새해 첫 아침의 기분만큼은 내가 직접 정하고, 보다 해사한 마음으로 2026년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기상 직후 코르티솔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To-Do List
□ 기상 직후 30~60분 안에 햇볕 쐬기
□ 미지근하고 따뜻한 물 한 컵 마시기
□ 일어나자 마자 스마트폰과 블루라이트 노출 삼가기
□ 산책, 집안일 등 가벼운 신체 활동으로 몸의 감각을 천천히 깨우기
□ 첫 식사로 단맛 피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