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이 특별 기획전의 관람료를 대폭 조정합니다. 이전 대비 무려 60% 인상인데요.

지난 7일,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3월과 8월 열리는 특별 기획전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와 ‘서도호’의 회고전 관람료를 8천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지난해까지 비슷한 규모의 기획전 입장료가 5천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60%에 달하는 인상 폭인데요.
기획전을 포함해 국립현대미술관의 모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 역시 기존 7천 원에서 1만 원으로 인상돼, 관람객 흐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획전을 제외한 일반 전시는 기존과 동일하게 2천 원을 유지하며, 만 24세 이하 청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료 관람 정책도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 전했는데요. 인상된 요금 체계 속에서도 접근성과 공공성을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죠.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과 맞물려 국내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어난 가운데, 해외에 비해 턱없이 저렴한 입장료에 대한 문제 제기도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확산된 이후, 이번 조치는 그에 대한 유의미한 변화인데요.
사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론 뮤익(Ron Mueck)’ 전부터 전시 성격과 규모에 따라 관람료를 달리 책정하는 차등제를 도입해 운영해 왔습니다. 이번 결정 역시 그 기조를 유지하되, 보다 현실적인 가격 책정을 통해 기획전의 가치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이죠.
이 같은 인상 결정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 건 급등한 운송비죠. 해외 작품을 대규모로 들여와야 하는 구제 기획전의 특성상 운송에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열리는 ‘데미안 허스트 회고전’의 전체 예산 약 30억 원 중 운송비만 70%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시 준비의 구조 자체가 과거와는 달라진 만큼, 전시 한 편을 완성하는 데 소요되는 물리적 비용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것이 실상이죠.
또한 관람료와 관람객 수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데요. 실제로 지난해 53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기록한 ‘론 뮤익’ 전의 경우, 차등 관람료를 적용했음에도 총 3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반면 관람료 수익은 약 25억 원에 그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전시는 타 전시 대비 2~30%포인트 높은 유료 관람객 비율을 보이며, 가격보다는 전시의 완성도와 콘텐츠 자체의 매력이 관람을 이끄는 핵심 요인임을 시사했죠.

이번 관람료 인상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입장료 현실화’ 논의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입니다. 지난해 연간 65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기록한 국립중앙박물관을 두고, 무료입장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관람 환경의 질적 향상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재정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이제는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죠.
글로벌 주요 미술관과 비교해 보면 이러한 가격 격차는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뉴욕 현대 미술관(MoMA),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 등 글로벌 주요 미술관의 특별전 성인 관람료는 대체로 2만 원대 후반에서 4만 원대, 평균 약 3만 6천 원에 달합니다. 이에 비해 국립현대미술관의 특별 기획전 관람료 8천 원은 여전히 수 배 저렴한 수준으로, 관람료 인상 후에도 국제적 기준과는 여전히 뚜렷한 간극을 보이고 있죠.
당장 3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리는 ‘데미안 허스트 회고전’부터 인상된 관람료를 체감할 수 있는데요. 과연 이번 조치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나아가 국립 기관 전반의 가격 정책 변화를 촉발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