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앤올룹슨(Bang & Olufsen)이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브랜드가 탄생한 덴마크 서부의 작은 마을, 스트루에르에서 시작해 본사가 자리한 코펜하겐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그 한 세기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누군가 뱅앤올룹슨을 경험하고 제품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우린 실패한 거예요. 제품이 아니라 재생된 곡이나 그 음악을 연주한 뮤지션에 대해 이야기하길 바라거든요.” 사운드 테스트가 끝난 뒤, 톤마이스터 제프 마틴(Geoff Martin)이 말했다. 브랜드가 1백 년간 추구해온 가치를 관통하는 말이었다.
지난 11월 13일, 덴마크 뮤지션 크리스토퍼(Christopher)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로열 덴마크 오페라하우스를 가득 메웠다. 뱅앤올룹슨이 브랜드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를 연 것. 그가 기타를 치기 시작하자 공기가 달라졌다. 나는 숨을 죽이고 소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날기도 하고, 헤엄치기도 하며. 이날, 크리스토퍼를 비롯해 싱어송라이터 모(MØ)와 스파이스 걸스 멤버였던 뮤지션 멜라니C(MelanieC)가 라이브 퍼포먼스를 펼쳤다. 브랜드 앰배서더이자 F1 카레이서인 샤를 르클레르(Charles Leclerc)도 참석해 축하를 건넸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즐겼다. 브랜드는 기념비적인 순간조차 대표 제품이나 그간 쌓아온 가치에 대해 장황히 설명하지 않았다. 뱅앤올룹슨다웠다. 시간이 마음보다 앞서가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브랜드는 1925년 덴마크의 작은 마을, 스트루에르에서 탄생했다. 젊은 엔지니어였던 피터 뱅(Peter Bang)과 스벤드 올룹슨(Svend Olufsen)이 올룹슨의 집 다락방에 모여 라디오를 만든 것이 그 시초다. 이들은 어머니가 닭을 키워 번 돈을 사업 밑천으로 삼았다.그 투자금을 사람들은 ‘에그 머니(Egg Money)’라 칭했다. 두 창립자는 오직 최고만을 고집하며 이 세상에 없는 음향 기기를 만들기 위해 제품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1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진 질문들은 시대를 초월해 브랜드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다. 31년간 브랜드에 몸담은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레스텐 비외른 크래브 비에레(KrestenBjørnKrab-Bjerre)는 여러 아이코닉한 제품을 보여주며 “뱅앤올룹슨의 제품은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형태에 가까워요. 수많은 물음과 검토, 수정 과정을 거치거든요. 한 제품을 디자인하는 데 평균 6개월 이상이 걸리는데요. 누군가에게는 미칠 정도로 힘든 시간이지만, 이런 과정 덕분에 누구나 만족스러워하는 제품이 될 수 있죠”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자부심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뱅앤올룹슨은 한 세기 동안 여러 아이코닉한 음향 기기를 만들었다. 1929년에 생생한 사운드와 정교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양산형 라디오 ‘더 파이브 람프(TheFive-Lamper)’를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Hi-Fi 시스템에 대한 탐구 끝에 출시한 ‘베오랩 5000(Beolab5000)’, 전설적인 산업디자이너 야콥 옌센(JacobJensen)이 디자인한 브랜드 최초의 자동 접선 톤암을 장착한 턴테이블 ‘베오그램 4000(Beogram 4000)’, 사용자가 다가가면 마법처럼 열리는 자동 유리 도어를 적용한 ‘베오시스템 2500(Beosystem 2500)’, 40년간 뱅앤올룹슨의 디자이너로 활동한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가 설계한 아이코닉한 CD 플레이어 ‘베오사운드 9000(Beosound 9000)’, 사운드 폭탄이라 불리는 스피커 ‘베오랩 5(Beolab 5)’, 2012년 출시하자마자 디자인 아이콘으로 떠오른 ‘베오플레이 A9(BeoplayA9)’, 집을 작은 영화관으로 만드는 ‘베오비전 하모니(Beovision Harmony)’까지. 백 년의 시간 동안 브랜드가 스스로 해온 질문이 무엇인지, 그 질문을 어떻게 돌파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언급한 제품들을 스트루에르 박물관(Struer Museum)에서 모두 만났다. 박물관 투어를 함께한 베오니스트(Beonists, 뱅앤올룹슨에서 은퇴한 이들을 일컫음) 그레테 크라베(Grethe Krabbe)가 1932년 봄에 탄생한 뱅앤올룹슨의 로고에 얽힌 비화를 소개하다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발목에 새긴 브랜드 로고 타투를 자랑스레 내보였다. 그렇다면 나를 그토록 설레게 하고, 몸에 아로새기고 싶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뱅앤올룹슨 최고경영자인 크리스티안 티어(Kristian Teär)는 지난 역사와 앞으로의 미래를 관통하는 브랜드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세 단어로 답했다. 럭셔리(Luxury), 기술(Technology), 영원성(Timeless). “뱅앤올룹슨의 모든 제품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은 이들의 작품입니다. 우리 브랜드는 설립 당시부터 새로운 질문이나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더 나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과 함께해왔어요. 사실 아이디어를 말하는 건 쉬워요. 하지만 진짜로 해내는 사람은 드물죠.” 그는 세 단어를 꼽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부연했다. 고심 끝에 개발한 기술로 멋진 제품을 만들고, 이것이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만들어온 것이다. “우리는 꿈꿔왔지, 찰나의 해방.” 뱅앤올룹슨의 고장을 떠나는 차 안, 베오플레이 EX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었다. 본인의 일을,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순간들이 불현듯 스쳐갔다. 무엇인지 모를 불꽃이 마음속에 피어올랐다. 역시, 음악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