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는 한강의 문학적 위상.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는 ‘2025 NBCC 어워즈‘의 최종 후보를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소설 부문에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 번역본 ‘We Do Not Part’가 포함됐는데요. 번역은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공동으로 맡아 한강 특유의 섬세한 문장을 영어로 온전히 옮겨냈죠.

올해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는 한강의 작품과 함께 캐렌 러셀(Karen Russell)의 ‘The Antidote’, 케이티 키타무라(Katie Kitamura)의 ‘Audition’, 솔베이 발레(Solvej Balle)의 ‘On the Calculation of Volume (Book III)’, 앤젤라 플러노이(Angela Flournoy)의 ‘The Wilderness’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문학동네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1년 출간된 작품으로 폭설이 휘몰아치는 겨울, 제주로 향한 한 여성이 ‘살려야 할 존재’를 붙들며 4·3의 기억과 상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940년대 후반 제주에서 벌어진 비극의 그림자 속에서 기억과 애도가 어떻게 개인의 삶에 남고 다시 말해질 수 있는지를 탐색하죠. 현실과 꿈,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사는 한 개인의 우정과 구원이 집단적 참사의 기억과 맞물리며 더욱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노벨문학상이 특정 작품이 아닌 작가의 문학 세계 전체를 조명하는 상이기에 공식적으로 수상작을 명시하진 않지만, 평단에서는 ‘작별하지 않는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해당 작품의 프랑스어 번역본이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까지 수상하며 그 문학적 깊이와 울림이 다방면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음을 또 한 번 입증했죠.

©Nobel Prize Outreach. Photo: Clément Morin

1970년 광주 출생의 한강은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시로 문단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듬해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을 시작했고, 1995년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통해 자신의 서사 세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해 나갔습니다. 2016년에는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지평을 세계로 확장시킨 작가로 자리매김했죠.

이후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 등을 통해 개인의 감각과 윤리, 폭력의 기억과 애도의 언어를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서사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024년, 노벨문학상 121년 역사상 아시아 여성 최초 수상이라는 이정표를 세우며 한국 문학사에 의미 있는 한 획을 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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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1974년 뉴욕에서 출범한 비영리 문학 비평가 단체입니다. 미국 내 현역 서평가와 평론가들로 구성된 이 협회는 매년 부문별로 가장 뛰어난 책들을 선정해 상을 수여하죠. NBCC 어워즈는 별도의 상금은 없지만 순수 문학적 가치를 기준으로 비평가들이 엄선한 최고의 작품에 수여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강력한 권위를 지니는데요. 수상작은 오는 3월 26일(현지 시각) 시상식을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미 국내외 유수 문학상을 휩쓸며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작별하지 않는다’가 이번에 또 한 번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기대가 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