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주얼리를 오마주한 티아라와 네크리스를 착용한 테야나 테일러, 스키아파렐리 2026 S/S 오트 쿠튀르가 꺼낸 가장 대담한 상상.

©Schiaparelli

파리 프티 팔레에서 공개된 스키아파렐리 2026 봄/여름 오트 쿠튀르 쇼는 세간의 시선을 단숨에 주목시켰습니다. 자연의 생명체를 그대로 따온 듯 완성도 높은 컬렉션과 더불어 배우 테야나 테일러가 착용한 티아라와 네크리스가 ‘루브르에서 도난당한 보석’을 연상시켰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해당 주얼리는 루브르 소장품이 아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로즈베리가 이번 컬렉션을 위해 새롭게 제작한 쿠튀르 피스입니다. 그는 ‘루브르 박물관 도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서사를 패션적 장치로 끌어와 박물관 주얼리의 권위와 이미지를 쿠튀르 오브제로 다시 풀어냈습니다.

이러한 상징적 장치는 스키아파렐리가 오랫동안 다뤄온 문법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초현실주의, 트롱프뢰유, 그리고 역사적 오브제를 전복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까지. 실재와 허구,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일부러 흐리는 전략은 이번 시즌에서도 유효했죠. ‘사라졌던 보석’이라는 설정 역시 사실의 재현이라기보다 우리가 무엇을 보며 어떻게 상상하게 되는지를 겨냥한 스키아파렐리식 서사 장치로 읽힙니다.

테야나 테일러의 룩은 이러한 서사를 가장 극적으로 구현한 예였습니다. 프랑스 샹티이 지역에서 유래한 섬세하고 투명한 블랙 샹티이 레이스 소재의 시스루 톱과 펜슬 스커트 셋업, 여기에 어깨에 걸친 블랙 롱코트까지 더해지며 테야나 특유의 관능미를 선명하게 드러냈죠. 함께 착용한 다이아몬드와 진주로 장식된 크라운과 리본 형태의 네크리스는 화려함과 권위를 동시에 강조하며 올블랙 시스루 룩의 중심을 잡았습니다. 박물관 유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주얼리 디테일은 감상의 대상을 착용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스키아파렐리 특유의 서사를 완성했습니다.

컬렉션 쇼에 참석한 다른 셀럽들의 패션 역시 우아하면서도 과감한 포인트가 돋보이는데요. 데미 무어는 레오퍼드 자수 코트와 투우사 복장에서 영감받은 토레로 형태의 팬츠로 스키아파렐리 특유의 연극적인 실루엣을 선보였습니다. 거기에 마무리로 시그니처 실버 락 디테일이 장식된 블랙 벨벳 포인티드 토 펌프를 매치했죠. 룩 전체를 통일하는 강렬한 레오파드 패턴과 절제된 블랙의 대비가 데미 무어 특유의 노련한 존재감을 한층 각인시켰습니다.

한편, 조디 스미스는 나무껍질을 닮은 텍스처의 블랙 드레스에 골드 메탈 디테일을 더해 조형적인 우아함을 완성했죠. 백 라인을 따라 흐르는 골드 주얼 체인과 블랙 퍼 자수 재킷은 룩에 깊이를 더하며, 하우스의 화려함과 절제된 긴장을 동시에 드러냈습니다. 이렇듯 각기 다른 방식으로 컬렉션의 세계관을 해석한 셀러브리티들의 등장은 쇼의 여운을 한층 확장했죠.

©Schiapar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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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로즈베리는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마주한 순간의 깨달음에서 스키아파렐리 2026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경험은 이번 시즌의 모든 요소를 관통하는 출발점이 되었죠. 날카로운 붓질과 즉흥적인 낙서는 전갈의 꼬리로, 침과 뱀의 이빨로 변주되며 컬렉션 곳곳에 스며들었습니다. 일상을 위한 옷이 아니라 상상력을 해방하기 위한 옷. 로즈베리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쿠튀르가 왜 존재하는지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집니다.

과거의 예술 작품에서 출발해 전개된 컬렉션과 도난당한 박물관 유물을 오마주한 주얼리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스키아파렐리의 이번 컬렉션은 오트 쿠튀르로 시작한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은유합니다. 사실과 허구,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들며 감각을 먼저 흔드는 접근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기보다 느낄 틈을 남기죠.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순간, 생각은 멈추고 감각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스키아파렐리 2026 S/S 오트 쿠튀르는 쿠튀르가 여전히 상상력을 해방하는 장르임을 실감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