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 라파엘 고티에(Raphaёl Gaultier)는 젊은 연인들의 초상을 기록하는 프로젝트 <Young Love>를 이어왔다.
순수와 천진, 그리고 취약함 위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사랑, 그 사랑에 가까이 가닿고자 하는 마음에 대하여.

라파엘 고티에
Raphaёl Gaultier

“젊은 사랑은 흔히 일시적이고, 미숙하며, 가벼운 관계로 여겨진다.
하지만 내가 작업하며 만난 연인들은 지금껏 보아온 어떤 관계보다도 깊은 애정과 돌봄에 기반해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젊은 연인들의 초상을 기록하는 프로젝트 <Young Love>를 오랜 시간 이어오고 있다. 어떤 계기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나?

고향인 시애틀에서 더 많은 인물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자연스럽게 연인 관계를 맺고 있던 주변 친구들을 촬영하게 되었고, 두 사람 사이에 이미 형성된 깊은 유대를 바탕으로 기존 작업에서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친밀감을 담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작업이 점차 더 많은 연인으로 확장되며 하나의 연작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에는 인종과 성별, 나이가 각기 다른 다양한 연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인물을 선정하는 특정한 기준이 있었나?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친구이거나 그들의 친구들로, 나와 이미 어느 정도 신뢰가 형성된 관계라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진가를 자신의 세계로 들여 연인과 함께하는 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게 한다는 건 자신의 취약함을 기꺼이 내보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물에 특별한 기준을 두기보다는 집처럼 두 사람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장소에서 그들의 모습을 기록하고자 했다.

촬영에 앞서 피사체가 될 인물들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눈다고 들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이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어쩌면 사진을 찍는 일만큼이나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관계를 이해해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했던 것 같다. 주로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서로의 어떤 점을 사랑하는지, 관계를 오래 이어가는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대화 덕분에 인물들이 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감정의 기류처럼 눈에 보이는 장면 너머에 존재하는 감각을 포착하기 위해 촬영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촬영을 시작하면 최대한 벽에 붙은 파리처럼 존재하려 했다. 사적인 공간에 있는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감정이나 분위기 외에 어떠한 것도 사진에 덧입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물들이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공간을 오가며 서로에게 반응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작업을 이어가며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지만 끝내 사진으로는 온전히 담을 수 없는 감정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흥미롭게도 이런 감정은 그들이 촬영을 마쳤다고 느낀 순간이나, 필름을 교체하던 중에 문득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인물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경계를 내려놓는 그런 순간에 재빨리 셔터를 눌러 계획된 촬영에서는 포착할 수 없는 날것의 감정을 담고자 했다.

인물을 감싸는 빛의 존재감 역시 인상적이다. 작업에서 빛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려 했나?

아주 희미한 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거나,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장면에 오래전부터 이끌렸다. 하루의 끝과 시작에 마주하는 빛이 지닌 따스함과 부드러움이 내게는 언제나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이 연작에서도 빛 자체를 하나의 주제 삼아 젊은 연인이 지닌 친밀감과 취약성을 함께 드러내고자 했다.

연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뿐 아니라 개인의 초상도 등장한다. 개인의 초상은 프로젝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나?

처음에는 관계를 지속하는 연인만을 촬영했지만, 젊은 사랑을 보다 온전히 바라보기 위해서는 개인이 겪은 이별과 상실의 순간 역시 포함해야 한다고 느꼈다. 이 선택이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크게 바꿔놓았고, 그 결과 다양한 관계의 양상을 담을 수 있게 됐다.

<Young Love>의 소개글에 “현대 미디어에서 흔히 묘사되는 젊은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한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젊은 사랑에 대해 어떤 고정관념이 있다고 생각하나?

젊은 사랑은 흔히 일시적이고, 미숙하며, 가벼운 관계로 여겨진다. 하지만 내가 작업하며 만난 연인들은 지금껏 보아온 어떤 관계보다도 깊은 애정과 돌봄에 기반해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관계에는 다른 나이대 연인들의 사랑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순수함과 천진함이 깃들어 있다고 본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사랑 역시 충분히 안정적이고, 깊은 이해와 배려를 전제로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젊은 연인의 사랑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온 시간이 당신에게 무엇을 남겼나?

사진가에게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가능한 한 성실하게 기록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친구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던 시기에 진행했고, 그만큼 이들의 삶에서 아주 개인적인 순간을 담고 있다. 연인이 서로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애정을 드러내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은 사랑을 대하는 나 자신의 태도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무엇보다 사랑은 반드시 이성의 언어로 설명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때로는 어떤 직감 하나만으로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을 수 있고, 사랑에 관해서는 명료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향후 이 프로젝트를 어떤 방향으로 이어가고 싶나? 이 작업을 언젠가 매듭지어도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개인적인 이별을 겪으며 지난 2년간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했었고, 다시 작업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질문들에 답을 적어 내려가며 찍어둔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보니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사진 속 연인들이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을 담는 방식으로 이 연작을 매듭지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의 사진을 마주한 이들이 어떤 감각이나 감정을 느끼길 바라나?

이 프로젝트는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는 향수와 ‘그렇게 될 수도 있었던’ 가능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진을 통해 각자가 경험한 젊은 시절의 사랑을 한 번쯤 떠올리길 바란다.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 곁에 남아 영향을 미친다.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든, 각자의 사랑 안에서 순수와 청춘의 한 조각을 발견하길 소망한다.

“사랑은 반드시 이성의 언어로 설명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