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IONS DE PARFUMS FREDERIC MALLE 신테틱 네이처. 신비롭고 관능적이며 초현실적인 정글을 바질과 은방울꽃, 재스민, 파촐리를 조합해 표현했다. 50ml, 35만원.
EDITIONS DE PARFUMS FREDERIC MALLE 신테틱 네이처. 신비롭고 관능적이며 초현실적인 정글을 바질과 은방울꽃, 재스민, 파촐리를 조합해 표현했다. 50ml, 35만원.

에디터가 된 이후로 휴가를 온전히 즐겨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를 돌보고 챙기는 것 역시 결국 일의 연장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받아들였고, 2023년 여름에 태국의 작은 섬 끄라비로 떠났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졌고, 그 시절을 떠올리면 상쾌한 풀 냄새가 먼저 다가온다.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의 신테틱 네이처는 이런 기억을 닮아 있다. 바질과 은방울꽃 향이 살짝 젖은 잎사귀처럼 싱그럽게 퍼지다가 재스민의 잔잔한 잔향으로 조용히 마무리되는 향.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쉴 때 복잡하던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는 순간과도 꼭 닮아 있다. 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아,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파도는 늘 같은 속도로 부서지고 해는 정해진 시간에 뜨고 지는데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히 완성되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속에서 나 역시 그저 존재해도 괜찮았으니까. 아주 오랜만에 숨을 탁 틔울 수 있었던 곳,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춰도 괜찮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운 장소. 아마도 나는 끄라비를 아주 오래도록, 어쩌면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마리끌레르> 뷰티 디렉터 김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