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버니가 그래미 어워즈에서 이민자 단속 정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습니다.


올해 그래미 어워즈의 주인공, 배드 버니

배드 버니 그래미
@grammys

제68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의 스포트라이트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뮤지션 배드 버니(Bad Bunny)를 향했습니다. 배드 버니는 그래미 어워즈의 최고 영예로 여겨지는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다시 한 번 갱신했습니다.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부터 사브리나 카펜터(Sabrina Carpenter), 클립스(Clipse), 레이디 가가(Lady Gaga)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레온 토마스(Leon Thomas),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까지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앨범 ‘DeBÍ TiRaR MáS FoToS’로 ‘올해의 앨범’ 수상의 영광을 품에 안았죠. ‘올해의 앨범’ 부문 외에도 ‘베스트 글로벌 뮤직 퍼포먼스’, ‘베스트 뮤지카 어바나 앨범’ 부문까지 총 3개 부문의 상을 휩쓸며 ‘그래미 3관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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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버니는 2년 전에도 앨범 ‘Un Verano Sin Ti’로 ‘올해의 앨범’ 부문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는데요. 당시,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의 앨범 ‘Harry’s House’에 밀려 수상 불발의 아쉬움을 남겼었죠. 2년 전의 아쉬움의 시간을 지나, 이번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 시상자로 오른 해리 스타일스가 배드 버니에게 직접 상을 건네며 포옹을 나눴습니다. 이 순간은 두 뮤지션의 서사가 교차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전곡 스페인어 앨범이 남긴 기록

배드 버니의 그래미 어워즈 수상은 그래미 역사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수상작 ‘DeBÍ TiRaR MáS FoToS’가 그래미의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최초 스페인어 앨범이 되었기 때문인데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배드 버니는 줄곧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곡을 쓰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를 음악에 담아왔습니다. 뉴욕을 의미하는 제목을 내세운 곡 ‘NUEVAYoL‘의 “배드 버니가 어떻게 팝의 왕이 되게? 레게톤과 뎀보우만으로 되는 거지, 뭐”라는 가사처럼 라틴 음악의 DNA를 음악으로 보여줬죠. 앞서, 앨범 ‘El Último Tour del Mundo’로 전곡 스페인어 앨범 최초로 빌보드 200 차트의 1위를 기록했던 것처럼, 배드 버니는 라틴 음악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ICE OUT’을 외치다

이번 그래미 어워즈에서 배드 버니의 이름이 더욱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수상 소감때문입니다. 배드 버니는 ‘베스트 뮤지카 어바나 앨범’ 부문 수상 후 “하느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기 전에, 이 말을 먼저 해야겠습니다”며 무대 위에서 분명하게 외쳤습니다. “ICE OUT!” 배드 버니는 이민자 단속 정책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현장에 있던 뮤지션들의 환호와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과잉 진압 문제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사회 문제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ICE OUT’은 이민세관단속국의 비인도적인 단속에 반대하는 메시지죠.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체류자 단속과 추방을 강화하며, 이민세관단속국에 영장 없이도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많은 이들의 질타와 거센 비판을 받았는데요. 지난 1월에는 무고한 미국 시민권자 두 명이 단속국 요원의 과잉 진압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미 전역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죠.

배드 버니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푸에르토리코가 엄연히 미국령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으로 취급받는 것에 대해 비판해왔습니다. 그래미 시상식에서 그는 “우리는 야만인, 동물, 외계인이 아니고, 같은 인간이며 미국인입니다”라고 말하며, “증오는 증오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 뿐입니다. 증오보다 더 강력한 것은 사랑이에요. 우리는 달라져야 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ICE OUT’ 뱃지를 단 빌리 아일리시도 “빼앗긴 땅 위에서 누구도 불법적인 존재가 아닙니다”라며 연대의 뜻을 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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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자신의 언어로 음악을 해온 것처럼 배드 버니는 그래미의 밤을 자신의 신념으로 물들였습니다. 수상의 순간에도 침묵하지 않고, 음악과 신념의 경계를 나누지 않았죠. 시상식이 끝난 후에도 긴 여운을 남긴 배드 버니는, 그가 왜 현 시대의 아이콘인지 분명히 보여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