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의 스커트는 늘 새로운 형태로 등장해왔습니다. 플라스틱이나 유리처럼 낯선 장식을 더하거나, 예상을 비트는 실루엣으로 매 시즌 컬렉션의 중심에 서왔죠. 미우치아 프라다는 스커트를 두고 “여성을 허리 아래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비행기”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녀에게 스커트는 정숙함의 상징이 아니라, 펄럭이며 몸을 해방시키는 도구인거죠. 고정된 여성성의 틀을 벗어나게 하는 장치로서요.


2026 S/S 시즌, 프라다의 시선은 다시 한 번 스커트로 향했습니다. 밀라노에서 공개된 이번 컬렉션에 대해 라프 시몬스는 “서로 다른 요소들의 결합으로부터 여성은 선택과 자유, 권위와 주체성을 갖는다”고 정의했죠. 장식적 장치 없이 백지처럼 비워진 쇼장 위에서 상반된 요소들이 충돌하고 스며들며 새로운 질서를 구축했습니다. 우아한 태피터 스커트에 오버사이즈 재킷을 매치하고, 각진 워크 웨어에 형형색색의 오페라 글로브를 더하는 과감한 스타일링은 기존의 위계를 허물며 정형화된 여성성을 지워내죠. 프라다가 제시한 여성성이란 단일한 이미지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조합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그 질문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피스가 있습니다. 바로 서로 다른 소재와 기법, 볼륨을 지닌 조각들이 하나의 실루엣으로 재탄생한 ‘패치워크 스커트’죠. 부드러운 레이스부터 러플과 드레이핑, 구조적인 타페타까지. 한 피스를 완성하는 데에는 19시간에서 27시간까지, 꼬박 하루가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소재와 컬러, 구조 등이 뚜렷하게 대비되면서도 의도적으로 어긋난 채 조화롭습니다.




이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장인의 손길입니다. 서로 다른 무게와 질감을 지닌 소재를 지탱하도록 설계된 패턴은 정교한 커팅과 수차례 피팅을 거치죠. 한 땀 한 땀 더한 크리스털은 움직임에 따라 빛의 결을 달리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평면 프레싱과 수작업 다림질로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합니다. 절제된 드레이프를 정밀하게 고정되어, 해체된 요소들이 무심한 듯 이어진 구조 속에서도 완성도 높은 균형을 유지하죠.
레이스와 실크, 겹겹의 러플이 퍼즐처럼 이어 붙여진 이 스커트는 해체와 재조합이라는 이번 시즌의 질문을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피스입니다. 강렬한 대비에서 비롯된 부조화는 오히려 고착된 여성성을 허무는 해방감으로 이어지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실루엣은 달라지고, 서로 다른 조각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한 걸음도 의미 없이 흩어지지 않는 것처럼요. 프라다가 제안한 우아함은 움직임 속에서 다시 완성되고, 계속해서 변주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