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가 창립 52년 만에 전사적 책임 경영 보고서 ‘프로그레스 리포트(Progress Report)’를 발표했다.

피톤 치드 향 가득한 자연 친화적인 트렌드, 이른바 ‘그래놀라 코어’와 함께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파타고니아가 환경과 사람을 위해 걸어온 지난 10년의 기록을 공개했습니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기후·생태 위기에 대응해온 노력은 물론 그 과정에서 마주한 한계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담아냈죠. 파타고니아는 매년 사회·환경 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해왔는데요. 특히 이번 리포트는 비즈니스 영향력, 소유 구조의 변화, 그리고 환경 기부 활동 전반을 가장 투명하게 엮은 첫 통합 보고서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큽니다.

파타고니아의 대표 제품 ‘신칠라 스냅 티’.

지구를 주인으로 맞은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이제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입니다”라며, 2022년에 파타고니아는 회사 지분 전체를 비영리 ’파타고니아 퍼포즈 트러스트(Patagonia Purpose Trust)’와 환경 단체 ‘홀드패스트 컬렉티브홀드패스트 컬렉티브(Holdfast Collective)’로 이전했습니다.

파타고니아 창립자이자 전 소유주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

이 구조 아래서 남는 이익은 모두 지구 보호를 위한 기금으로 환원되며, 매출의 1% 역시 환경 단체를 위해 사용한다고 밝혔죠.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라는 파타고니아의 사명 아래 지금까지 약 2천9백90억원 이상의 금액을 환경 단체에 후원했습니다. 브랜드의 철학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운영에 그대로 구현되고 있죠.


퍼펙션(Perfection)이 아닌 프로그레스(Progress)

이번 보고서의 핵심 키워드는 ‘진보(Progress)’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성과를 내세우는 대신,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와 구조적 모순까지 투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전체 제품의 약 85%가 수명을 다한 이후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대응 방안, 즉 수명 종료(End-of-Life)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임을 솔직하게 밝혔죠.

파타고니아의 전체 제품의 약 85%는 수명 종료(End-of-Life) 해결책이 확보되지 않았다.

재활용 소재 비중은 높지만, 합성 소재 가운데 2차 폐기물 기반 원료의 비율은 여전히 낮아 신소재에 대한 의존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도 짚었습니다. 제품의 100%를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겠다는 목표 아래 2025년 기준 원단과 부자재의 84%까지 달성했지만, 아직 남은 16%가 과제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파타고니아는 100% 달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그 노력의 과정을 강조했죠.


데이터로 말하는 책임 있는 실천

하지만 실패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파타고니아는 ‘영원한 화학물질’이라 불리는 PFAS(과불화화합물)을 모든 제품에서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17만 개 이상의 제품을 수선하며 ‘지속 가능한 소비’의 실질적인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새것을 더 많이 생산하는 대신, 이미 만들어진 것을 더 오래 입도록 돕는 것은 환경을 가장 직접적으로 고려한 책임 있는 행동이죠.

2023년 뉴햄프셔에서 열린 웻수트 수선 이벤트.
태국의 웻수트 공장 작업자들.



2026년, 우리가 이 리포트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2026년인 지금, 왜 이 리포트를 되짚어 봐야 할까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이 필수가 된 오늘날, 지킬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값에 도달하기 위해 오답노트를 제시하는 기업이 드물기 때문이죠.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 위치한 물류센터.

파타고니아 최고임팩트·커뮤니케이션책임자 콜리 케나(Corley Kenna)는 “이번 보고서는 성과를 자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라고 정의했습니다. 완벽함이 아닌 진보를 택한 파타고니아. 이들이 남긴 기록은 브랜드 하나의 성과를 넘어,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인 지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