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한 창작자의 헤리티지라 부를 수 있을까.
어떤 기준이나 기대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완성한 첫 작품,
그 안에는 여전히 확장을 거듭하는 세계의 단단한 기반을 비추는 단서가 남아 있다.
영화, 음악, 문학의 영역에서 각자의 언어로 시대를 통과해온 창작자 21인이 자신의 처음과 연결된 물건과 기억을 건넸다.
한 시절을 온전히 바친 기록, 처음이기에 가능했던 선택이 그 안에 담겼다.
세상에 건넨 첫 선언, 그 선언과 함께 하나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하던 순간.
소설가
정세랑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덧니가 보고 싶어> 첫 단행본에 장르문학을 향한 사랑을 잔뜩 담고 싶었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여러 장르를 경쾌하게 미끄러지듯 오가는 게 목표였다.
처음의 장면 회사를 다니던 시절, 휴가 내내 밀린 글을 썼다. 여름밤 구형 노트북으로 <덧니가 보고 싶어>를 써나가던 책상 풍경을 생생히 기억한다. 대단한 반응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글을 읽어주는 한 독자가 치아 모양의 키링을 선물해주셨다. 덧니보다는 어금니인데, 볼 때마다 미소 짓게 된다.
첫 작품이 남긴 것 글을 쓰며 지나치게 신중해지고 말 때, 활동 초기의 가볍고 신났던 마음을 되새긴다. 솟아나는 대로 펼쳐내던, 내키는 대로 달리던 그 시절로 접속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많다.
변하지 않은 것 이야기 밖의 우리와 이야기 속 인물이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한결같이 생각한다. 워낙 바쁘게, 각박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누구와도 유의미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 날, 책이 그 빈자리를 조금은 대신해주기를 바라면서 쓴다. 내가 책에게 친밀감을 얻은 적이 많기에, 어쩌면 그걸 갚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나에게 틀려도 되고, 넘어져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거기서 얻은 것들로 다음 이야기를 쓰면 된다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