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한 창작자의 헤리티지라 부를 수 있을까.
어떤 기준이나 기대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완성한 첫 작품,
그 안에는 여전히 확장을 거듭하는 세계의 단단한 기반을 비추는 단서가 남아 있다.
영화, 음악, 문학의 영역에서 각자의 언어로 시대를 통과해온 창작자 21인이 자신의 처음과 연결된 물건과 기억을 건넸다.
한 시절을 온전히 바친 기록, 처음이기에 가능했던 선택이 그 안에 담겼다.
세상에 건넨 첫 선언, 그 선언과 함께 하나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하던 순간.
시인
황인찬
시집 <구관조 씻기기>

<구관조 씻기기> 문학이 세상을 구할 수 있고, 나 자신을 구하는 일이 문학과 세상을 구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믿던 당시의 태도가 담긴 책. 그렇기에 현재로서는 반복할 수 없는 ‘지극한 염결성’의 추구가 가능했던 작업이다.
처음의 장면 김수영 문학상 수상이 결정되고, 수상작 발표와 함께 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책을 빠르게 묶고 정리해야만 했다. 가장 어렵고, 오래 고민한 건 제목을 정하는 일이었다. 여러 제목을 맞춰보다 문득 후보에도 없던 ‘구관조 씻기기’를 표제작으로 택했다. 그러자 책의 방향성이 순식간에 정해졌다.
다시 바라보면 첫 책을 보며 느껴지는 건 부끄러움에 더욱 가깝다. 지금이라면 쓸 수 없을 표현들이 참 많다. 뭘 안다고 그렇게 다 아는 것처럼 말했을까. 그러나 바로 그런 시절에만 할 수 있는 말이 있다. 그 시절, 잘 몰랐기에 더욱 자신 있게 할 수 있던 말. 그 말들을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 나의 방식으로 잘 전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