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다미아니가 청담동에 한국 최초 플래그십 스토어 ‘까사 다미아니 청담’을 오픈했다. 따뜻한 환대가 보석처럼 빛나는 이 공간에서 다미아니 그룹 회장 귀도 그라시 다미아니(Guido Grassi Damiani)를 만났다.

보석처럼 빛을 내뿜는 까사 다미아니 청담의 파사드.
까사 다미아니 청담의 오픈을 기념해 출시한 리미티드 에디션, 벨 에포크 마레아.

평소 한국을 종종 방문했겠지만, ‘까사 다미아니 청담’ 오픈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오늘은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매장을 마주한 첫인상은 어떤가? 매우 기쁘다. 오래전부터 한국 고객을 맞이할 잘 준비된 공간의 필요성을 느껴오던 차다. 한국의 백화점은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워낙 붐비는 통에 한곳에 충분히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있지 않나.

오늘날 서울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어떤 이유로 그중에서도 청담동을 택했나. 청담동 명품거리는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거리가 한정적이다 보니 오직 최상위 명품 브랜드만이 터를 잡을 수 있다는 특성을 띤다. 독립 주얼러로서 이곳에 입성하는 건 다미아니가 최초다. 그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탈리아어로 ‘까사’는 집을 뜻한다. 이런 이름을 붙인 데서부터 이곳이 다미아니에 단순 한 부티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알다시피 다미아니는 가족 기업이고, 가족에게 집은 아주 중요한 장소다. 그래서 오래 머물고 싶은 편안한 느낌을 내고 싶었다. 이탈리아 저택 같은 미감을 완성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고급 인테리어 자재를 공수했고, 다미아니 그룹이 소유한 무라노 유리공예 브랜드 베니니의 제품을 곳곳에 배치했다.

한국에 유난히 많은 매장을 오픈했는데, 한국 시장에 이토록 애정을 갖는 이유가 무언가? 한국 고객들은 안목이 매우 뛰어나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그 이면의 품질이나 장인정신, 브랜드의 역사까지 이해하는 경우를 종종 접했다. 이런 가치는 다미아니 그룹의 뿌리이자 본질인데, 그 지점을 알아주고 공감하는 고객이 있다는 건 귀한 일이다.

2024년에 서울에서 열린 다미아니 창립 100주년 기념 전시는 다미아니의 헤리티지를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가족 경영, 발렌차라는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역과 공생하려는 정체성, 기계화 흐름에 맞서는 장인정신 같은 부분 말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다미아니의 가장 중요한 헤리티지는 무엇인가?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많은 것이 지금의 다미아니를 살아 있게 한다. 그중에서도 단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열정’ 아닐까. 우리가 함께 하는 일 자체에 대한 열정. 가족 경영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코닉 컬렉션이 진열되어 있는 1층 전경.

헤리티지를 지켜내는 일은 결국 과거와 현재, 미래 사이의 균형에 관한 문제이지 않나. 우리도 항상 미래를 바라본다. 동시대를 거스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건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일 테니까. 그러나 주얼러로서 보수적인 태도 역시 버려서는 안 된다. 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항상 전체적인 밸런스를 지키려 노력한다.

기업으로서는 시대의 요구와 운영의 효율을 반영하는 과정이 헤리티지를 수호하는 일과 상충하는 순간도 있지 않나. 이윤을 더 추구해야 하는 회사라면 입장이 다르겠지만, 다미아니는 가족 기업이라 오래도록 지켜온 가치를 버리면서까지 품질을 낮추거나 성장해야 하는 경우는 없다.

지난해 제네바에서 다미아니의 CEO 제롬 파비에(Jérôme Favier)와 만났다. 당시 그는 진정성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자신이 다미아니와 사랑에 빠진 이유도 다미아니 패밀리의 진정성 때문이라고 전했다. 맞다. 어릴 때부터 좋은 환경에 둘러싸여 진정성의 가치를 깊이 깨달았다. 운이 좋았던 셈이다. 더 많은 돈을 벌거나 더 큰 집을 가질 목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할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브랜드를 위한 강한 열정만이 우리를 움직일 수 있다. 제롬이 그런 부분을 인상 깊게 본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주얼리는 삶의 중요한 순간을 기록하는 매개체로 여겨진다. 기쁨을 기념하는 물건을 만드는 일이 꽤 특별할 것 같은데 어떤가? 그렇다. 청혼을 하거나 아이의 탄생을 축하할 때,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을 때 주얼리를 선물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이 비즈니스에 몸담는 건 생산이나 제조의 범위를 넘어 누군가의 황홀한 순간이 더 아름답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다미아니 그룹은 차후 4세대에 경영권을 물려주며 가족 경영 방식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들었다. 다음 세대에 바라는 점이 있나?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강조한다. 존중은 투명성에 기반을 둔다. 언제나 진심을 다해야 하고, 진실한 마음가짐으로 품질을 지켜내야 하며,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미아니 그룹의 직원들과 고객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아무것도 아닐 거다.

그간 여러 인터뷰에서 ‘가족’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자주 언급했다. 개인적으로도 당연히 그렇지만, 가족 기업 운영자에게 가족이란 아주 큰 의미이자 책임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모든 제품에 새겨진 다미아니라는 글자가 나의 이름이자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이름이며 아이들과 먼 훗날 태어날 자손들의 이름이기도 하니까.

이번 여정을 마치고 가족이 기다리는 진짜 ‘까사’로 돌아가면 서울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설명하고 싶은가? 까사 다미아니 청담을 오픈한 데 대해 얼마나 큰 자부심을 느끼는지 알려주고 싶다. 서울에 와서 아주 많은 고객과 언론인, 셀러브리티를 만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보냈다.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갈 수 있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