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RECIOUS MOMENT 프랑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불가리의 불가리 아이콘즈 미노디에르(Bvlgari Icons Minaudière) ‘뷰&디너’ 현장. 하우스의 5대 아이코닉 모티프를 재해석해 선보이는 진귀한 백, 하우스의 오랜 역사를 은유하는 듯한 장소, 불가리 가죽 및 액세서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 카트란주의 따뜻한 환대가 어우러진 저녁 식사는 그야말로 ‘진귀한 시간’ 그 자체였다.

2 WARM RECEPTION 오트 쿠튀르 위크가 한창이던 어느 날, 파리에서 1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루이 비통의 심장, 아니에르(ASNIÈRES). 창립자 가족이 대를 이어 살아온 집이자, 트렁크와 스페셜 에디션을 제작하는 워크숍인 이 공간에서 보낸 오전은 유난히 고요하고 우아했다. 지저귀는 새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장인들의 작업하는 소리, 아르누보 양식의 미감, 응접실에서 마신 티의 적당한 온도와 맛까지! 시간이 오래 흘러도 기억에 선연히 남을 듯한 장면을 잊지 않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3 FLYING FANTASY 오트 쿠튀르의 꿈같은 비현실성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장치가 있을까? 이번 시즌, 빅터 앤 롤프와 스테판 롤랑은 모델을 공중에 띄우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시도하며 화제를 모았다. 빅터 앤 롤프는 중력을 거스르는 연의 형태를 통해 ‘중력’이라는 키워드를, 스테판 롤랑은 유명 공중곡예사인 나탈리아 부글리온(Natalia Bouglione)의 공연을 통해 절제의 예술인 서커스와 오트 쿠튀르 사이의 접점을 표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개념적인 쿠튀리에’로 꼽히는 두 디자이너답게 설명은 다소 추상적이지만, 나비처럼 날아오르는 모델들을 보는 순간 관객의 마음에도 잊고 있던 패션 판타지가 다시 피어올랐을 것만은 분명했다.

4 NEW ERA 지난 프레타포르테 시즌을 뜨겁게 달군 디자이너의 대이동 사태는 2026 S/S 오트 쿠튀르 기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각각 디올과 샤넬의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조나단 앤더슨과 마티유 블라지의 첫 오트 쿠튀르 쇼를 보기 위해 예년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파리로 몰려들었으니! 두 디자이너 모두 압도적 스케일의 시노그래피와 완성도 높은 룩을 선보이며 기대에 부응했다. 과장하거나 왜곡한 형태로 인체의 몸짓을 강조한 조나단 앤더슨, 그리고 그랑 팔레를 신비한 버섯 궁전으로 꾸미고 시어한 소재를 통해 오트 쿠튀르의 본질인 몸과 영혼을 조명한 마티유 블라지. 기립박수와 함께 막을 내린 두 거장의 데뷔 쇼는 한동안 잠잠하던 오트 쿠튀르 세계에 새 시대가 도래했음을 예고하는 듯했다.

5 AFTER HOURS 2026 S/S 시즌 오트 쿠튀르 화보 촬영을 위해 마리끌레르 코리아가 찾은 곳은 파리의 유서 깊은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창간 33주년을 맞은 마리끌레르 코리아와 설립 133주년이 된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현실 세계 여성들과 패션 판타지를 잇는 매개로 작동해온 두 존재의 시간적, 개념적 유사성이 기획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유리 예술가 자크 그뤼버(Jacques Grüber), 건축가 페르디낭 샤뉘(Ferdinand Chanut), 가구 디자이너 루이 마조렐(Louis Majorelle) 등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살아 숨 쉬는 유산인 이곳에서 화보 촬영이라니! 꿈같은 기획을 현실로 만들어준 담당자 재스퍼를 비롯해 촬영 팀 모두에게 이 순간 다시금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