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RUNNING AT DAWN 피티 워모 일정 중 신선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피렌체 중심을 달리는 ‘금지된 러닝 클럽(Prohibited Running Club)’이었다. 아침 7시에 모여 5.5km를 달리는 스케줄은 러닝의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너무 가혹했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커피 한 잔을 나눈 뒤 아르노강을 따라 함께 뛰던 그 아침은 피티 워모 덕분에 얻은 가장 건강하고도 낯선 기억으로 남았다.
2 BETWEEN THE PAGES 행사장 중앙 파빌리온에는 독립 잡지를 큐레이션해 소개하는 피티매그스(PITTI Mags)가 자리하고 있었다. 귀여운 표지에 이끌려 집어 든 잡지는 고양이 애호가들을 위한 것이었다. 고양이 운세부터 고양이만을 위한 뮤즈레터(Mewsletter)까지. 독립 잡지를 위한 특별 섹션에서도 피티 워모의 세심한 기획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3 HELLO, KOREA! 한국 패션 브랜드를 유럽 패션 시장에 소개하는 ‘코드 코리아’는 K-패션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끼게 한 자리였다. 여섯 팀의 한국 디자이너들을 인터뷰하며 가장 기억에 남은 건 긴장한 그들의 표정.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컬렉션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모습에는 설렘이 배어났다. 인터뷰가 끝난 뒤 대화를 정리하며 그들이 보여준 진심을 제대로 전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4 FIRST SCENE IN FLORENCE 예술 작품처럼 이어진 피렌체의 건물과 동상은 수시로 카메라를 켜게 했다. 흥분한 나머지 근처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해 직원을 적잖이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아차, 이탈리아에는 아이스커피 문화가 거의 없지! 피렌체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5 ON THE CHAIR 헤드 메이너 쇼의 객석에는 비닐이 한 장씩 놓여 있었다. 에디터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여러 추측이 오갔다. 쇼가 끝난 뒤에야 이것이 이번 컬렉션을 대표하는 소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관객이 비닐을 펼쳐 보이며 모두의 궁금증을 풀어준 것.
6 BEHIND THE SNOW 피티 워모 스케줄 중 몇 안 되는 쇼였던 신야코즈카 쇼장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문제는 눈을 표현한 재료. 모델들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루가 폴폴 날려 콧속이 간지러웠다. 쇼에 방해가 될까 봐 새어 나오는 기침을 필사적으로 참느라 진땀을 뺐다.
7 WINE 101 이탈리아에서 와인은 ‘식탁의 언어’라고 했던가. 한 식사 자리에서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저는 와인을 마실 줄 모릅니다”라던 누군가의 대사가 불쑥 떠올랐다. 모두가 와인을 곁들이는 와중에 콜라만 조심스럽게 따라 마셨기 때문이다. “저는 안 주셔도 돼요”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지만, 웨이터는 오히려 결심한 듯 단호한 얼굴로 거듭 나를 위한 새 잔을 가져왔다.




